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마지막 귀향지

마지막 귀향지/호당. 2021.6.13 잘났다 으스대거나 돈 자랑 자식 자랑하거나 우쭐하는 가슴아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맑은 숨 쉬면 그만인 것을 오늘도 웃음 띠고 흰 머리카락 날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이 행복을 알겠나 링거를 꽂거나 제정신 누군가에 맡기거나 업보를 치를 통증 안거나 밤새 안녕 인사 대신 하거나 누구나 마지막 귀향지 한 점 흙 내 맘 유유자적이면 그만이다

자작글-021 2021.06.13

6월에

6월에 /호당. 2021.6.11 밤나무 밑에 들면 6월의 향기가 물씬 난다 짙은 향에 취하다 보면 몽롱하다가 문득 떠나간 애인의 얼굴이 다가온다 결혼 대잔치인 듯 벌들이 마음껏 배를 불리고 즐긴다 배고픈 것보다 더한 설음은 없지 보리는 익어 탱탱하고 감자는 검푸른 가슴 내밀며 내 안의 정기는 영글어진다고 자랑한다 6월 땀 뻘뻘 흘릴수록 내 안의 실속은 익어 누구도 훔쳐 가지 못한 속살 태양이 내게 가까울수록 내 안을 다져가는 6월이 좋다

자작글-021 2021.06.11

하교하는 고등학생들

하교하는 고등학교 학생들/호당. 2021.6.11 삼삼오오 등 뒤로 신바람이 밀어준다 교실에서 대학 문 까지 도달할 동력을 얼마나 키웠을지 생각하지 말라 이 시간에 내린 팝콘이 톡톡 튀고 있어 파란 신호다 건너라는 것 눈 뗄 수 없어 바쁠 게 있나 톡톡 튀는데 엄마 학교 다녀왔어요 그래 식탁에 준비한 간식 있어 학원 다녀와야지 굴레는 또 조이는 군 영수학 피아노 태권도 학원이 목 조른다 어깨 축 내려앉는다 대학 관문은 멀다

자작글-021 2021.06.11

코로나 백신 접종

코로나 백신 접종 /호당. 2021.6.9 한점 미동하는 백신 지진에 흙냄새 못 맡는 자 유독 민감해 입원하는 자 내 마음 한 귀퉁이에 약간은 미동했다 또래 나이 모두 물레방아로 이르는 수로로 흐르는데 그 방향이 정석이면 같이 흐르는 것이 순리다 물레방아 홈에 고인 물처럼 출렁일 때마다 안내자는 진정시켜주었다 무섬증은 사라지고 마지막 낙차 지점 이르러 따끔한 자극은 백신을 품었다는 신호다 가장 안락한 대접 한차례로 코로나 방어벽을 둘렀다

자작글-021 2021.06.10

바위틈에 소나무 한 그루

바위틈에 소나무 한 그루 /호당. 2021.6.6 바위틈에 삶을 박은 소나무 뿌리는 물을 갈구할 텐데 나라면 이겨낼 수 없다 갈증도 배고픔도 보릿고개처럼 겪을 텐데 끄떡없는 네게 어찌 경배하지 않으리 질땅보다 메마른 땅에 내린 맘이 더 많을 텐데 무논에 빨대 꽂고도 얼굴 찌푸려 부끄러워진다 시련의 틈에 뿌리박은 네 꾿꾿한 푸른 기상이 장하다 아무리 우려내도 내 시는 푸를 수 없어 내가 밉다

자작글-021 2021.06.07

짝사랑

짝사랑 /호당. 2021.6.5 나를 좋아한 척하지 않았다 며칠 안 보면 오금 시려 찾으면 연못 정자에서 요염을 토할 뿐 눈 한 번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강당 뒷자리에서 뒷모습에 취해 강사에는 대면하는 척 눈은 엇각으로 투시하고 귀는 급행열차가 됐다 연못에서 수컷과 손잡고 물땡땡이는 뱅글뱅글 잘도 돈다 내 쪽으로 오는 듯 가까워지는 듯 가슴 콩닥거리다가 허탈만 안았다 혼자만 좋아하는 혼자만 애타는 이루지 못한 사랑 너무 잔인했다

자작글-021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