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15호 볼라벤 < 태풍 제15호 볼라벤 호 당 2012.8.27 이미 예고했다 불한당 같은 이름을 미리 받아 출생지는 먼바다 그의 적자로 인정사정 가릴 것 없이 휩쓸도록 가르침을 받고 망나니로 커왔다 암행어사처럼 숨어서 가 아니라 내로라고 당당하다 어차피 한번 왔다 사라질 몸 내 진로는 정해있다 너희 .. 자작글-012 2012.08.29
새벽의 사막을 걷다 새벽의 사막 호 당 2012.8.26 이 넓은 모래판은 사막이다 내 생전 밟아보지 못한 사막이 내 앞에 누워있다 간밤에 비 맞고 하얗게 씻은 몸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나를 맞는 사막이다 아무도 밟지 않아 발자국을 남겨 정상에 깃발을 꽂고 정복자의 기쁨을 묻어 놓는다 필라투스 정상이라도 정.. 자작글-012 2012.08.27
시계방으로 돌라 시계방향으로 돌라 호 당 2012.8.25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 그것을 정설로 생각하며 모두 돌고 있는데 반대방향은 이탈이야 생을 캐내는 그 한 점을 가진 이는 아침이면 일제히 눈총을 과녁에 겨눈다 톱니바퀴 도는 벨트에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인다 이탈 없는 하루를 사려 먹고 시계방향.. 자작글-012 2012.08.25
이빨 치료 이빨 치료 호 당 2012.8.23 너무 늙어버린 차고지엔 분쇄기를 매단 버스가 질서를 지켜 정차한 것이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펑크가 나고 문짝이 덜컹거리고 덜덜거리는 것이 더 많아요 부드럽게 분쇄하던 것이 맷돌에 틈이 벌어져서 말이 새는 것이 많다 폐차하고 대체한 것도 오래되어 소음.. 자작글-012 2012.08.24
도서관에서 대출 도서관에서 대출 호 당 2012.8.23 그쪽으로 가는 길이 책의 향기로 깔렸으니 초행길도 쉽게 도착해요 빽빽한 책의 밀림 들어가는 수칙은 치켜야죠 말하지 말 것 신발 소리 죽일 것 담배 베고 있지 말 것 등등 피톤치드 대신 눈을 밝히는 향수 같은 어쩌면 머리를 깨워줄 마력이 내게로 오는 .. 자작글-012 2012.08.23
폭염에 시달린 여름 폭염에 시달린 여름 호 당 2012.8.22 잉겅불에 데운 시멘트바닥이 열병을 앓고 아스팔트의 열기가 욕탕의 증기처럼 얼렁거린다 폭염에 찔려 염증이 덧났다 베란다 문을 열면 성큼 날아드는 땀 냄새가 수은주를 끌어 올린다 염군이 무서워 집에 갇힌 나 에어컨이 두려워 마음 졸이고 몸살 앓.. 자작글-012 2012.08.22
문자를 낚는 법 문자를 낚는 법 호 당 2012.8.22 어둑어둑한 나이에 문자를 품지 못해 밝은 시내를 거닐면서도 항상 아킬레스 achilles 건이 밟힐까 봐 마음 졸였다 내뱉는 말의 알갱이 중 말랑말랑한 것은 쉽게 끌어들이지만 딱딱한 것 덩치 큰 것은 끌어들이나 마나 하다 이런 이들만 모아 문자의 바다에 ‘.. 자작글-012 2012.08.22
정돈하기 정돈하기 호 당 2012.8.21 헝클어놓은 실타래를 실마리 찾는 것이 아니다 낙엽이 깔린 바닥을 색깔로 모양으로 구분할 줄 알고 골라 정렬하면 될 것인데 뉘엿거리는 나이에 버거운 부탁을 했는가 풀풀 뱉어놓은 말의 조각들을 퍼즐 판에 요리조리 맞추고 얼굴에 있을 것, 몸통에 있을 것을 .. 자작글-012 2012.08.21
언덕 위의 집 언덕 위의 집 호 당 2012.8.20 언덕배기까지 다다른 길은 구절양장 같다 여름으로 익은 호박 덩굴이 좁은 담에 앉혀 더위 먹고 늘어졌다 상승해봐야 별로 좋을 것 없는 몇 계단을 밟아 개 혓바닥 빼고 헐떡거려야 도달하는 곳 한때 제비 새끼처럼 와글거리던 것이 짝지어 날아 가버렸다 익은.. 자작글-012 2012.08.20
호박벌은 혼자 난다 호박벌은 혼자 난다 호 당 2012.8.19 경로당 양방은 분리 수거된 것처럼 정연하다 호박벌이 드나드는 창문에는 발자국이랑 핥은 수액이 남는 일은 드물다 옆방 호박꽃은 저들끼리 피고 지고해도 메아리는 맺지 못해도 꿀 냄새를 피우고 즐긴다 호박벌은 곧장 꿀만 핥을 줄 알았지 몇 마리 .. 자작글-012 201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