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이발하기

이발하기 /호당/ 2021.8.4 미용은 패션에 민감하다 지금 머리카락이 길다 싶으면 자르면 그만 종전에는 삭발 면도 세발 염색 안마 등 모두 거치고는 보이고 싶은 허망한 마음 한 조각 꽃도 엽록소도 피우지 못하면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쯤 아는가 남에게 혐오감 주지 않으면 되겠다는 생각 내가 마음 죽은 것이 아니라 마음 편한 쪽으로 담금질하는 중이다

자작글-021 2021.08.04

껍질 벗는 삶

껍질 벗는 삶 /호당/ 2021.8.4 뱀은 허물을 벗고 더 자란다 영덕 대게도 딱딱한 껍질 많게는 27번 벗는단다 새 껍질은 말랑말랑해 이때 더 크게 자란다 재학 시절 언제나 1등 했다 우쭐하다가 사회 나와 1등 못한 것은 껍질을 벗지 못했기 때문 새 상품 개발해 히트 쳤으면 새 껍질 벗으려는 생각을 머무는 동안 뒤를 밀고 보다 좋은 상품 나와 앞지른다 삶은 언제나 껍질 벗는다고 생각하자 늙었다고 무슨 껍질을 고정관념을 벗는 것. 배우는 것 책에서 진리를 얻는 것, 생각을 새롭게 하는 것, 등 아직 말랑말랑한 껍질이라 생각하는 것 껍질 벗으면 세대 차는 물론 새 삶을 내다볼 수 있다

자작글-021 2021.08.04

훔쳐보기

훔쳐보기/호당/2021.8.3 침을 꿀꺽 넘길 듯 매혹한 하얀 다리 아이스크림처럼 단맛 향기 풍긴다 모퉁이서 엉큼한 화경으로 확대한다 티 없는 하얀 천사의 치맛자락 휘날릴 때 살짝 들어낸 하얀 다리 도둑눈으로 시각의 초점을 맞춘다 오이밭에 아침이슬 머금은 싱싱한 풋내 향 확확 뿌려 시각은 물론 후각이 즐겁고 채신머리없는 촉각이 들먹거린다 미끈한 장다리 또래 풋 가슴이 침 흘리는 짓을 희끗희끗 눈 내린 아침마당을 흘끔 훔치려는 짓은 가당찮아 빗자루로 눈 쓸어내는 편이 낫다 기차는 벌써 떠났다

자작글-021 2021.08.03

사랑법

사랑 법/호당/ 2021.8.3 농경시대 가부장은 엄격한 가풍을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해 왔다 그 밑에 유교적 냇물에 닳은 넓적 돌에 눌려 버텼다 흰 두루마기 갓에 긴 담뱃대를 휘저으면 달콤한 향 뿌릴 때는 기분이 거나해서 눈깔사탕 한 알 입에 넣고 먹어 먹어 어깨 툭툭 친다 이것이 그 시대 사랑법인가 봐 새벽녘 술이 깨자 자는 아이들 깨워 논밭으로 끌고 나가 아침 일하고 오이 참외 한 개씩 안겨준다 아침 품삯이라 하면 그렇고 어쨌든 좋아 우적우적 깨물어 단물 넘기면 거기 아버지의 사랑이 녹아 넘어간다 보릿고개 시대의 가부장은 들어내 놓고 사랑 표시는 양반 채면 깎이는 채신머리없는 짓이라 속으로는 지새기 핥아주고 업어주고 싶지 시대상을 모르면 야속하다 여길지

자작글-021 2021.08.03

뒷모습

뒷모습/호당.2021.8.3 서리 내리고 뒤뜰 감나무 한그루 유독 배배 꼬이고 볼품없는 감 하나 서러운 노을 받아 더욱 측은해 보인다 어쩌면 내 어린 추억을 닮은 듯하다 남에게 큰소리 한번 못하고 넓적한 돌에 깔려 떠받고 올라오려는 노오란 새싹이 제자리에서 뱅뱅 꼬여 자란 뒤뜰 감 같다 올해는 그렇다 치자 내년 또 그 후년에는 활짝 기를 펴 둥글고 탐스러운 감 주렁주렁 달고 봐라, 나도 이럴 때가 있음을 알라 뒷모습이 초라하게 보인다 해서 앞모습도 초라하면 생의 전부를 전생의 업보인지 몰라 분명 뒷모습이 보기 좋으면 앞모습이 좋다

