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유세 호 당 2012.12.12 황무지 땅을 일구어 비옥한 땅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쉬운 말이다 귓속 솔깃하게 속이고 뻥 틔워 우선은 별 한 점 끌어 잡아야 한다 온갖 선심에 내 호주머니에 있는 돈 뿌리는 것도 아니고 허공에 메달 아직 열리지 않은 열매를 따서 배를 불리겠다는 데 거절은 금물, .. 자작글-012 2012.12.12
썩은 머리만 굴린다 썩은 머리만 굴린다 호 당 2012.12.12 밝은 데서는 피하고 어두운 곳에서 잔머리 굴러 칼날을 휘두른다 황금의 혼을 짓밟을수록 곳간은 채우고 양의 가죽 쓰고 세상을 건넌다 비상한 머리를 굴러서 어둔한 사람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는 여우는 유쾌한 울음 짓는다 맑은 강물로 흐르려 해도 .. 자작글-012 2012.12.12
나의 노쇠기 나의 노쇠기 호 당 2012.12.11 수레바퀴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데 항우장사도 멈출 수 없다 傘壽의 우산을 쓰고 알약 털어 넣고 버텨 겉으로는 반들반들한 돌 같지만 속으로 바람 든 뼛속이 구멍 뚫려 허벅허벅하다 무딘 낫자루 들고 휘둘러 거뜬히 풀 한 짐 베어오고 예쁜 것만 보면 왕성한 .. 자작글-012 2012.12.11
영남 아동 문학회에서 영남 아동 문학회에서 호 당 2012.12.10 그곳 꽃밭에선 억센 팔뚝에 연필을 움켜잡고 꽃의 심성을 그리고 있었다 연약한 꽃잎을 보듬어 꽃망울 활짝 터뜨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워낸 억센 팔뚝은 숨겨 놓은 수정 덩어리다 그 팔뚝으로 휘두를 때 어린 꽃대를 꿰뚫어 서정의 꽃을 피운 것.. 자작글-012 2012.12.11
함박눈 함박눈 호 당 2012.12.7 가까스로 버스에 올랐다 흠뻑 맞은 눈이 후끈한 인정에 스르르 녹아버렸다 어려운 일이 저만큼 쉽게 풀린다면 좋겠지 버스 승객은 바깥만 바라보며 입은 굳게 다물었다 저마다 생각을 그리는 중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핸들을 조작하는 기사는 색깔 없는 무지개를 .. 자작글-012 2012.12.08
한 점 찍으려 한 점을 찍으려 호 당 2012,12,7 어린 눈동자가 모여있는 곳 빛만 내리면 쑥쑥 자라 큰 재목으로 나아갈 이들이다 훌쩍 뛰어든 새싹들의 풀밭 눈비 바람맞으면서도 그냥 목동으로만 있을 건가 목장 관리인으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 않아 앞뒤 좌우 경쟁의 칼날은 예리의 차이다 더 열심히 갈.. 자작글-012 2012.12.07
연필을 깎다 연필 호 당 2012.12.7 너의 훤칠한 매력 달콤한 향기는 내 의사표현의 욕망을 충분히 이끌어준다 야반도 아니고 벌건 대낮에 너를 안고 하얀 보료 위에서 일을 저지르고 난 다음 보라는 듯이 흔적을 남기고 싶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고운 옷 벗긴다 그제야 너의 핵에서 발정의 향을 뿜는다 와.. 자작글-012 2012.12.06
눈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눈을 고정되어 있지 않다 호 당 2012.12.7 여자의 치마가 치렁치렁 길 때는 아름다움의 못을 박아두었다 서양바람에 동양바람이 섞여 끊임없이 불어온다 짧게 더 짧게 찌푸리던 눈은 즐거워 자꾸 위로 올라간다 이제는 귀찮은 치마 누가 입어 벗어라 바지는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야 헐렁한 .. 자작글-012 2012.12.06
울창한 숲 울창한 숲 호 당 2012.12.7 울창한 숲이다 거룩한 어머님의 숨결이다 내 마음 허전하면 무시로 들락거린다 그러면 푸른 입김으로 맞는다 오늘에야 깨닫는다 푸른 어머니 뱃속에 들어갔을 때 덜 된 인생을 인큐베터 Incubator 에서 삭이고 있다는 것을 초음파 속을 거쳐 내 몸 환히 씻고 있다는 .. 자작글-012 2012.12.06
지하 상가를 가가 지하 상가를 가다 호 당 2012.12.1 겨울바람이 귀를 찌른다 지상의 군상들이 생존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입을 크게 벌린 하얀 이빨을 밟고 아래로 빨려 들어간다 거기 지하는 뱃속 같은 곳이 소시민의 각축전 터전이다 햇볕에 숨어서 갖가지 기억들이 저마다의 방식에 따라 삶의 가지를 흔든.. 자작글-012 201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