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지문 호 당 2014.2.12 지문 인식기에 갖다 대면 에러 난다 이제 나는 어느 한 대열에서 낙오된 느낌이다 대나무 속 같은 공허한 마음 한구석이 나를 슬프게 한다 평생 자갈 시멘트를 만지는 일 거기서 내 젖줄을 끌어 빨았다 기운이 보채고 그 일도 못 해 인감에 지문을 등록해서 보조라도 받.. 자작글-014 2014.02.13
물집 물집 호 당 2014.2.12 새 신 신고 좋아하며 걸었지 평생 집 한 채 장만 못 한 내가 물집 하나 마련했지요 절벽 같은 발가락 옆을 헤치고 제법 큰 평수를 장만한 거지요 유목민 파오 같은 집에 가재도구는 마련 못 하고 출입문도 없는 물집 그 속은 가재도구 대신 욕망과 회한의 수정체가 투명.. 자작글-014 2014.02.13
행운을 찾는 길 행운을 찾는 길 호 당 2014.2.12 어딘지 모르지만, 이 길로 가면 행운의 끝이 보일까 밤낮으로 출렁이는 바닷바람 비릿한 냄새 맡겨 놓고 자궁 속으로 기어들듯이 파고 또 파고든다 거기 황금의 맥이 있을 것 같고 영광의 깃발이 펄럭일 것 같아 무작정 깊이 파고든다 수만 가지 갈래 길 중 .. 자작글-014 2014.02.13
너무 삭막하고 가슴 답답하다 너무 삭막하고 가슴 답답하다 호 당 2014.2.8 냇가 도랑이 바싹 마른 지 오래다 음침하고 건조하고 울적한 시간만 흐르고 폐 계에게 수탉은 눈도 흘겨보지 않는다 나 혼자 식당에 들려 막 먹어 치우고 싶다 통닭 한 마리 다리를 딱 벌리고 떼어 입이 비좁을 정도로 막 쑤셔 넣고 씹어 버리고 .. 자작글-014 2014.02.08
내 훈계는 잘들다 내 훈계는 잠들다 호 당 2914.2.8 여학생의 말싸움이 얼굴에서 머리카락으로 화염이 번져 속치마까지 불붙었다 교사는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친구들이 와르르 달려 들여 분리했다 회초리로 흑판만 후려치고 훈계는 공중에서 웃고 있었다 혼잡한 도로에서 청소년이 싸워도 못 본 척이 상책.. 자작글-014 2014.02.08
녹슨 낫 한 자루 녹슨 낫 한 자루 호 당 2014.2.7 녹슬고 무딘 낫이라도 그대로 두면 쓸모없는 연장 쉬지 않고 사용해야 녹슬지 않아 낡은 낫이 저마다 숫돌 얻어 날 새우려 한다 오래 묵은 무딘 낫으로 손보아 희망 키워야 할 나무를 맡기고는 요모조모 잘 다듬어 키우라 한다 잘할게요 무딘 낫을 새파랗게 .. 자작글-014 2014.02.07
소 풀 먹이기 소 풀 먹이기 호 당 2014,2,7 그때 소는 제산 제1호 모내기 밭갈이 일 끝나면 휴면시간 딸랑딸랑 풍경 울리면 신 나는 시간 소 풀 먹이로 산으로 들로 나간다 옆구리 볼록하거든 집으로 오라 먹여도 먹여도 옆구리는 움푹 파이고 억지로 물 먹여도 머리 내저어 풍경만 울리고 하루살이 날 파.. 자작글-014 2014.02.07
난 난 호 당 2014.2.6 고고함을 안다 사철 변하지 않는 절개 누가 너를 희롱 하더냐 날카로운 손톱으로 막으려 했지 서로 마음 통하는 날에는 그윽한 향을 날려 추파 보내고 화답하는 눈총이 너를 아낀다 언 듯 부는 작은 바람에 너의 향기 천리 날려 네 고고한 품격 아는 자는 상좌에 앉히고 향.. 자작글-014 2014.02.06
삼류 대중탕 삼류 대중탕 호 당 2014.2.6 나에게 준 하루가 값비싼 것만 행복이 아니다 삼류 탕은 미지근한 온수도 아니고 기름때 둥둥 뜨는 탕도 아니다 까마귀 모욕하고 오줌 똥 찌려 놓은 탕도 아니다 거기서 몸을 담그고 마음을 담그고 행복을 둥둥 띄운다 찬바람 귀를 째는 밖에서 고물 줍는 이 생.. 자작글-014 2014.02.06
단디 하라 카이 단디 하라 카이 호 당 2014.2.5 어메는 나에게 심부름하라 칸다 냇물 도랑 건너 아지매댁에 봉다리 잘 갖다 드려라, 퍼뜩 가래이 봉다리 잘 들고 가, 햇눈 살피지 말고 잘못하면 터진다, 낭패 보지 말고 나는 좋아 싱글벙글했다 아지매 한데 가면 과자랑 곶감을 주어 언제나 빈 입으로 보내지.. 자작글-014 201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