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좋은 씨앗은 좋은 열매를 맺은까

좋은 씨앗은 좋은 열매를 맺을까/호당/2021.7.30 빨갛게 홍시 되어 침 흘리게 하는 감나무가 이웃 6촌 처녀 동생 닮아 늘 침을 흘렀다 좋은 품종을 심으면 좋은 열매를 보장한다니까 감을 심으면 고욤이 되고 스밀도 복숭아를 심으면 카툴 복숭아가 되고 홍옥 사과를 심으면 꽃 사과 열매를 볼 수 있다 알겠다 예쁜 6촌 누나 연애하겠다는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2세가 기형아가 어중이떠중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뿌리 깊은 나무는 열매도 좋다는데 가까이 있는 뿌리와 얽히면 그래 될까 윤리적으로 연애는 곧 결혼을 전제가 아니지만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참기로 했다

자작글-021 2021.07.30

연애

연애/호당/2021.7.30 성만 같다는 이유로 연애하지 말란 명제는 잔인하다 정이 깊어지는 가을 뿌리를 캐고파 파고 들어가니 내 곁에서 한참 먼 같은 나무뿌리가 얽히고 있다 같은 나무도 꿸 관이 다르면 접 부치기가 이루어지고 있어 그런데도 완강히 거부하는 부모님을 누가 이겨낼까 가라 나와 보지 않는 일 있을지라도 꽃길만 걸어라 나는 너를 사랑한다 죽어도 너와 한 이불 덮을 테다 내 가슴에 파인 응어리쯤이야 너를 안고 뒹굴면 풀린다 꿈에도 같이 얽혀 잎 피우겠다 연애는 먼 뿌리일수록 좋다는 말 나는 동의 할 수 없다 가까운 뿌리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작글-021 2021.07.30

이삿짐 꾸리기

이삿짐 꾸리기/호당/ 2021.7.29 내 직장이 한군데 고정한 것 아니고 겨우 안착할라치면 만기 됐으니 식솔의 목구멍을 촉촉이 적셔주려면 안 떠날 뾰족한 묘수는 없다 눈물 머금고 이삿짐 꾸리는 아내에 미안하다 못난 사람 만나 9번 이삿짐 산골로 두메로 농촌으로 겨우 바닷가로 그간 아이들 자라 상급 하교 보내야겠는데 산골에서 50리 걸어 중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 서울 이모에 맡기니 마음 쓰리다 사랑에 굶주린 그 애 보면 미안하다 얼마나 그리웠겠나 이삿짐 꾸릴 때마다 버리고 홀가분하게 마음이 깨진 것이 없어 잘도 견뎠다

자작글-021 2021.07.29

시쓰기의 고심

시 쓰기의 고심/호당/ 2021.7.29 하루 한 수 이상 쓰겠다는 마음 그것도 무리한 다짐은 아닌 듯하다만 때로는 못난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자신을 학대했다 거리의 젊은 또래는 뭘 생각하나 남녀끼리 어울려 놀고 떠들고 사춘기 아이들 처녀 꽁무니만 온갖 환심을 사려 행동하는 것보다 그까짓 돌보듯 나는 착각하고 있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봄을 모르는 인간이 무슨 시가 우러나겠냐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시드는 꽃이라도 불쑥불쑥 사랑이 돋아 쑥쑥 시를 뽑아내면 거리의 아가씨 치마 속으로 시 나부랭이라도 떨어뜨린다면 그도 좋아 흥분하지 않을까 아랫도리 불끈 솟는 지렛대의 힘으로 비 온 뒤 죽순 쑥쑥 돋듯 솟아낸 내 시의 위력이 발휘할 날을 기다리며 머리를 쥐어박는다

자작글-021 2021.07.29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호당/ 2021.7.28 엘리베이터를 탈 때 생각한다 질식할 듯한 물에 잠긴 삶을 산다고 가장 오래 견딜 13분의 자맥질 내 허파는 빵빵 부풀어 터질 듯 드디어 탈출 다시 장막을 밀치면 나의 휴식처 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가장 안락한 자맥질 3분.6분,10분,13분씩 자맥질은 쉽다 삶은 자맥질의 한 방식이다 물질하는 해녀처럼 동행자들 안녕 잠시 키와 눈 맞추고 가장 호사한 자맥질 삶은 혼자가 아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생각난다 물속을 자맥질할 듯한 삶 속에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자작글-021 2021.07.29

저축성 예금

저축성 예금 /호당/ 2021.7.27 한때 저축은 꿈이었지 개인은 물론 국부에 일조했으니까 돈의 가치도 아주 무거웠을 때였지 팽창은 좋은 것만 아니다 통화 팽창 부피는 늘어나도 내 마음의 무게는 가벼워졌다 지금 위정자는 곳간을 풀어 배고픈 자 살리자는데 누가 토를 달아 복지는 배를 불려 편안하게 하는 것 돈 몇 푼 그냥 두자니 더 가벼워지고 예금하자니 얄팍한 이율 어쩔 테냐 알아서 할 일 권장은 사치가 됐다 국민 80% 돈 준다는데 2차 재난 지원금을 내 예금이 더 가벼워질라

자작글-021 2021.07.27

토정비결

토정비결/호당/2021.7.27 내 어릴 적 농경시대 정초에 들면 토정비결로 신수 보는 것이 일상 예야 나 올해 신수 어떨랑가 하늘에 매단 나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만 해도 괜찮단다 어린 나는 배워서 안다 그대로 점괘를 읽어준다 알아들었는지 몰랐는지 그냥 신수가 좋네요. 하면 그만 나도 몰라‘미리도액하라’ 이 구절을 어떤 뜻인지 형에게 물어 그건 개인에 닥칠 액운을 미리 막는 일이라 했다 띄어 썼던 붙여 썼던 나는 몰랐다 뭐 신수 좋네요 이 한마디 그다음 반응은 내 몫은 아닌 거든 믿거나 말거나 하는 오락으로 보면 끝나는 일

자작글-021 2021.07.27

열매는 둥글다

열매는 둥글다/호당/2021.7.27 열매가 둥근 것처럼 사랑은 둥글어야 한다 연애할 때를 보라 누가 뾰족뾰족 날 새워 만날 때마다 충돌하냐 그저 둥글둥글 마음잡아야지 사랑은 잠시라도 가만있지 않지 푸른 바다 파도를 보면 안다 격렬할 때는 물론 잔잔할 때라도 끊임없이 찰싹찰싹 속삭인다 사과 같은 연인 향긋한 그녀의 향이 코를 단물은 입에 가득하면 연애는 무르익는 중 울퉁불퉁 모과 같은 여인은 신맛 쓴맛에 퉤퉤 하지만 버선도 재 짝이 있다 태풍에 약한 열매는 떨어진다 사랑은 달콤한 것만 아니니 단단히 여물게 단단히 매달리게 모든 열매는 둥글어 실하게 익는다

자작글-021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