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눈썹 호 당 2012.8.18 나는 그녀가 층층에 싸인 구름과 휩쓸려 지나는 것을 보았다 섞여 있는 구름층을 다 그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구름 흘려버리고 땅을 떠밀고 발아하는 새싹같이 신선하고 상큼한 매력이 풍겼다 그녀의 일행에서 올가미를 씌우려 한쪽.. 자작글-012 2012.08.18
보톡스한 여자 보톡스 BOTOX한 여인 호 당 2012.8.17 은막이든 골든 벽이든 자주 들락거리는 그녀 팽팽한 고무줄같이 탄력도 긴장도 내로라든 것이 세월의 무게에 실려 완만한 곡선을 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변색 없이 자기가 갖는 고도를 유지하고 싶었다 어차피 얼굴 파는 장사꾼은 관중의 눈.. 자작글-012 2012.08.17
밭을 갈며 밭을 갈며 호 당 2012.8.16 한겨울 지나 긴장이 풀린 밭 새로운 생명을 탄생해야 할 밭 이랑 따라 적갈색의 욕망이 풀풀 뒤집혀 깔린다 허튼 맘을 씻는다 그때 내뿜는 흙의 향기 겨우내 잠자던 향기 막 흩뿌린다 생명을 뿌리박고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이어주는 흙 한 움큼 쥐면 고구마 덩.. 자작글-012 2012.08.17
밥그릇 = 밥그릇 호 당 2012.8.16 채움과 비움 채울 때는 누구에 보시하는 맘으로 누군가 이 음식을 먹고 생명을 잇고 무엇을 해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그래서 항상 채우고 누가 비우기를 기다린다 비움 분명 내용물을 가져갔다 나는 비움으로 다음 채움을 기다리고 사심 없고 빈 마음으로 깨끗이.. 자작글-012 2012.08.17
다문화 숙성 기(말) 소묘 다문화 숙성 기 (말) 소묘 호 당 2012.8.15 여기도 태양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고 달을 밝았다 남편 따라 뿌리 내리려고 왔는데 낯선 것이 너무 많아 지층이 어긋난 것 같아 뿌리내리기 어려울까 걱정했다 우선 입으로 뿜은 풍선이 동동 뜨다가 내 앞에서 깨져버려요 안전하게 내 귓바퀴로 .. 자작글-012 2012.08.17
나의 유아원 나의 유아원 호 당 2012.8.14 젖비린내 아직 가시지 않는 나를 엄마는 떠밀었다 그리고 휭하니 가버린다 미처 깨어나지 못한 강아지는 엄마 품이 그리운데 인정없을까 문짝을 밀치고 들어서면 그때부터 삐악삐악 운다 넓은 들판에 외톨이 나무는 찬바람 맞고 떨고 있다 지킴이 암탉이 눈이 .. 자작글-012 2012.08.14
헌옷 수선공 헌 옷 수선공 호 당 2012.8.13 시침질이든 박음질이든 꿰매는 전공의다 내 손을 거치면 풀죽은 조화도 생화같이 펄펄 살아나간다 내 앞에 수술할 대상이 밀렸다 즐거운 비명이지만 특약 예약은 받아들이지 않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수술하기를 당부하는데 받아들인다 고전풍을 현대풍으로 .. 자작글-012 2012.08.13
엉겅퀴사랑 엉겅퀴 사랑 호 당 2012.8.11 찰싹 달라붙고 싶다 매력에 획 돌 것 같다 짙은 색감에 눈부시도록 현혹된다 하늘 찌를 듯한 너의 매력에 함부로 다가가고 싶다 한 줄기 바람에 한들거리며 고운 가락 뽑으면 끈적끈적한 매력 넘쳐 엉겨붙고 싶다 섣불리 익지도 않았는데 속을 헤치고 들어가면 .. 자작글-012 2012.08.11
틀이 심기 = 틀이 심기 호 당 2012.8.10 고통의 시간을 이기지 못해 그만 의자에 벌렁 누웠다 난폭하리만큼 무가내 無可奈인 나는 백기를 들었다 고분고분해야 했다 어떤 폭발이라도 미리 막으려는 듯 장막으로 얼굴을 덮고 그제야 안심인 듯 기계를 작동한다 포효하듯 딱 벌린 입에서 내 자존심이 슬.. 자작글-012 2012.08.10
제7병동 제7병동 호 당 2012. 8.8 이승을 떠나갈 예매표를 움켜잡은 노파가 로비에 나와 휠체어에 구름 두르고 구르고 있다 썩어 넘어갈 것 같은 깨두기깨두기 같다 말도 표정도 생의 희망도 응고되고 희미한 눈동자만 힘없이 굴린다 손아귀에 누런 지폐 한 움큼 들고 염주를 꿰차고 있는데 쇠똥파.. 자작글-012 2012.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