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답답한 마음

답답한 시간/호당/ 2021.8.7 폭폭 찌는 여름 도서관 에어컨 냉기는 짜증을 잠재우기는 턱없다 친구 주철이는 뭘 하나 책을 펼쳐 놓아도 머리에 관통하는 것은 없고 며칠 전 깔깔거리던 생각만 떠 올려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가슴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 이걸 가라앉힐 묘약 야. 뭐하나 오토바이 몰고 삼거리에서 만나 긴 머리카락 휘날리고 주철의 넓적한 어깨 등에 기대 시원한 바람에 울화통을 토해냈다 기분 괜찮나 네가 있어 울화통을 날린다 시원한 커피 한잔으로 답답한 시간을 확 풀어버리자

자작글-021 2021.08.07

오늘

오늘 /호당/ 2021.8.7 무위는 습관화되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애면글면 해봐야 내 손에 잡히는 일거리는 없다 기껏 도서관에서 지층을 뒤적거리다 컴퓨터실에서 자판기로 답답함을 풀어낸다 하얀 눈발 덮어쓴 모자들끼리 커피잔을 들고 입 다물고 있으면서 가는 세월을 커피잔에 쏟아놓는다 건강해지려 발버둥 치면서 까짓 건강은 하늘에 맡긴다고 상실의 시대에 실렸다는 말 듣기 싫어 때로는 삼삼오오 커피잔을 들고 시가 어떻고 문학이 어떻고 짧은 밑천을 모두 쏟아내 봐야 거기가 거긴걸 그냥 껄껄거리면 된다고 저녁노을이 가슴을 찌른다 주섬주섬 자리를 뜬다.

자작글-021 2021.08.07

깜박깜박

깜박깜박/호당/ 2021.8.7 50여 년 엮인 영혼 깜박깜박할 등대를 찾으면 거기 내 기항지 당연히 아직 보이지 않지 새들이 보고 부러워 짹짹 주위를 맴돌아 주고 검은 밤은 더욱더 짙게 감싸 편안한 밤 지새우게 하지 50여 년을 하루같이 한땀 한땀 사랑 심을 장미꽃 수놓고 있다 바람은 그저 지나지 않아 꼭꼭 입술을 훑어 줍니다 깜박깜박할 나이 사랑은 깜박할 수 없지 밤하늘 별처럼 총총합니다.

자작글-021 2021.08.07

유랑극장

유랑극장//호당/ 2021.8.6 이 고을 내일은 저 장터 떠돌이 유성이다 TV도 라디오도 못 보고 커 온 세대 유랑극장도 마술도 좋은 구경거리 공중을 주름잡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관중의 입맛은 끌어당겨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앳된 아이들 소녀는 가느다란 줄에 삶을 맡기고 비상하다 낙하한 다 그러면서 삶의 균형을 잡아 관중을 서늘하게 한다 가느다란 줄에 맡긴 인생 믿어야지 그러나 줄의 속성을 알라 서로 얽혀 꼬여 비비 틀고 싶은 심정 어린 광대들 관중을 즐겁고 서늘하게 하는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한 송이 꽃이 위태로운 벼랑 끝에 피고 있어 안타깝다

자작글-021 2021.08.06

영산홍

영산홍/호당/2021.8.6 온갖 잡동사니 꽃 중에 허름한 바짓가랑이가 치마 펄럭한 가운데 영산홍이 끼어들었다 벌써 수벌들이 알고 눈으로 마음으로 윙크하고 야릇한 괴성을 낸다 숙맥인 나 그 짓도 못 하면서 가슴만 쿵덕쿵덕 수놈의 근성이 살아있기나 한지 밤 잠자리에 나타나 생끗 웃는다 이것 내 홍재수야 이튿날 영산홍은 담 돌축에서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너 날 좋아하니

