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부부싸움

부부싸움/호당/ 2021.8.25 신혼은 깨 쏟아내는 일만 아니다 자존심 싸움은 복싱보다 더하면 더했지 정통으로 레프드 훅 나는 어퍼컷을 맞받았다 닭싸움처럼 피 흘린 결판 이건 무모한 꽃 꺾기인 걸 살다 보면 알게 돼 물러서고 피하는 것은 복싱의 기술 이걸 몰라 자존심만 앞세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이 명언을 이내 알아차렸다 금방 꺾인 꽃이 목 빳빳이 세워 방긋거렸다

자작글-021 2021.08.25

늦깎이-1

늦깎이-1 /호당/ 2021.8.24 한글 낱자를 늙은 입술에 매달아 풀풀 날려 답답한 마음 풀어 내주는 일이 신이 나서 더 물을 뿌렸다 코로나 19의 공포 겁에 질려 단풍잎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오랫동안의 휴식 질병 관리청의 혜택 받고도 두려움 가시지 않아 집에서 콕 하는 자 겨우 몇몇은 열심히 가꾸기에 힘써 고목에 잎 되살려내고 있다 배움의 갈증은 별로 느끼지 않은가 봐 밝은 세상에 카드 한 장으로 쉽게 생활할 수 있는데 뭐 늙어도 삶이다 그것 몰라도 지금까지 잘 살았어 코로나가 고개 숙이면 더 늦깎이로 시작해도 괜찮아

자작글-021 2021.08.24

시들한 이파리

시들한 이파리 /호당/ 2021.8.23 보이지 않은 코로나 공기 중 어디 있을 것이다 2차 백신 접종까지 거쳤으니 설마 나에게 이런 자만심으로 친구를 만나면 소리 없는 말이 물 끼 없어 시들한 이파리 같다 3인 삼색의 색깔로 스피커를 열면 비슷한 레퍼토리는 비 오는 날 우울한 빗소리처럼 들린다 한 자리에서 회식하고 귓바퀴에서 맴도는 낱말이 귀청까지 미치지 않을지라도 이러면 됐지 행복이 별것인가 시들어진 이파리에 생기 넣어 헛김 새어 나가지 않게 얼굴 빡빡 씻어 기운 펼쳐라

자작글-021 2021.08.23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 놀이터 /호당/ 2021.8.23 순도 99% 정수를 쏟아 놓는다 어머니 근심 안 해도 좋을 어린이 놀이터 놀이기구에서 마음 처바르는 아이 자전거, 킥보드, 축구공 차기 야구방망이 휘두르는 아이 스마트폰 게임 마음 그려내는 모양이 나이 자람이다 어머니 마음 졸이기 전에 자리 뜨는 아이 신변 정리할 것이다 보다 웃자란 새싹 결국 팽창한 가슴은 스마트폰 벨이 전송한다 누가 이 정수가 요동치는 놀이터에 돌을 던지랴

자작글-021 2021.08.23

킥보드 타는 어린이

킥보드 타는 어린이 /호당/ 2021.8.22이건 단순히 장난감으로만 보지 말라미래를 이끌 동력의 첫 단추라 생각하자어린이가 킥보드를 탄다동력을 밀어내고 뒤로 밀리면 앞으로 진행한다생각 한 꾸러미 일어나면좋을 텐데작용 반작용이란 것지금 몰라도 돼내가 앞으로 나아가면세상이 뒤로 밀린다길가 개망초꽃이 방긋한다비둘기가 구구 응원한다네가 자라 후계자는어떤 것을 탈까난 망아지가 이끄는나무토막이었으니까

자작글-021 2021.08.22

비 맞은 장탉

비 맞은 장탉 /호당/ 2021.8.21 며칠 궂은날 비 맞고 방황하는 짓 어깻죽지 처진 장탉 백양나무 잎이 발랑발랑할 때 갠 날 고개 푹 숙이고 젖은 눈을 아래로 뜨면 비 오는 날 날씨 탓인가 짜부라진 장탉은 예쁜 옥이를 불러내어 분위기 좋은 다방에서 실컷 수다 떨다가 노래방에서 퍼덕였다 여자는 꽃이라잖아 수다 떨고 신바람 날려 질 나쁜 말은 입에 담지 않아 교양 없는 장탉이 되기 싫은 거다 초라해지지 말고 날개 퍼덕거려 툭툭 털고 옥이 분 냄새 맡아 우울한 맘 깨워보렸다

자작글-021 2021.08.21

길 위의 유랑자

길 위의 유랑자/ 호당/2021.8.21 국적이란 사치스럽지만 숙명적으로 메인걸 텐트는 사치라 거들떠보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비틀어 놓으면 우리끼리 통하는 몰스 (Morse code)부호 같이 굶고 같이 먹고 구름은 제멋대로지만 정형된 벽돌보다 더 강하다 그날그날 하루살이처럼 충실했다 자찬한다 길가 개망초꽃처럼 천대받을수록 강하단다 신문지 한 장이면 5성급 호텔 버금쯤 가지 누워 잠들면 내 방인 걸 유랑은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유식하지 않아 구수한 사설 조로 읊으면 지갑 뒤지는 이도 있다니까 길 위 유랑자에게도 낭만은 있다

자작글-021 2021.08.21

어는 노인의 레퀴엠

어느 노인의 레퀴엠(Requiem)* /호당/ 2021.8.20 핏기없는 하얀 백양나무 잎만 몇 잎 발랑발랑 바깥은 내 영역이 아니라 방안에서 기거나 엄금 엄금하거나 펄쩍펄쩍하거나 이방 저방 이동이 낙이다 머리털은 한두 군데 있을까 말까 먹기 위해서 산다 싸면서 먹고 먹으면서 싼다 한때 엉겨 붙고 큰소리 뻥뻥 도깨비바늘처럼 닥치는 대로 붙으면 성공이라 쾌재도 세월에 녹아버리고 아홉 구멍은 물론 예외의 수렁에 모두 열려있어 틀어막아도 세고 틀어막아도 터지고 시시각각 차오르는 만조처럼 수위는 높아가고 예측한 듯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이탈의 준비로 피안을 꿈꾸고 무슨 곡이 들릴 듯 말듯 **레퀴엠(Requiem): 진혼곡

자작글-021 2021.08.20

하늘이 주는 하얀 마음

하늘이 주는 하얀 마음/호당/ 2021.8.19 지상으로 하늘 마음의 알갱이를 내린다 바싹 마른 마음의 벽에 산불 날까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 대지의 물상들이 저마다의 하얀 꽃을 피워놓는다 대지는 하얀 이불 덮고 포근히 잠든다 하늘이 내린 하얀 마음은 순수하다 내 머리 백수에 흰 꽃을 피우면서 이만큼 살았다고 바람 불고 햇볕 내린다 하늘의 마음을 요리할 차례다

자작글-021 20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