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38

발바닥이 감옥에 갇힌다

발바닥이 감옥에 갇힌다/호당/ 2024.5.25겨울철을 비켜 다른 계절이 발바닥에 고문을 가한다특히 여름철은 내 신발이지옥 천이 되어 풀쑥 풀쑥터지는 기포가 고문이다우주의 열기를 운동화로 모여내 발은 폭폭 찐 산나물이 된다화끈화끈 따끔따끔봉침 蜂針인 듯화인 火印인 듯 팔딱팔딱 뛰는 벼룩처럼 화급하다특히 여름 한 철신발(운동화)은 발바닥의 감옥이 된다

자작글-024 2024.05.25

은하수에서 목욕한다

은하수에서 목욕한다/호당/ 2024.5.23골이 깊고 나무 빽빽한 산이면 호랑이 산 돼지 숨바꼭질 하지 철철 흘러야 할 냇바닥이 바싹바싹저녁 무렵 새들 산을 넘고 넘어하루를 마감하려 하늘 우물에 목욕하고 하늘 둥지에서 날 새려는 거야멍석에 누워 하늘보다 별이 내 귀에 대고 놀러 오라 한다어리둥절하니 야! 그것도 몰라칠월칠석날 오작교 놓자 재빨리 먼저 건너는 거야즉시 은하수에 덤벙때깔 벗으면 큰곰 작은 곰들이 와서금물을 바가지로 떠서 퍼부을 거야이때를 놓칠세라금 봤다 소리쳐봐네 앞은 은하수가 출렁출렁벌거숭이 아이들이 일제히 금 물장구칠 거야골짜기 냇바닥은 맑은 물이재잘대며 흐를 겁니다

자작글-024 2024.05.23

영대 역에서 만나자

영대 역에서 만나자/호당/ 2024.5.22삶의 종점은 먹구름이 하늘과 지상을 가로질러우수만 고이는 곳이지만도시철도 2호선 종점은 영대의 피가 끓는 패기 찬 곳이다정오 무렵종점 명당에 자리 잡고 바라본다장례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사위가 될 처녀 총각이 양 떼처럼 우르르 몰려와서 개찰구를 지난다흐릿한 눈 넷지하에서 지상으로 얼굴 내밀자건너편 영대의 바다에서 흰 파도에 고래 떼가 밀러온다젊음의 파도는 패기 넘친다흐릿한 눈은 영대의 기를 받아초점 모을 수 있어 총총해진다

자작글-024 2024.05.23

불로동 화훼 단지에 들다

불로동 화훼단지에 들다/호당/ 2024.5.19꽃 속에 파묻혔으니 좋지봄바람에 펄럭이는 치마폭 따라 향기 날린다어느 가게를 들fms들 처녀들의 낯빛 향기윙크하는 얼굴들내가 찾는 꽃귀하고 고가란다매혹해 침 꿀꺽납작한 주머니엔 분수 分數만 가득해마음 접는다쿠페아가 대신 안겨주어 조금은 풀린다앳된 처녀들에 잠시 눈 시리도록 취했으니상쾌한 시간이다

자작글-024 2024.05.19

징검다리 돌이 쑥 뽑혀 다른 곳에 있을 때

징검다리 돌이 쑥 뽑혀 다른 곳에 있을 때 /호당/2024.5.18우주의 별자리는 자기들끼리 결속하는 듯 보인다가령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등 자리나 거리가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다아버지는 팔 남매 돌다리를 만들고 우주에 새로운 별자리가 생겼다은하수를 건너는 별들의 편이를 주겠다는 것이다어느 날 은하수 대홍수를 대비한다고 하여 아버지를 따를 별 넷, 어머니를 따를 별 넷, 나누어 큰 틀에서 새로운 작은 별자리를 생성했다한 줄로 있다는 건 우주를 거역하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노여움이 오기 전 대피하고 나는 어머니 따라나섰지만 아버지가 거리가 먼 것이 외롭게 느낀다흩어져 새로운 별자리를 형성했지만 아버지 별자리를 그리워했다다시 한데 어우르고 싶지만 아버지와 합치는 일은 불가능했다천둥 치고 비 내리면 우산..

자작글-024 2024.05.18

마음이 늙으면

마음이 늙으면/호당/ 2024.5.16화투장 뒤집고 고우 고우술병이 뒹굴고 마음이 뒤끓을 때야 핏기 섰을 때마음이 늙어 제맛 따라 흩어지자모임도 식은 밥처럼 풀 끼 없어 시시하다장작불 좋을 때야 마음도 끓어 화끈거렸지만잿불처럼 식어간다넷이 만나 입술만 들썩거릴 뿐 주워 담은 광주리는 겨우 몇 문장한 달 건너 만난들 온기 없는 악수겨우 4층 마음의 탑도 구심력을 잃어 이지러질까 한다삶의 종점이 가까워서 갖는 증상이 아닐는지

자작글-024 2024.05.18

겪기 힘든 변혁이 지속하면 면역이 된다

겪기 힘든 변혁이 지속하면 면역이 된다/호당/ 2024.5.17괄약근의 이완은 자신을 놀라게 한다긴장의 이로움도 이완의 해로움도견디면 면역이 될 수 있겠다불수의근의 이완이 부지 不知시간을망쳐 놓는다이완이 부지의 순간을 시곗바늘은 거꾸로 돌아간다역순은 순리가 아니다면역체계에 굳히지 않으면새로운 국면이 발현할 수 있겠다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이건 가장 저열한 면역체계다외출하기 주저한다

자작글-024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