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건빵의 추억 군대 건빵의 추억 호 당 2012.9.5 12월의 찬바람이 옷소매를 기어들 때 점심 한 주먹 어느 구석에 박아놓고 채우지 못한 욕망 한 꾸러미가 비어 허전하다 구세주 같은 마른 욕망인 건빵 철조망 건너 빈 깡통이 날아오고 빈 깡통에 낚시미끼 달고 던지면 걸려드는 마른 욕망을 낚는다 푸른 낚.. 자작글-012 2012.09.06
근린공원 근린공원 호 당 2012.9.5 어디 미인대회에서 입상자 같다 예쁘고 잘 생긴 것만 데려와서 정좌해 놓았다 고향에 있을 때 이웃하여 푸름을 풍기고 서로 눈빛 맞추어 살아온 것이 졸지에 미인이란 이름으로 징발당했다 모두 낯설고 자기가 제일인 듯 뽐내고 있는데 매일 풍기는 소주냄새랑 장.. 자작글-012 2012.09.06
붉은 고추 붉은 고추 호 당 2012.9.5 모진 날씨에도 탐스럽게 자랐다 벌레 하나 건드리지 않고 미끈한 고추 꼿꼿이 새우고 설익은 처녀들이 만져봐야 구경거리 충분하지 다 익은 손에 잡히면 나도 행운 내 참맛은 달고 시원하고 매운맛으로 감치는데 이것으로 너를 사로잡을 테다 내 모습 탈바꿈하여 .. 자작글-012 2012.09.06
늙음을 맛있게 요리하다 늙음을 맛있게 요리하다 호 당 2012.9.5 늙은 기계라고 버리지 말고 조이고 닦고 기름칠하면 거뜬히 쓸 수 있을 텐데 누가 만들어 주기 전에 스스로 하기로 몇몇이 뜻을 모았다 지난 적의 화려한 냄새가 폭 밴 냄비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그저 평범한 냄비가 되어 어울려 큰 냄비를 만들었다.. 자작글-012 2012.09.06
그곳은 치부가 아니다 그곳은 치부가 아니다 호 당 2012.9.5 이건 아킬레스건인가 그곳은 햇살에 들키지 않으려는 곳 햇살 쨍쨍 내리쪼일 때 수액이 막 흘러내릴 때 막 벗어던져도 그곳만은 보존한다 몇 군데만 숨기고 대담하게 내보이고 싶은 처녀의 욕망에 내 음부에 꼬물거리는 욕망 한 꾸러미는 점잖지 않은 .. 자작글-012 2012.09.05
운수더럽게 없다가 좋았다 운수 더럽게 없다가 좋았다 호 당 2012.9.2 긴 두발을 두고 차일피일 미루었다 오늘 늦게 불쑥 마음이 내켰다 뭔가 깔끔히 정리하고 내일을 맞고 싶어서 지하를 거치는 것은 항상 거기 주차해 두었기 때문이다 1분 늦게 행동이 행불행이 바뀌지 않았을까 앞길에 주차하고 버티는 지주는 말.. 자작글-012 2012.09.03
공동묘지를 지나다 공동묘지를 지나다 호 당 2012.9.2 겁 많은 8살 도깨비불 밝히고 문둥이 간 빼먹고 구미호가 나온다는 들은 이야기 어두운 줄 모르고 신 나게 놀았다 가까스로 마칠 때는 집에 갈 일이 걱정된다 산모퉁이에 공동묘지를 거쳐야 하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헛것이 띈 것이 아니다 절벽에서 흙을 .. 자작글-012 2012.09.02
기다림 기다림 호 당 2012.9.1 누구를 기다리는 것 하얀 시간은 자꾸 지나고 한그루 풀포기는 기다리다 지쳐 어깨가 축 처져 시든 풀잎이 됐다 숱한 눈동자가 스쳐 간다 가지각색의 입김을 내뱉는다 금속성의 마찰음이 지날 때마다 철그덕 소리에 맞춰 익은 것 덜 익은 것 각색의 과일 같은 생이 나.. 자작글-012 2012.09.02
유혹 유혹 호 당 2012.9.1 물 무당이 뺑글뺑글 돌고 매미가 노래하는 곳 거나하게 한잔할 수 있는 연못가의 정자가 있는 곳 그 곁을 스치는 것은 여간 철심이 아니다 한 때 고운 손잡고 물 무당과 연못을 누빌 때 신선놀음에 세월이 녹아내리는지 몰랐다 푸른 연못에 풍덩 해서 부둥켜안고 헤엄치.. 자작글-012 2012.09.02
은행나무 그늘 은행나무 그늘 호 당 2012.8.31 한 때 그녀와 숨바꼭질하던 은행나무에 갔지요 열매도 맺지 못하는 은행나무는 우두커니 그늘만 드리우고 있고 숨던 골목이랑 골방을 샅샅이 훑어보니 늙은 세월을 많이 두르고 있었어요 골방문을 열었더니 묵향을 쏟아내고 화선지는 묵즙을 받아먹고 있었.. 자작글-012 201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