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노점상 호 당 2012.8.8 칠곡 대로변에는 벌집 다닥다닥 붙은 것보다 더 조밀하게 늘어선 노점상인 온갖 잡화나 먹거리를 펼치고 맘 졸이고 하루를 마감하면 안도의 숨돌리지만 이런 된더위에도 하루를 익히고 돌아온다는 것이 행복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철거하라는 최고장은 좌판에 날벼락.. 자작글-012 2012.08.08
죽녹원 대나무 죽녹원 대나무 호 당 2012.8.8 그곳은 절개로 빳빳이 기 세워 한데 모여 푸른 눈 번쩍이는 곳 많은 난봉꾼 스치고 희롱하고 지나도 칼날 같은 바람 날리며 죽창 휘두르는 기세로 딱 버티고 있다오 빽빽이 모여 있어도 각기 임을 품에 품고 남도의 하늘 찌를 듯한 기세로 임을 기다린다오 허.. 자작글-012 2012.08.08
화장장에서 화장장에서 호 당 2012.8.7 고통에 휩싸인 살 뭉치는 어제까지만 해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었고 그 자리엔 어둠이 내려앉았다가 밀치고 밝음의 눈동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픔이란 촌수의 원근과는 아무 관계 없어 다만 산 나무에 검은 잔뿌리에 달린 혹 같은 수효일 걸 녹슨 이빨에서 튀.. 자작글-012 2012.08.07
종속하는 청진기 종속하는 청진기 호 당 2012.8.6 현대기기에 종속하려는 청진기를 맨 흰까운(gown) 그것보다 숙주를 살찌우려는 일념에 어둠의 골목을 즐기는 흰까운 경련이 자주 생겨 종아리를 마음 놓으려 소독한 골방을 찾으니 청진기를 들어댄다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해 무조건 최신기기로 갱도의 병.. 자작글-012 2012.08.06
게발선인장의 착상 게발선인장의 착상 호 당 2012.8.4 바다 건너와서 푸른 눈빛 고운 눈망울 달고 베란다를 환하게 밝혀 놓았다 부럽다 나도 그 모습 보고 싶어 한 다발 갈라왔다 억지로 떠밀려 온 것이 이질 문화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 지나칠 정도다 적응하려는 마음 없어 아무리 잘 떠받들어도 귀인의 반열.. 자작글-012 2012.08.05
보청기를 낀 사람 
 
 보청기를 낀 사람 호 당 2012.8.3 그의 귓구멍으로 수없이 들락거리는 쥐새끼들의 무리가 소릿결을 업고 귓구멍을 헤치고 들어와서는 벽면을 갉아댄다 그럴 때면 그는 환한 얼굴로 왕복 통행을 잇는 소리 다리를 놓는다 귓구멍 안쪽에다 아주 보금자리 깔고 들.. 자작글-012 2012.08.03
칠곡 인터체인지 칠곡 인터체인지 호 당 2012.8.1 벌통의 관문이다 관문을 열고 나오면 안동 영주 경주 부산 대전 서울 진주 마산 방면을 갈림길 타고 달리는 꿀벌이 된다 하얀 시간을 타고 산을 넘고 들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거기 내 욕망 한 점에 낙점한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인정과 인정이 녹는 곳 사랑.. 자작글-012 2012.08.01
백도 백도 白桃 호 당 2012.7.30 비린내 나는 때를 거쳐 지금은 맘껏 들어내도 좋을 나이 대담하게 벗어던졌다 뙤약볕에도 그슬리지 않은 하얀 살갗 속살은 더더욱 흴 걸 풍만한 육체미에 물오를 대로 올라 나무랄 데 없어 원만하다 한껏 뽐낸다 익을 대로 익어버려 발산하는 향기에 달콤한 매력.. 자작글-012 2012.07.30
욕망을 꿈꾸는 새벽에 
 
 욕망을 꿈꾸는 새벽에 호 당 2012.7.29 일찍 여는 여름날은 싱그럽게 시작하는데 꿈꾸는 욕망 한 점 품은 체 새벽을 움켜잡고 걷는다 마주친 푸른 싹 한 쌍 누구도 밟지 않은 초원을 미명부터 약속했나 함께 뒹굴자고 이른 새벽을 밟는 너 불볕 내리쬐는 한낮에.. 자작글-012 2012.07.29
열대야 열대야 호 당 2012.7.25 간밤에 30.5도 열대야는 새벽 4시까지 대치했다 팽팽히 맞서다 겨우 0.5도 물러섰다 모두 지쳐버렸다 지친 잠에 빠진 것이 술 취해 정신 잃은 것 같다 나는 영전을 지키듯 밤샘을 하다가 뛰쳐나왔다 초록 잎들도 꼼작하지 않고 깊은 늦잠에 들었다 하늘은 오늘도 달구.. 자작글-012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