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굽다 고등어 굽기 호 당 2012.6.21 처음 사귈 때 고등어 굽는 냄새에 끌려 뒤에 숨은 비린내는 없었지 고소한 맛 너는 안 돼 비린내 품고 있어 헤어지자고 통고했건만 탱탱 매달린다 식어버린 고등어 식은 커피에 립스틱까지 묻은 것처럼 벌써 맛이 간 것 싸늘하게 식은 밥 먹듯 하라고 비린 것이 .. 자작글-012 2012.06.22
개가 웃는다 개가 웃는다 호 당 2012.6.21 그렇게도 그 자리가 좋아 차지하려 아옹다옹하다가 슬그머니 물러앉아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보기 좋게 날개 달고 내로라 호령하고 시치미를 뗐다 새와 쥐는 내막을 다 알고 입 다물고 있지만 어디 오래갈 수 있나 낮에는 해님이 밤에는 달님이 다 비추어 기가 .. 자작글-012 2012.06.22
커튼을 치고 커튼을 치고 호 당 2012.6.20 고층 아파트의 여름밤 활짝 열어젖혀 발산하고 싶은 나이 굳이 연분홍 커튼을 쳐야 한다고 둘만의 영혼을 부딪히면 되지 밖으로 마음 뿌려야 편해진다고 붉은 공간으로 가득 채워두었더니 그제야 연못으로 향하여 배꼽 아래 한 점에 낙점하고 서로 녹아들 때는.. 자작글-012 2012.06.20
산수 傘壽 ★ 산수 傘壽 ★ 호 당 2012.6.20 제 분수를 알고 인생을 넉넉하게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나이라는데 나이 부대는 커다랗기만 했지 속은 쭉정이 같다 우산을 얻었어도 요긴하게 쓸 줄 모르는 산수 그렇지 제 분수만큼 취하고 나머지는 우산살이 휘도록 막아야지 산수는 우산 넓이만큼 꽉 찬 .. 자작글-012 2012.06.20
초원은 시들고 초원은 시들고 호 당 2012.6.17 번쩍이는 모표를 단 모자 비스듬히 눌러쓰고 초원을 희망차게 뒹굴었지 그 초원에는 어린 풀에 눈뜨게 하고 물주고 쓰다듬고 같이 놀았지 세월은 그대로 두질 않아 넓은 초원은 무성하지만 내가 노니는 초원 한 귀퉁이는 무서리 내려 폭삭 시들고 나도 시들.. 자작글-012 2012.06.17
반주곡 반주곡 호 당 2012.6.13 맨송한 소리만 난다 혼자란 말인가 더불어 소리에 덧칠이나 하지 달랑 맹물에 면발 띄워봐라 꾸밈없는 국수 반주 없는 맨 소리 비빔밥이 왜 맛나는지 알겠지 감자는 밭고랑을 따라가며 거름 주고 물주고 북돋우어야 밭고랑만 살아나나 백 댄스도 있고 조명도 있고 .. 자작글-012 2012.06.14
꽃 꽃 호 당 2012.6.13 나는 아직도 조화에만 매달릴까 걱정한다 누군가 꽃 피워 놓은 생화에 곁눈질하고 와서 조화를 걸고 생화인 듯 한다 펜 끝의 심연에서 밑바닥에 깔린 오물을 꿰뚫고 수면에 꽃피우는 조화 造化는 아직 무디지만 미소의 꽃으로 여긴다 찬 이슬 맞고 찬 서리 맞아야 더 향.. 자작글-012 2012.06.14
설사 설사 호 당 2012.6.13 나는 쾌변보다 설사한다 굳이 약을 먹어가며 멈추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걸음 종이로 받쳐 주는 것이 낫다 전용 화장실에서 주 2, 3회의 설사는 성도 윤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이때가 황금기였나 봐 시원하게 설사를 배설하는 일은 성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다 여름에 .. 자작글-012 2012.06.13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호 당 2012.6.12 문자의 장막을 덮고 이때까지 견뎌왔는데 이제는 아니다 훌훌 걷고 장막 안쪽세상을 맛보고 살아야지 지금 문자의 소나기를 맞고 있다 TV 자막이 뚜렷이 내게 비추어도 개의치 않으리 나의 작은 병 주둥이로 빗방울이 많이 고이.. 자작글-012 2012.06.12
젊음의 10대 ♣젊음의 10대♣ 호 당 2012.6.11 무더운 여름 푸름을 내 뿜고 내로라하고 눈망울 휘두르는 앞산을 보라 젊은 10대들아 여름만큼 대담하게 드러내는 젊음의 발산 희고 미끈한 종아리 가랑이에 찰싹 붙은 얇은 천 발산하는 젊음이 비 온 후 죽순 같다 호시탐탐하는 사자같이 야망의 붉은 혼을 .. 자작글-012 201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