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낡은 구두 호 당 2012.11.3 새 구두를 샀다. 새색시를 모신 것 같다 신방을 차리고 꿈같은 밤은 획획 지나간다 얼마를 흘렸는지 꿀물이 시쿰한 맛으로 흐릿해질수록 잔소리가 늘어난다 맑은 날만 관계해야 하고 궂은 날은 외출을 일절 금하던 네가 나를 아끼던 것이 아니나 다를까 구박이다 .. 자작글-012 2012.11.04
엄마는 뇌졸중 腦卒中 엄마는 뇌졸중 腦卒中 호 당 2012.11.1 항상 젊은 줄만 알았는데 서릿발 나이로 걷다 편안한 길에서 쓰러졌다 응급실에서 뇌진탕에 *뇌졸중이라 진단받았다 신경 다발과 실핏줄이 막 흐트러져 벌겋게 얽혀 종잡을 수 없단다 쉽게 비유하면 매운탕처럼 되었다는 한 톤 낮은말 맵고 시원해서 .. 자작글-012 2012.11.01
눈물 눈물 호 당 2012.11.1 아랫도리 젖어 들어오는 그이 배신에 부화는 들끓는다 벼루고 벼루다 어두운 밤을 타서 바닷물에 풍덩 하고 하소연했다 그이도 화답하는지 풍덩 했다 백사장에서 바닷물 말리며 다짐받는다 밤중만 헤매는 올빼미 눈알에 기어들어 날갯죽지 적시지 않겠다고 서로 바닷.. 자작글-012 2012.11.01
노총각 노총각 호 당 2012.10.31 무쇠 난로 아가리 벌리고 목말라한다 내가 콧대가 높은 것이 아니고 항상 엇박자는 불협화음만 내고 말았지 내 아가리에 석탄 한 움큼 삼키고 붉게 몸 달아오를 때야 와 모여든다 초록 연지 사향 냄새 풍기면서 빨갛게 맴돈다 아가씨 치마폭만 벌리고 있다가 내 양.. 자작글-012 2012.10.31
짧은 가을 짧은 가을 호 당 2012.10.31울긋불긋한 미니 바지를 입은 처녀들의 입에서 단풍잎을 풀풀 뱉는다불그레한 예쁜 여인 붉게 물들여 놓은 볼록한 젖가슴에반한 정신 나간 얼간이들만 와글거린다아무리 북적거려 봐도 탄성을 획획토해 봐도 몸에 흠집 내려 들지 말라하늘이 말갛게 아주 공평하게 부드럽게 어루만져 감사해야지셔터만 눌려 추억거리 장만하라내 붉은 사향 잠시 피우고 갈 테니 안타까워하지 말라난들 오래 머물고 싶지만 한당 寒黨 때문에 바삭거린다잠시 내 등을 밟고 지나가는 것만 허락하지 깊숙이 오묘한 곳은 사양하고 꼬리 감추련다. 자작글-012 2012.10.31
발뒤꿈치 발뒤꿈치 호 당 2012.10.29 그녀의 발뒤꿈치는 눈치에 무디어 겨울이면 더 밉다 양말은 신어도 싸리 울타리로 바람이 스며들어 문풍지 대신 비닐로 덮어씌운다 그러면 외부와의 차단으로 내부에서 상승과 하강의 기류에 따라 발뒤꿈치의 각질도 달라진다 별 1등성에서 5등성까지 밝기와 온.. 자작글-012 2012.10.30
보청기를 낀 사람 보청기를 낀 사람 호 당 2012.10.25 돋보기가 없었다면 그는 난청이 아니면 농자 聾者이었을것이다 청 청 맑은 하늘이 이유 없이 짙은 구름으로 캄캄해졌다 천둥 치는데 번개만 흐릿하게 지나갔을 뿐 비에 흠뻑 젖었다 처마 밑에 비 피하면서 애꿎은 보청기를 끄집어 톡톡 두드리다가 훅훅 .. 자작글-012 2012.10.25
주산지 왕버들 주산지 왕버들 호 당 2012.10.25 삶의 터전이다 이사를 꿈꾸어 본 적 없다 지금은 겨울옷 걸치지 않은 맨몸이다 얼음을 무릎까지 얼게 해야 내 몸을 따스해진다오 이렇게 해야 내년 봄을 더 아름답게 피웁니다 무릎 아래 발가락 사이에 고기를 잠재우거나 우렁이 동면을 깨우면 내 아랫도리.. 자작글-012 2012.10.25
그 시간이 가장 따듯했다 그 시간이 가장 따뜻했다 호 당 2012.10.24 어둠이 꽉 찬 거실을 문명의 빛으로 쫓아내고 리모컨을 움켜잡으면 금방 활기가 돋는다 파 뿌리 둘을 데우는 것은 부드러운 *깔개가 내뿜은 따뜻한 입김으로 그 공간은 아늑하다 하루를 버티기 버거운 짐 벗어 거실 바닥에 널면 긴장했던 고무줄이.. 자작글-012 2012.10.25
차가운 가을 한 귀퉁이 가차가운 가을 한 귀퉁이 호 당 2012.10.24 늦가을의 바람은 차갑다 몇 남지 않은 이파리가 오돌오돌 떤다 너도밤나무에 앉았던 새가 박차고 날아가는 바람에 마지막 남은 이파리 모두 떨어졌다 나 이제 벌거숭이 됐다고 안타까워한다 혼자 산을 오른다 싸늘한 바람에 나뭇잎 우수수 떨어진.. 자작글-012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