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호박 덩굴 여름 호박 덩굴 호 당 2012.7.23 풀잎이 눈뜨는 새벽은 이슬 머금어 호박 덩굴은 빳빳하다 열기처럼 팽창한 기류에 열대야까지 겹쳐 땀 세례를 받아도 냉 껍질로 식히면 된다고 한다 달구어 놓은 땅껍질을 떠들고 일어나는 떡잎들이 요동치는데 우리만 가만있을 수 없잖아 떠나자 싱싱한 이.. 자작글-012 2012.07.23
한여름 한여름 호 당 2012.7.22 초록은 나날이 덧칠하여 거무칙칙한 것이 헉헉거리다가 축 처진다 나의 팔뚝을 화염이 훑고 가버려 설익은 삼겹살 같다 담금질하는 벌거벗은 몸을 던져 피식 피식 식는 소리가 괴성으로 들리고 땡볕에서 일하는 이들은 화끈 달은 몸뚱이에서 소금물 흘러내려도 연.. 자작글-012 2012.07.22
모래판넓은 운동장 걷기 모래판 넓은 운동장 걷기 호 당 2012.7.22 새벽을 걷어내고 모래 깔린 넓은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다 짜릿한 상쾌가 그이와 신비의 골짜기에 스며들 때와 나올 때 쾌감 같다 검은 동공에서 하얀 파도가 부서져 내린다 그에게 간지러운 등을 보드라운 손으로 긁어 줄 때의 시원함에 비교나 될.. 자작글-012 2012.07.22
새해 첫날에는 초심을 심자 새해 첫날에 초심을 심자 호 당 2012.7.21 1월 1일 우렁찬 종소리 듣고 맘먹은 것을 가슴에 초심으로 심자 첫날밤의 맘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 구정물은 말끔히 떠내 보내고 새 아침 공복에 약수 받아먹는 맘으로 눈 내린 벌판을 내가 먼저 첫발자국을 찍는 맘으로 아무리 힘들더라도 첫날밤.. 자작글-012 2012.07.21
하급 노동자의 하루 하급 노동자의 하루 호 당 2012.7.19 언제나 새벽을 헤치고 일터에 이르면 할당한 양을 채우려 기계를 채근하지만 정식 퇴근의 꿈을 접고 목표 달성한 날개는 축 처지고 내 앞을 얼른거리는 가족들의 얼굴 나를 믿고 따라주는 당신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하고 싶었다 소매를 이끄는 동료를 .. 자작글-012 2012.07.19
모란꽃 모란꽃 호 당 2012.7.19 너는 시린 한철을 용케도 이겨내고 푸르게 커가더니 이제 이성에 눈뜨고 새빨간 입술 방긋거려 너를 탐내고 싶다 너는 푸른 장막에 둘러싸여 한껏 요염을 떨치고 있어 너에게 다가가서 입 맞추고 싶은 욕망 그러나 함부로 다가섰다가 마음 상해 돌아설까 두렵다. 자작글-012 2012.07.19
폭풍경보 발령 중 폭풍경보 발령 중 호 당 2012.7.18 바다 껍질을 벗겨 내고 흰 속살 들어내어 돌고래 뛰듯 화를 뿜어내다가 부딪혀 자기 힘에 산산이 부서지는구나 고깃배를 저당잡고 못살게 밀치고 들치고 벌써 알아차린 갈매기는 숨어버렸다 견뎌 내라 포구야 싸늘한 마디를 넘겨라 칼날 같은 매운 시련도.. 자작글-012 2012.07.18
연 연 호 당 2012.7.18 운암지에 푸른 연이 썩은 흙을 뚫고 고운 꽃을 피웠다 나는 한세월 다 되도록 무슨 꽃을 피웠든가 온갖 잡것을 품에 안고 물 밖에서 수련하여 비 맞아도 스며들지 않은 맑음 몸 나는 비 맞은 수탉처럼 망가진다 평생을 닦아도 내 몸 추스르지 못하면서 수련에 수련해도 꽃.. 자작글-012 2012.07.18
고무줄 고무줄 호 당 2012.7.17 새벽까지 뒤척거리다 막 잠이 들었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팽팽했던 몸이 탄력을 잃고 느슨할 대로 느슨해졌다 얼마나 당신이 고무줄놀이를 즐겼는데 만신창이가 된 팽창과 수축의 골짜기는 망가져 버렸어 느슨한 팬티를 움켜잡고 화장실로 간다 그래도 새벽이면 시.. 자작글-012 2012.07.17
우울증 우울증 호 당 2012.7.17 내리는 빗줄기 속으로 흐릿한 시선을 보낸다 우산 박고 무리지어 가는 녀석들 나는 터널을 걷고 있는 걸까 객석에서는 손뼉 치고 즐기는데 무대는 비었는데 나 혼자만 동구만이 앉았는 것 같다 모두 환자야 박차고 나와 우산을 버리고 그냥 비를 맞는다 시원해 이제.. 자작글-012 201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