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증 울렁증 호 당 2014.1.13 겉으로 멀쩡해서 물이끼 물풀을 기르고 있지만 밟으면 수렁의 늪 밟히지 않으면 편안하지 연못의 잔잔한 물결은 아주 양호 바다 파도 부두를 찰싹찰싹 때리는 것쯤은 좋아 그저 그렇게 가만히 두는 것이 좋고 같은 반의 무리 속에 있는지 없는지 들어내어 보이고 싶.. 자작글-014 2014.01.13
발작하는 여자 발작하는 여자 호 당 2014.1.13 내 하체는 달의 주기에 따라 냇물을 새빨갛게 적시는 것은 폐계가 아니라는 신호 그 무렵 발작은 만조에 이른다 그때 타인의 소유물을 점유할 때의 쾌감은 절정에 닿는다 밝은 달밤 당신은 너무나 밋밋해 옆집 총각 때 묻은 손수건의 향기가 여름밤의 밀물이.. 자작글-014 2014.01.13
지하주차장 지하주차장 호 당 2014.1.12 내가 길들인 악어를 끌고 나오려한다 하강 계단을 밟을 때 꼬꾸라질까 봐 비뚤거릴까 봐 벽의 안내와 부축을 받는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은 불안스럽다 내 관절을 과부하에 조금만이라도 주리려 비스듬히 쓰다듬으면서 내린다 하강할수록 깊은 바닷속으로 스.. 자작글-014 2014.01.12
연탄가스 중독 연탄가스 중독 호 당 2014.1.11 서민만 울리는 살인자 거리엔 잘 먹고 거들먹거리는 졸부들을 두고 가난한 집만 찾아드느냐 중독도 여러 가지 있지 돈푼깨나 뿌리는 술중독 도박중독 하필 가난한 자만 찾는 가스중독 비옥한 땅에서 자라 웃자라는데 메마른 땅에서 겨우 목숨 이은 이파리에 .. 자작글-014 2014.01.11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호 당 2014.1.11 형광등 밝게 켜 놓고 소파에서 뒹굴었어 남편도 나도 신이 나서 씩씩거렸지 어젯밤을 깡그리 잊고 말았지 소파는 침대보다 가장 안락을 주는 곳인데 그것을 잊다니 흙 묻은 발로 소파의 등을 밟아서는 안되지 포대기를 덮어주고 손바닥을 포개고서 편안히 누.. 자작글-014 2014.01.11
가느다란 생명 가느다란 생명 호 당 2014.1.8 화려한 시절은 지나갔다 육신은 부서질 듯한 과자부스러기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녹슬어 부러질 듯한 쇠막대 같은데 주위는 괴괴하고 이웃은 잠들고 긴긴 밤낮을 외로움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며느리 옆에 간호받은들 편하랴 자식 손자 각기 품 안에서 멀었.. 자작글-014 2014.01.08
교지 한 잎 날다 교지잎 한 잎 날다 호 당 2014.1.6 공무원 사회는 교지 敎旨 한 장 풀풀 날아 안기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절대적인 명이다 방석 두꺼운 것, 물 정자 좋은 곳에 날아들기를 기대하는 마음 졸리던 지난 시절이 그립다 내가 매주 이틀 몸담은 곳에 핸들을 잡아 운전할 새 교지가 날아왔다고 들었.. 자작글-014 2014.01.06
낡아 버린 것들 낡아 버린 것들 호 당 2014.1.4 옹이를 가진 고목 한 쌍 여기저기 구멍 틀어막기에 바쁘다 약이 없었다면 고통만 안고 그만 폭삭 주저앉았을 것이다 집안에 곳곳 먼지 쌓여 성능 잃어버린 것들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도 영 시원치 않다 그대의 골짜기는 민둥산이 되고 물을 머금지 못해 .. 자작글-014 2014.01.04
딱지 떼는 날 딱지 떼는 날 호 당 2014.1.3 바코드는 인정하는 딱지 처녀는 아름다운 순정품 딱지 바른 절차를 밟아 떼야지 때로 불의의 딱지 뗄 때도 있어 신 나게 달려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의 쾌감도 잠시 6만 원의 딱지는 지갑에서 뗐다 그래 아랫도리에서 떼지 않았어 전신주에 붙은 딱지를 뗄수록 .. 자작글-014 2014.01.03
태풍 태풍 호당 2014.1.3 한평생 연애질 못 한 내게 때아닌 봄 태풍을 몰아와서 달콤한 연분 날리고 지나갔다 태평양에서 발달한 태풍 마귀가 그녀에 뒤집어씌웠는지 나를 머리에 꽃다발을 씌워주고 연분홍 향기를 뿌렸다 복사꽃 피고 사과 배꽃이 수정의 준비를 마무리 못 한 채 태풍은 휘감아 .. 자작글-014 201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