자작글-021 2021.08.03

대나무 숲

대나무 숲/호당/ 2021.8.2 마음 비우면 저렇게 푸를까 욕심부리지 않겠다는 다짐 꼴 백 번 한 것이 검버섯만 키우고 마음 곧아 작정했으면 곧게 밀고 나가 신임받는데 나야 끈기도 참을성도 부실해 그만 주저앉고 관절 음만 삐걱거린다 너그럽고 관용 심 많아 미친바람 불어도 잠시 휘어졌다가 꼿꼿이 선다 나는 빳빳이 서서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다 허리 꺾이고 말았다 지금 이 시각부터 대나무 숲에 잠겨 마음 닦아도 늦지 않겠지

자작글-021 2021.08.02

물오리나무

물오리나무/호당/ 2021.8.1 메마른 몸으로 안간힘을 모아 봄 기다리는 친구야 나 먼저 봄을 안아 물올라 온몸 불끈 힘 솟아올랐다 조급한 나머지 꽃부터 피웠다 가장 왕성한 정력 한 뭉치 원한다면 줄 테다 마주한 느릅나무야 그 몸으로 봄을 안으려 하느냐 내 향기랑 정기를 몰아 줄 테니 뿌리를 깨우면 곧 봄을 둘러 온몸은 생동할 거야 길가 오리마다 우뚝한 나 이정표이거나 희망을 품을 물오리나무를 반겨달라

자작글-021 2021.08.01

열대야를 이겨내자

열대야를 이겨내자/호당/2021.8.1 문병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더 편하게 살면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옛날 모깃불 피우고 모기장도 귀한 보릿고개 세대 밤새껏 모기와의 전쟁으로 지치다가 새벽녘에 그만 모기에 항복하고 곤히 잠에 취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은 밤을 지켜 돌아가고 싸늘한 방안은 점점 빙점으로 내려 감기에 냉방병에 이건 문명이 준 덤이다 태양이 종일 열기를 토하다가 숨었지만, 자정을 넘어서도 토사물을 열기를 풍겨 조여 온다 나는 가끔 이열치열 방법을 처방한다 움직이지 않고 누워 TV 보거나 책 속을 뚫거나 매료되면 더위는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자정을 넘어 새벽 1시 아파트는 잠들고 나도 해님이 궁둥이를 툭툭 치면 오늘도 더위와 전쟁이 시작하는구나

자작글-021 2021.08.01

고독

고독/호당/ 2021.8.1 고독이 지나치게 굳으면 운암지 인공폭포 화강석 같다 그들끼리 어깨를 포개도 마음은 따로따로 놀아 조금도 통하는 쪽이 없다 폭포수가 떨어지고 힘찬 물줄기의 짜릿한 매질에 깔깔거리는 아이들도 없다 허옇게 속 타 내리는 물줄기가 뿌연 거품으로 보이면 얼마나 고독이 굳으면 저렇게 보일까 흰 물줄기가 뚝 끊어지면 검 칙칙한 가슴 드러내 햇볕에 밀릴수록 고독은 굳어만 간다 더운 바람 쐬며 뒤뚱뒤뚱 할 나이 이곳 찾아봐야 아무도 반길 자 없는데 기를 쓰고 찾아올까 그건 인공 폭포의 돌처럼 무심하고 거기 내 마음이 포개 굳어 있어 이다 흰 물거품 내릴 때 속 터질 듯한 마음이 곤두박질 처서 산산이 부서진다 시원하게 보이는 것도 시원하게 보이지 않은 마음 속가슴은 고독이 굳은 이들이 이곳 인..

자작글-021 2021.08.01

등단의 무게

등단의 무게/호당/2021.7.31 시어를 붙잡고 끈질긴 보람에 시단에 올랐다 친구들 진정인지 농담인지 기다렸다는 듯 비문을 써달란다 100 t의 바위에 눌린 듯 108 번뇌의 자비에 눌린 듯 한편으로 내 밑동에서 불쑥 솟는 자존심이 쳐들었다 100 t이든 108 번뇌든 불쑥 치받아 옮겼다 자존으로 쓰인 비문이 후일 눈을 번뜩번뜩 천지도 모르고 깨춤 추듯 한 시어가 죽은 혼을 벌떡 일어 세워 배회하지나 않을까 어쨌든 짓눌린 자존심을 번뇌도 돌의 무게도 파도에 묻어버리고 밀려온 미역귀에 싱그럽고 파닥거리는 시어는 등단의 무게였다

자작글-021 202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