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 올라라 뛰어올라라 호 당 2012.12.1 땅강아지 한 마리 땅속을 헤엄치지 않고 지상의 먹이를 낚으려 한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메뚜기 한 마리 보고 기어오르다 미끄러진다 다시 오르다 미끄러진다 이제 포기하나 싶더니 모래 언덕 주위를 살살 돌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다시 시도 한다 이번에는 조.. 자작글-012 2012.12.02
그녀와 마지막 데이트 그녀와 마지막 데이트 호 당 2012.11.29 내 예감은 항상 퍼석하였으나 오늘만은 단단한 돌무더기에 입김을 불어넣어도 곧 하얗게 서리 맺힐 듯한 징조였다 항상 갖고 온 MP3기는 이어폰을 공동으로 귀에 걸어도 명랑하고 신이 난 듯한 멜로디가 흘렀는데 오늘은 둔탁하고 자꾸 절단된 다리 .. 자작글-012 2012.11.29
휘파람을 부네요 휘파람을 부네요 호 당 2012.11.15 획 획 휘파람을 분다 맘을 둥글게 말아 힘차게 불어낸다 큰 연못에 던진 낚시다 고기 낚이려나 획 획 휘파람을 분다 칼날 같은 소리 송곳 같은 낚싯바늘에 앞서 가는 처녀 낚아보려 턱도 없다 어느 얼빠진 가시네 휘파람에 낚일 얼간이가 있으려나 획 획 휘.. 자작글-012 2012.11.29
나의 그 시간은 심연의 바다 나의 그 시간은 심연의 바다 호 당 20122.11.28 칸막이 숲에서 뒤적거리는 책장은 검은 깨알만 박혀있고 내가 끌어내려는 어휘 한 알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그놈의 시어 한 움큼 붙잡으려 헐벗은 산으로 들로 불 꺼진 항구를 휘젓고 다닌다 어찌하다 손에 잡힌 시어의 뒤꼬리를 잡고 몸통으로.. 자작글-012 2012.11.28
병똥별 별똥별 호 당 2012.11.28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언젠가는 별똥별로 떨어진다 메마른 골짜기는 장마 때면 풍성하던 것이 그 기간이 지나면 목마른 대지 위에 팽개친 야생마같이 자라왔다 일찍 배고픔에 길들여서 잠시 풍성하게 안겨 줘도 항상 한꺼번에 거덜 내지는 않았다 내 유년은 .. 자작글-012 2012.11.28
지하도 계단의 생불 지하도 계단의 생불 호 당 2012.11.27 차디찬 돌계단을 칼바람이 휩쓸어도 바삭거리는 나무 이파리 하나 그 계단에 찰싹 붙어있다 생의 뒷골목에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은 낡은 건전지 같은 것이 쓰레기통에 버려도 아깝지 않은 이파리 하나 눈을 크게 더 거시적으로 보면 전생에서 보낸 .. 자작글-012 2012.11.27
침묵의 방 침묵의 방호 당 2012.11.25지적 눈동자가 가득한 곳그곳은 침묵이 샘물처럼 고여 있다생의 눈동자가 깜박거리고사색의 맥박이 뛰지만 모두 침묵의 샘물에 흠뻑 젖어있다이곳을 근무하는 이는 입은 있어도 사용을 자제하여 벙어리 행세다그러므로 이곳은 침묵으로 얻고 침묵으로 사색하고침묵으로 사귄다누가 상식 잃고 고주파의 파동을 일으키겠나발걸음 소리도 죽여 가며정숙 분자를 동요 시키지 않고 침묵 속에서 자양의 욕망을 얻고 온다. 자작글-012 2012.11.25
간주곡 간주곡 호 당 2012.11.23 시작부터 미끈하게 내 뻗고 나면 한숨 돌려야 할 공간이 있어야지 무료하게 보낼 공간이 아니고 생수로 채우고 다시 뻗을 수 있는 밑거름을 주는 것이다 사이에 중간 급유소가 되는 것이다 동강 난 마디를 그대로 두면 토막으로 끝나지만 그 사이를 아교풀로 두 동.. 자작글-012 2012.11.23
책임자라는 것 책임자라는 것 호 당 2012.11.23 적어도 내가 맡은 업무는 나의 나무로 뻗는 그늘과 뿌리와 맑은 바람이 골고루 수혜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에게 요구는 다양하다 안락의자가 모자람 없이 손님을 받아요 저에 배당받을 그 공간의 일부를 준비해주오 우리에게 충족할 더 많은 욕구를 쌓아주.. 자작글-012 2012.11.23
석양 석양 호 당 2012.11.22 인간은 너를 의지하면서 또 너의 존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지 않는다 서해 개펄에 가 봐라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 감추어 놓은 수많은 생명이 너의 붉은빛으로 익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서서히 썰물 빠지고 간혹 웅덩이에서 너의 붉은 조각들이 몸부.. 자작글-012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