보성 차밭. 호당 2019.12.27
에스콰이어 나무는
양변에서 반겼다
녹색 문장이 줄줄이 출렁거린다
정돈된 파동이다
내 가슴에 푸른 즙이 스며든다
아니
녹차 탕에 멱감는다
TV에서 본 차마고도를 오르는
셰르파들이 생각난다
등짐 지고 뒤뚱거리는 말들의 행렬
꽁무니를 잇는 셰르파들
생의 애환을 지고
길바닥에 삶의 고통을 찍는다
중간 노숙 점에서
까맣게 그을린 주전자를
흘러내린 차
까만 손등을 거친 차
그들 순수한 마음 우려낸 차인 듯
오묘하고 가슴 따뜻해 안정된다
녹차 탕에 잠겨 향이 폭 뱄다
마음에 찌든 앙금
녹차로 말끔히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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