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았다 참았다 호 당 2012.5.24 그 방은 영하 15도의 추운 밤 날이 밝기만 기다린다 자취도구는 얼고 물동이는 용솟음쳤다 방바닥으로부터 냉기를 막겠다고 교단*을 놓고 전기 장판에 얄팍한 침구 문풍지는 추위를 덧칠하고 부엉이만 나를 위로한다 에스키모보다 사치한테 뭐 새벽달이 더 카랑카랑.. 자작글-012 2012.05.24
묵뫼 묵 뫼 호 당 2012.5.19 고려장 하던 시대는 지났고 봉분을 보니 밥술깨나 먹은듯한데 후손들 뭐 하는가 팔도강산에 흩어지고 조상의 묘소 고향조차 희미해지고 물 흐르듯 세월을 흐르고 대는 대를 이어가도 신세대는 조상의 뫼는 나와 관계없는 존재 소나무 떡갈나무 뿌리박고 쑥부쟁이 비.. 자작글-012 2012.05.23
복지관 복지관 호 당 2012.5.18 모여든 주름살들 여기는 주름살 펴주고 즐거움 안기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방마다 꽉꽉 만원 무엇인가 모자란 것을 채우려 가슴 젖히지만 고여 든 것 별로 없어도 괜찮아 끼리끼리 모여 꽃장 뒤집는 것보다 좋지 같이 웃어주는 이웃과 말동무가 있어 누군가에 좋게 .. 자작글-012 2012.05.23
가을 강 가을 강 호 당 2012.5.18 가을 햇살은 부드러운 처녀의 손바닥 같다 평평하게 공평하게 대지를 누른다 햇볕 실은 가을 강은 즐거운 비명인지 재잘거린다 그리고 더 넓게 가슴 펴서 침묵으로 마음 다스려 흐른다 가을 강변을 홀로 걷는 마음 문득 그녀가 그리워진다 휴대폰을 눌렸으나 응답.. 자작글-012 2012.05.23
마내킹 마네킹 호 당 2012.5.23 멋진 모자를 눌려 쓰고 나를 바라보는 너 생환지 조환지 예쁘다 고정한 눈매를 보니 조화다 고운 옷 걸친 매무새 유행을 걸치고 눈망울 끌어들이고 태연히 서 있구나 요철이 뚜렷해 볼록한 것에 수많은 눈도장 받고 점잖은 사내도 침 꿀꺽하고 낯 붉혀놓는 군 전형적.. 자작글-012 2012.05.23
가까운 산 가까운 산 호 당 2012.5.19 장막에 가린 먼 산 보다 눈망울 창창한 가까운 산이 더 좋다 그 옛날 배고픔의 질곡을 짊어지고 수난을 당했었지 용케도 견뎌왔다 울울창창한 가까운 산아 우리에게 희망을 주어 우리도 창창하게 뻗고 있다 4계절에 걸쳐 희망을 떨어뜨리려도 너의 고마움을 실감 .. 자작글-012 2012.05.23
추억의 포구회 추억의 포구회 호 당 2012.5.4 백화 만발하고 풍요의 호수에서 백조떼 헤엄치고 놀던 신이 내린 낙원의 터전이었다 아 마지막 결심結審하던 인장은 먼지가 쌓였고 회전의자는 주인을 갈고 백조랑 물떼새 재잘대던 소리도 희미해졌다 포구에서 바닷냄새 베인 고목들 석양에 물든 호수를 바.. 자작글-012 2012.05.06
시계추 시계추 호 당 2012.5.4 활발한 시계추가 세월에 못 이겨 그만 멈추었다 그래도 마음마저 멈추지 않아 시든 장미라도 옆에 앉으면 제법 향기 맡고 꿈틀거렸다 그 힘만 믿고 전용기에 탑승하려 무장을 했더니 고개도 못 쳐든다고 성문을 닫아버렸다 지난 시절이야 창으로 꽉꽉 꽂으면 열기 마.. 자작글-012 2012.05.06
소용돌이 소용돌이 호 당 2012.5.3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소용돌이 될 줄이야 소낙비가 내리고 막 떠내려 오는 부유물 깊은 소에서 소용돌이친다 많은 청중에 파묻혀 한 마디 뱉은 한 토막 그렇게 상처가 되었단 말인가 일제히 포문을 열고 쏘아댄다 어지러워 어쩔 줄 모르고 변명 한마디 못하고 .. 자작글-012 2012.05.03
오아시스 오아시스 호 당 2012.5.3 불볕 아래 낙타를 타고 가다가 오아시스를 만나면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발자국이 남지 않는 은밀한 그곳을 축 처진 고환을 오아시스에 식혀 울렁이는 어둠의 시간 희미한 붉은 전등 아래 괴성과 교성이 범벅되어 흐릿하게 새어나가도 개의치 않는다 퍼내도 퍼내.. 자작글-012 201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