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전화벨

전화벨 /호당/ 2021.7.7 벨 소리는 똑같은 멜로디다 유독 수신하기 싫은 신호판 칡넝쿨에 얽힌 석벽을 기어오르고 싶지 않았다 우연히 한자리에 대화 중 종교의 덩굴로 얽혀 보란 듯 등 밀었다 한사코 헤쳐 나왔지만 그리 싫지는 않아 대화라는 말꼬리가 얽혔다는 자체로 만족했다 그 인연으로 시 한 수 탄생하고 시집까지 나누었다 그는 고리에 엮였다는 생각인 듯 메시지에 카톡에 벨이 잦다 벨 소리에 응답하기 싫고 칡넝쿨에 감기기도 싫다 나는 무종교다

자작글-021 2021.07.07

인생무상

인생무상 /호당/ 2021.7.7 삶과 죽음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는 것을 거부하는 마음에 인생무상이라는 흠이 생긴다 바람 불고 비 오고 눈 오고 꽃 피고 지고 뭐 이런 것에 유난히 의미를 두지 말라 평생 마음에 꽃피지 않는다 年年이 층층 쌓여 곳곳에 틈이 생기면 쓰러진다 같은 삶 또래들 풀꽃처럼 사라지는데 어찌 무상이란 마음의 벽에 흠집이 생기지 않으랴 초연하게 세월을 받아들이고 행복이란 마차에 타고 신나게 달려 보는 게다 주: 1연: 서론 2연 평생 좋은 것만 있지 않다 3연: 인생무상을 느끼다 4연 행복을 안고 달리자

자작글-021 2021.07.07

절박한 순간

절박한 순간 /호당/ 2021.7.5 사랑이 농익은 참외였는지 털 벗지 않은 복숭아인지 창졸간 倉卒間 바람이 휘몰아친다 참새 한 마리 허겁지겁 내 품에 숨는다 뒤쫓던 새매는 허방에 빠졌다 할딱거리는 가슴 달밤에 파도는 절벽을 치며 묻는다 사랑하느냐 철썩철썩 내 따귀를 때리며 다그치는 듯 보석마저 빼앗길 절박함 아직은 이르다 새매에 쫓긴 절박한 순간 아직은 몰라 농익었는지 설익었는지 * 미처 어찌할 수 없이 매우 급작스러운 사이

자작글-021 2021.07.05

해와 달은 알지

해와 달은 알지 /호당/ 2021.7.4 웬만해서는 감정 드러내지 않는다 하는 짓거리 하도 딱해 얼굴 찌푸린다 두 동강 난 한국 왜 이렇게 됐나 내로남불의 검은 불이 타고 있어 보름달은 몸을 획 돌리자 은밀한 골목에서 뒷거래 억억 소리 겉으로는 가장 깨끗한 백지장 행세 이 밤이 지나 밝아 오면 모든 일은 태연히 흐른다 그래도 해와 달은 알거든 돌다리 건널 희망은 있었는데 워낙 강물이 도도하게 흘러 건널 의욕은 사라지고 한숨 소리 억 소리 해와 달이 아는데 민초의 귀 그렇게 어둡지는 않거든 노인들만 상실의 시대라고 말하지 말라

자작글-021 2021.07.04

풀죽은 배추잎

풀죽은 배추잎 /호당/ 2021.7.3 서산에 걸친 노을 보고도 아무 걱정하지 않은 나이 자고 일어나면 풀죽은 배추잎 빳빳이 살아난다 먹구름 타고 들리는 조전 귓가에서 사라진다 육지에 붙들린 장어 꼬리치고 팔딱거리는 힘 언제까지 가나 빗줄기 타고 지상을 거닐던 지렁이 햇볕 쬐기 전에 제 자리 찾아야 할 텐데 풀죽지 않으려 폐활량을 키워 밤 세면 배추잎은 팔팔해진다

