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푸른 밤의 행로

푸른 밤의 행로/호당/ 2021.7.14 찔레 밑동 새순이 쑥쑥 벋을 나이 내 행로는 푸르다. 누가 밤을 검다 하나 내 시간은 푸르게 밤을 밝힌다 유독 스탠드의 빛이 푸르게 빛나고 침대가 푸른 파동치고 있어 팔딱팔딱 뛰는 메뚜기 펄쩍펄쩍 뛰는 개구리 푸릇푸릇한 새싹들이랑 모두 정기가 펄펄 요동치고 있어 까만 밤을 푸르게 태워버리는 신혼 밤의 행로는 푸르다

자작글-021 2021.07.14

자존심

자존심 /호당/ 2021.7.12 내가 좋아하는 일 하려면 자존심 세우지 말자 지난 적 횃대 오르려 숱한 수탉에 내 벼슬의 상처쯤은 참았지 맞서려는 어리석은 짓 대장 수탉을 보라 암컷 거느리려면 울대 비틀려지는 일 닥칠지라도 자존심 꼿꼿이 세운다 어둠 몰아내려 울대 세워 폭포처럼 힘찬 목소리 새벽 불러 드리고는 활개 친다 인생 후반전 아니 연장전에 꼭 이기려는 어리석은 짓 요령껏 버텨 비겨 서로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 술술 풀린다

자작글-021 2021.07.12

내 사랑은

내 사랑은/호당/ 2021.7.11 희디흰 달래처럼 진한 향기 품을 나이 대지는 온통 흰말로 덮여 날뛴다 내 가장 좋아하는 된장 끓일 때의 향기가 흰 알갱이로 내린다 그 속을 당신은 하얀 드레스 입고 나풀나풀 나비춤 추며 내게로 온다 어두운 밤 펄펄 날려 어디에 앉을지 방향 잃으면 나는 하얀 양초가 되어 온몸 다해 불 밝혀드리리 흰 깃털은 나를 위해 날갯짓하다 떨어져 펄펄 날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입김 호호 불어 ‘ㅅ ㄹ’밭침만 날릴 뿐 사랑은 손잡고 걸어 눈 내리는 밤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는 일이다

자작글-021 2021.07.11

재봉틀 박음질의 소리

재봉틀 박음질의 소리/호당/2021.7.10 타르를 탈탈 히히 헉헉 숨 가쁘게 박는 음향 뒤끝 쾌감의 자국들 박음질 달달 여운의 선율이 감미롭다 누가 서 있다 청춘이 흩날려 나비 한 쌍 주거니 받거니 하늘 높이 올라가는 현상은 사랑이 불 지르기 때문이다 재단사의 박음질 뒤 끝은 신사 숙녀복이 탄생하고 어느 때는 아기 울음이 감미롭고 청춘의 박음질 소리는 사랑을 익혀간다

자작글-021 2021.07.10

모자지간

모자지간 /호당/ 2021.7.9 모자지간 그 사이를 잇는 고리 하나만 온전하면 터지지 않아 할머니가 손자 걱정하면 내 걱정이니 어머니는 건강 걱정만 하라고 겨우 돌다리 두 개 밟았는데 하나만 밟으라고 나무란다 고리 하나만 엮이면 줄줄이 엮입니다 나는 어머니 걱정 내 아들은 내 걱정 바람이 획 불어 꽃대 꺾이고 부두 조각배끼리 부딪친들 제 그림자 남기더냐 내 핏줄이 거기까지 미치는데 어찌 그리 생각이 다르냐 정 情도 세대 차인가 서운하다

자작글-021 2021.07.10

방황하는 주인

방황하는 주인/호당/ 2021.7.8 한 터전을 잡고 우뚝 선 갈대 가장으로 자리 잡아야지 언 듯 부는 바람에도 방황하는가 가장 싱싱하게 힘 뻗어 새 떼들 함부로 앉지 못하게 눈 부릅뜨고 눈총으로 쫓아야지 늦가을의 바람에 자꾸 꼬꾸라진다 더 자세를 낮추면 훨씬 안전하다고 그 뀀에 그만 반 토막으로 고꾸라졌다 가장이 줏대 흔들리면 가족들 마음은 물가로 간다 아니 기러기 따라나선다

자작글-021 2021.07.08

70여 년전의 사진

70여 년 전의 사진/호당/ 2021.7.8 낡은 필름을 한 장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인하했다 추억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오랫동안 잠자던 목소리가 제각각의 음색으로 귓가에서 맴돈다 반남박씨의 일족 어매 큰 어매 아지매 아제 할배..... 그 밑에 조무래기들 부랭이 골이 확 다가왔다 지하에서 숨 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겠지 지상에서 숨 쉬는 행복 재회는 아직

자작글-021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