자작글-021 2021.08.06

구름

구름/호당/ 2021.8.6 가을 하늘에 구름이 떠내려간다 구름 속에 옛 조상의 얼이 담겨있다 조상은 언제나 순박하고 법 없어도 사심 없이 살 삶의 의욕은 왕성했었으나 고향 지키기 바빴지 구름이 흐른다 고향 구름은 구름의 조상으로부터 이어온 추억을 담고 사연을 담고 있겠지 거기 내 유년의 추억이 담겨 있을 거야 고향하늘의 구름을 본다 고향 새만 보아도 반갑다는 옛말 어찌 반갑지 않으리오 옛 추억이 새록새록 흘러온다

자작글-021 2021.08.06

마스크

마스크/호당/ 2021.8.5 한창 마스크가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자 경쟁인 적이 있었다 머리 나쁜 사람은 줄 서서 한 시간이 든 두 시간이 든 기다린다 머리 빠른 자는 슬쩍 새치기 약사 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말 머리 좋다는 이는 더 머리 나쁜 자에 고발당해 맨 뒤에 서서 약사 빠른 생각이 가장 우둔한 생각임을 깨닫는 중 순리를 역순 시키는 일은 권력이나 제삼의 힘 그건 영원하지 않고 벌건 대낮에 증명하느라 후미에서 반성하는지

자작글-021 2021.08.05

지하 단간방

지하 단간 방/호당/ 2021.8.5 요즘같이 집값은 물론 전세 월세가 하늘 찌르르 듯한데 다행히 지하 단간 방을 얻었다 밝음을 모르고 어둠이 짙게 쌓인 방 내 꿈은 어둠에서 밝혀 비춰주는 태양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어둠만 쌓이다 보면 내 물건끼리 비추어내는 자신들의 생각도 어두컴컴하여 곰팡이가 슨다 전등불을 밝힌다 이것도 내겐 부담을 준다 환하게 밝은 빛을 받은 내 물건들 서로 자기만의 색깔로 드러낸다 서로 주고받는다 맞아 바로 이것이다 내 지하 단간 방에서 빛을 발하려 지상으로 뻗어 낼 거야

자작글-021 2021.08.05

갈대가 우는 소리

갈대가 우는 소리/호당/ 2021.8.5 한때 그 산 중턱엔 갈대밭이 있었다 연인끼리 부둥켜안거나 마음도 뒹굴고 양주잔도 뒹굴고 갈대는 깔깔거리며 우리를 응원했다 노을 짙은 언덕에 갈대는 고개 숙이고 하얀 머리카락 입에서 한숨만 들린다 즐겁던 자리는 양주잔도 채취도 사라지고 서걱거리는 갈대의 울음만 있다 세월은 자꾸 떠나고 해맑은 달밤에 전깃줄만 윙윙 울어 댄다 내가 그리는 그대 목소리를 찾아 헤맨다 행여나 그의 채취가 묻은 스카프가 날려 와 전깃줄에 걸려 울고 있지 않을까 그 산 중턱은 갈대도 뒹굴던 자취도 깔깔거리던 괴성 갈대 우는 소리도 메말라 죽은 갈대만 고꾸라져 있다

자작글-021 2021.08.05

사랑법-2

사랑법-2 /호잔/2021.8.5 첫사랑의 기억도 없으면서 다 살아간 나이에 들어서 사랑(미친바람) 이란 것이 내게로 달려오는데 지각도 없었다 미친바람이 지나간 뒤 그 바람 왜 안아 주지 않았을까 후회 비슷 자책 비슷 겨울 들어 대여섯 날 지나 정기적인 듯 눈이 내린다 눈 내린 날 가슴 설렌다 한 테이블에 앉았으면 좋을 그 낭만적인 시간도 스쳐갔다 꽃이 먼저 향 뿌리며 한들거리는데 둔각 어렴풋한 짐작만으로 그치다니 달래주지 않은 고드랫돌 허가 난 도로만 굴리고 있을 뿐

자작글-021 202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