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어깨동무를 거부하면

어깨동무를 거부하면/호당. 2021.4.19 풍요롭던 연못의 물고기 물 방게 소금쟁이 개구리 거북..... 어깨동무를 거부하자 둑이 툭 터졌다 어디로 갔는지 밑바닥은 뻘밭 거기 찍힌 발자국은 누구 건가 새때도 날아들지 않는다 뻘밭은 단단히 굳어 거북등처럼 갈라진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연못에 배불뚝이 두꺼비가 점점 홀쭉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깨동무를 거부한 앞마당 꽃밭엔 꽃도 벌 나비 노래도 없었다

자작글-021 2021.06.20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호당. 2021.6.17 내가 지구상에 살아있어 오늘 하루가 무의미하지 않도록 우주를 유영하는 것과 노점상이 과일을 펼치고 기다리는 것과 뭣이 다를까 나는 뭔가 다르게 하려 하늘 열차로 용지 성을 가련다 우주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 노점상 난전 펼쳐 기다림과 다를 바를 생각 한다 하늘 열차가 환상이라면 생각 나름이다 이 열차는 광속도로 달려 용지 성에 닿을 것이다 아래로 내려다본다 나약한 인간들 개미 떼처럼 일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내가 훌쩍 지상을 떠났다고 해서 편안한 물만 마시고 있는가 황금성을 거쳐 수성을 지나 또 다른 항성을 거쳐 용지 성에 닿는다 지상의 입술들 식물을 위한 처절한 경쟁을 본다 덜커덩하는 바람에 우주의 어느 항성에 내렸다 지상 노점상의 기다림이 하늘 열차로 용지 성을 ..

자작글-021 2021.06.17

복숭아 씨앗

복숭아 씨앗/호당. 2021.6.17 세상에 모든 씨앗은 어미에게서 떨어져야 한다 어미와 헤어졌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아무도 울지 않고 어디 가든 원망도 슬픔도 짓지 않는다 형제들의 운명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흙과 어울려 파고들어야 희망을 싹틔운다 흙 속으로 흙 속으로 흙과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싹 틔울 재간은 아무도 없다 물같이 흐르면 희망의 싹을 보장받는다

자작글-021 2021.06.17

삼인 삼색의 조화

삼인 삼색의 조화/호당. 2021.3.16 자기 색깔을 슬며시 감줄 나이 하늘은 구름이 덮거나 우박이 내리거나 폭풍우 뿌리거나 파란 하늘 꿈꾸고 참고 견딘다 만나면 색깔을 감추고 파란 하늘을 품으려 애쓴다 하기야 팔팔한 나무이파리였을 적 본색 팍팍 드러내고 향기 뿌리고 했던 시간 흘러 단풍 들고는 슬며시 뒷짐 진다 삼색 어울리면 제3의 색을 탄생한다 오늘은 어떤 색깔 표출할지 기쁜 가슴으로 만나러 간다

자작글-021 2021.06.17

뒷모습

뒷모습/호당. 2021.6.14 모임에서 언제나 자기만의 차림 한 마디씩 핀잔을 받고 뒤돌아 앉은 뒷모습엔 검독수리 발톱 핥긴 자리 같다 뒷모습이 보기 좋은 사람 앞모습에는 향기 날린다 모둠 밥상을 배려 없이 태풍 휩쓸고 간 자리 만들고 어이없어 좌중은 수저 들고 멍하니 바라본다 새 모둠 밥상 차려 왔다 멀쑥해진 콧잔등에 빨강 코딱지 붙자 슬쩍 가리나 뒷모습 머리통에 진눈깨비 붙었다

자작글-021 2021.06.14

꿈을 잃은 사람

꿈을 잃은 사람/호당. 2021.6.13 늙어서 이 나이에 무슨 꿈이 있겠나 할 일 있나 기껏해야 여기 와서 나무 그늘이나 정자에서 흐릿한 눈 멀뚱멀뚱 몸은 참배하는 자세를 마스크가 부추기고 있을 뿐 꿈을 실천하는 겁니다 자연을 사색하고 나를 생각해보는 것도 꿈이에요 늙은 머리 녹슬지 않게 생각하고 읽고 듣고 쓰고 하세요 풋내 나는 소리 하네 눈이 침침해 귀가 어둑어둑해 손이 떨려 운신도 힘들어 여기까지 매일 오는 것도 행복이요 꿈이에요 꿈을 잃은 사람은 먹고 자고 똥 싸고 이것도 꿈이라면 상실 시대의 꿈이에요 아주 조그마한 꿈을 펼치세요

자작글-021 202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