자작글-021 2021.07.04

환경파괴

환경파괴 / 호당/ 2021.7.1 천성산으로 터널이 뚫리면 도룡뇽은 죽어 지율스님이 목숨을 내놓고 단식 중 그래 맞아 여론은 응원했다 며칠간 비는 억수로 내린다 황토물이 쏴쏴 기를 편다 폐수랑 가축 인분이랑 흘려보낸다 흘러가면 그만인 것 오존층이 뚫려 이상기후가 밀려왔다 설마 내 심장까지 뚫릴까 터널은 개통했고 도룡뇽은 알을 낳았다 환경파괴 없는 건설은 드물다 얻은 것이 더 많으면 어떻게 결론 내면 좋을까

자작글-021 2021.07.02

화이자 백신

화이자 백신/호당/ 2021.6.30 바다 건너 대륙을 이동한 백신 2차 접종 일이다 내 또래들 사신이 어디쯤 오는지 생각은 바보짓 태연하게 삶의 애착도 아니고 코로나 기류에 대항할 백신 호에 탑승한 것뿐 최상급 대접 5성급 호텔에 투숙한 듯 무임승차보다 더 안심한 시선이 비춘다 뒤뚱뒤뚱할 나이 화이자 백신이 내 박동을 하늘 끝까지 잇도록 오래 살겠다는 욕망이다

자작글-021 2021.07.01

경상감영공원에서

경상감영공원에서/호당. 2021.6.30 녹음이 피고 라일락꽃 향기 따라 벌 나비 춤추듯이 팔랑팔랑 모여들기는 잠깐 훤칠한 함바 꽃에 다가서기는 어렵잖았지 단풍잎이 뚝뚝 떨어지자 돌아서는 것도 어렵잖게 꽃이 시들어 툭 떨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별 상처 받는 것도 없고 섭리라는 방패로 삼으면 편한 것 꽃이 지는 것은 잠깐이지 꽃필 때까지 아기자기한 풍경 잊기는 쉽지 않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보지 않아 잊는 것도 잠깐임을 좋을 것을 쉽지 않네 경상감영 풍광이 그대로인 것처럼

자작글-021 2021.06.30

양심-1

양심-1 /호당. 2021.6.29 양지와 음지는 영역 다툼한다 항상 양지가 우세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이다 음지가 발동해 밤중 몰래 깨 단을 털어 올 때 깨소금처럼 고소하게 느꼈을까 햇볕이 부릅뜨고 가슴을 찌른다 어찌 인간인데 아무렇지 않겠나 독버섯이 뾰족 솟을 때는 깨는 고소한 맛을 잃고 저들끼리 탄식한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현수막이 농부의 애통함을 품고 눈물 흘린다 뭐 하늘이 알고 초목은 알아도 주인은 몰라 마음이 쿡쿡 찔러대도 아무렇지 않은 자는 도벽에는 벽 없이 길 트인 자다 개돼지는 양심이 있는가

자작글-021 2021.06.29

삶과 죽음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호당. 2021.6.28 팔팔한 검버섯 몇이 묵향에 잠겨 가장 반듯한 고딕체 몸짓이 하루 밤사이 된서리 맞아 폭삭 고꾸라진 고추나무처럼 찌그러진 언어 몇 개 저기압의 내습에 쌓인 먹구름 덮였다 묵향도 비틀거린다 의미 없는 글자에 덧칠 덧칠하다가 내가 지금 어디 있지 자기를 잊어버리고 만다 빈 쭉정이는 이미 영혼은 일부 떠나고 껍데기만 남았다 조등은 점등만 기다린다 링거를 꽂고 신음 없이 여기냐 저기냐를 왔다 갔다 한다 빈껍데기는 부풀렸다 찌그러졌다 하는 영혼의 유영 살아남을까 여기와 저기의 경계에서 획 두세 개 떨어져 나간 글자 몇 개

자작글-021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