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다방 아가씨 지하다방 아가씨 호 당 2012.7.15 지하다방 아가씨가 선반에 둔 조화 같다 향기 없어도 색에 반할 조화 옆에 두고 추근대면 색만 쓴다 뿌리내릴 가망 없어도 황금 물 한 모금이면 금방 색이 진하다 보름달처럼 꽉 차면 그만 훌쩍 떠나 옮겨 앉는다. 자작글-012 2012.07.15
충격 충격 호 당 2012.7.15 몇 번이나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종강하고 이메일 운운하다가 다음에 라는 여운을 받아 놓고 가슴에 품었다 그럭저럭 시간을 흘리고 말았다 워낙 고답 高踏 한 은빛 구름 같아 감히 손닿을 수 없었지만 구름에 닿아 내 먹구름을 풀고 싶었다 가까스로 손끝에 닿.. 자작글-012 2012.07.15
부석사 부석사 호 당2012.7.15 가을이 듬뿍 내린 소백산 기슭에 뜬 돌이 있다는 부석사를 찾았다 올해 봄 악천 기상에도 불심의 그늘에 젖어 붉은 사과가 오롱조롱 매달려 마지막 한 점 더 채우려 가을 햇살을 열심히 모으는 중이다 108계단 밟아가는 길에 푸석거리는 알맹이는 없고 올곧은 불심만 .. 자작글-012 2012.07.15
불타는 가을 산 불타는 가을 산 호 당 2012.7.12 푸른 초록이 황갈색 떡잎 직전의 나이 화려한 바람 쐬어도 지난 적이 안타깝다 불타는 가을 산기슭을 껴안을 듯한 순한 바람이 불자 붉은 엔도르핀이 확 달아올라 파랑새는 할딱거린다 독수리의 눈알에 위엄을 느껴 갈대숲을 헤치고 단숨에 날아 산등성이 .. 자작글-012 2012.07.14
커퓨터교육 수강-2 컴퓨터 교육 수강-2 호 당 2012.7.10 서리 내린 이마를 훔치며 컴퓨터를 조작한다 저녁 무렵 나이에 문명이기를 다루려는 그들의 의지 돋보기안경을 연신 썼다 벗었다 한다 마이크의 낭랑한 목소리가 영상에 장미꽃으로 한들거린다 항상 한 발짝 뒤처져 고문관 별명 받기 딱 맞다 안내 받아 .. 자작글-012 2012.07.10
포구 조그만 포구 호 당 2012.7.10 낮에는 꾸벅꾸벅 아니 낮잠을 걸쭉하게 자고 있는 오징어잡이 배 리듬이 엇박자라 창녀같이 밤에만 활동해야 하는 어선 홍등가 집어등을 환히 밝히면 내 사타구니에서 뽑는 향내 쫓아 돌진하는 먹잇감 짧은 쾌감으로 널브러지게 나자빠지고 홍등은 꺼진다. 자작글-012 2012.07.10
어느 여름날의 오후 어느 여름날의 오후 호 당 2012.7.7 아무래도 육신이 축 늘어지는 여름철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보양탕 보신탕이 제격이다 또래 모임에서 탕으로 배 불리고 여분의 생각이 코밑까지 치밀었다 한동안 뜨겁게 달구던 시간이 끝내 이어지지 못한 것을 벌써 지워버렸지만 미련만은 남아있다 파동.. 자작글-012 2012.07.08
비 < 비 호 당 2012.7.7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 위로 너는 내린다 아니 골고루 내린다 그렇게 애 달구어 놓고 이제야 식히려 드는가 식는 소리 피식 피식 보라 들으라 껄껄 웃음이 터진다 아직 바다에 이르자면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조각조각 갈라진 마음을 한데 모으라 주룩.. 자작글-012 2012.07.07
가는 여인 < 가는 여인 호 당 2012.7.7 한때 적셔주던 비 젊은 나무를 흠뻑 적셔주던 비여 짧은 기간 나를 살짝 홀려놓고 그만 가는가 마음까지는 적시지 않았지만 너에 대한 미련만은 있다 가는 비여 얼마나 더 가야 강바닥에 이르는가 더 멀리 바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짧은 동안 적시고 가는 비. 자작글-012 2012.07.07
내 마음 내 마음 호 당 2012.7.7 내 마음에 걸어 놓은 악기 아무도 볼 수 없는 깊은 연못 속 울적한 느낌으로 가득한 거리를 걸어 나설 때면 꼭꼭 잠근 악기 꽃 무리에 둘러싸이면 감미로운 멜로디로 연주한다 내 마음은 맑고 흐림을 마음대로 조절 못 하는 천기 같은 마음. 자작글-012 201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