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개표 호 당 2012.12.19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은 눈을 감았다, 떴다, 안절부절못한다 전광판의 숫자가 떴다 사라졌다 그때마다 온몸으로 오싹 달싹 덩굴손을 폈다 오므렸다 땀방울이 송송 가슴이 조이고 쿵닥 쿵닥 이파리가 푸르락 붉으락 떤다 담벼락을 꼭 움켜잡고 위로만 바라.. 자작글-012 2012.12.21
버려진 의자 버려진 의자 호 당 2012.12.18 누가 의자를 버렸다 가만히 살펴보니 어지간히도 세월을 모질게 삭였던 모양이다 이음 세가 비틀어 비뚤거리고 귀퉁이가 허물어져 삶의 내력이 호사롭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도 처음에는 사랑을 듬뿍 받고 음부를 받들어 밤낮을 교차하며 안락한 밑바탕이 .. 자작글-012 2012.12.18
성모마리아 상 성모마리아 상 호 당 2012.12.18 서쪽 창으로 해는 비스듬히 마리아상을 비춘다 인자하고 사랑이 충만한 모습 햇볕이 비추든 아니든 그 모습 일그러짐이 없이 그대로다 많은 신자가 합장한다 달콤한 화음과 울부짖는 파열음과 소용돌이치는 절박함에도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믿음뿐이.. 자작글-012 2012.12.18
설렁탕 설렁탕 호 당 2012.12.18 추운 겨울날 당신과 함께 설렁탕을 나누고 싶다 나의 순수함을 받아주기 바란다 내 진심을 내 뼛속까지 우려내어 뽀얗고 구수한 내 맘을 그대에 바치는데 아직 망설이는가 나의 진심을 보여 드렸는데 하얀 인정미에 덤벙 뛰어 다가가서는 그만 멈칫하는가 따끈하고.. 자작글-012 2012.12.18
거꾸로 돌린 테이프 거꾸로 되돌리는 테이프 tape 호 당 2012.12.15 태백산에 눈 받아 안고 찬바람으로 내쫓을 때 춘양목도 벌벌 떠는 3월 뽀얀 흙먼지 덮어쓰고 눈알만 빠끔히 내밀고 달리는 털털이 버스는 시간도 시렁에 실어놓고 가다 서다 드디어 목적지, 여기 사회의 첫출발지점 가난의 굴레를 그대로 두른 .. 자작글-012 2012.12.15
4월의 하늘 4월의 하늘 호 당 2012.12.14 4월은 *잔인한 달 우리의 4월은 정말로 잔인했다 벼락 달린 우박을 퍼부어 울부짖는 풀꽃들을 쓰러뜨렸다 카리스마의 궁궐을 허물어 거기 진달래꽃 피우려 했다 4월의 우박은 잔인했다 핏빛으로 물들인 진달래는 꽃봉오리 채로 떨어졌다 피 흘린 꽃봉오리는 역.. 자작글-012 2012.12.14
운암지 못 운암지 못 호 당 2012.12.14 산 그림자 거꾸로 박혔다 거대한 어머니의 뱃속 잉태한 것 같다 햇볕을 깊숙이 끌어안은 연못 욕심 없이 모두 포용하고 다 들어내 보인다 잉어 떼들이 우르르, 이리저리 몰리고, 물 밖으로 내어 보낸 연잎, 개구리밥, 수련들이, 제철을 맞아 뱃속에서 발길질하고 .. 자작글-012 2012.12.14
독거 노인 독거 노인 호 당 2012.12.13 한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몰아 줘도 가난은 골라서 내립니까? 신이시여! 2평 남짓한 골방에 가재도구와 내 한 몸 누우면 꽉 채워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다 해가 뜨나 지나 빛 한 점, 온기 한 점, 얻을 수 없는 공간 문틈으로 밀려오는 찬바람이 나의 피부를 찌른.. 자작글-012 2012.12.13
장벽 장벽호 당 2012.12.13황혼이 모여 서로 얽히고설키고 한 가닥의 끄나풀로 나타날 때그는 벽을 두지 않고 다가왔다각기 황혼이 빛깔로 내려앉은 꽃밭은 황무지를 일군 비옥한 꽃밭이었다수레바퀴는 쉬지 않고 도는 동안황혼의 빛을 자주 비추지 못해같이 앉던 꽃밭이 황무지로 변해희미한 울타리만 가려 있었다그의 황혼이 더욱 붉어지고 주위에서 횃불로 밝혀 북돋우어 주니지난날의 추억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뭉개버렸다내 희미한 황혼빛으로 장벽을 허물지 못한 것이다전자 메일의 총알을 탕 탕 쏘아도 고압적인 장벽은 끄떡없어 뚫지 못했다황홀하지만, 황혼은 지평선이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마라. 자작글-012 2012.12.13
신세대 신세대 호 당 2012.12.12 폭격 맞은 돌밭을 화약 냄새 지우고 손이 문드러지도록 가꾸었다 배고픈 허리 펴지 못하는 쑥부쟁이는 풍요의 땅 가꾸는데 다 바쳤다 몇 번 강산은 변했다 풍요를 일구어낸 쑥부쟁이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대대로 쑥부쟁이 쑥부쟁이 쑥부쟁이 새파란 쑥부쟁이는 내.. 자작글-012 201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