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동천동 구름다리

동천동 구름다리/호당. 2021.6.27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른다지* 동천동 다리 아랜 자동차가 흐르고 내 마음 세월 따라 물같이 흐른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동천교 다리 아랜 연인들이 흐른다 여름 햇볕 화끈 질끈 나를 달구는데 구름다리 태연한 듯 하품하는 동안 찬바람 토해내니 오싹 싸늘하다 동천동 다리 아래 인생이 오간다 그리움아 물러가라 꿈이여 오라 사랑이여 머물러라 새날이여 오라 구름다리 끌어안은 느슨한 오후 꿈꾸듯 태평한 행복이여 오라 *아폴리네르의 시. 프랑스 세는 강에 있는 다리

자작글-021 2021.06.28

이 위기를

이 위기를 /호당. 2021.6.27 가까이 냇물이 흐르고 나는 그 옆에 뿌리 뻗고 마음껏 거들먹거렸지 조금 멀리 떨어진 친구는 부러워하고 처녀들 줄을 섰거든 내 콧대는 높아지고 내려다보면 아등바등하는 친구들 측은해 보였지 저 멀리 먹구름 밀려온다 조전이 들린다 내 앞까지 온 먹구름 간곳없이 사라진다 냇물이 바싹바싹 마른다 지금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자 뿌리는 마르기 시작했다 그 많든 내 뒤는 아무도 없다 살아남을까 훈풍 일자 북풍이 쫓아버리니 더 많은 비품은 구름만 기다린다 내 사랑하는 여인 다시 돌아올까

자작글-021 2021.06.27

자전

자전 /호당. 2021.6.25 그녀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풍뎅이 고개 틀어놓으면 자기 삶을 회생하려 돌았다 나는 그걸 자전이라 불렀다 내 삶의 뒷그림자를 거울삼고 앞을 저울질하며 그녀에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봄날같이 따스하고 꽃만 필 줄 알았지 그녀는 방실거리는 낯빛으로 나를 맞았다 때로는 비에 젖은 그녀의 모습 *함초롬해서 더욱 끌렸다 풍성한 앞가슴에 사랑이 그득 할 것이라 믿음이 갔지 때로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나 내면에 버들치 꼬리 살랑살랑 치고 맑은 물 흘려보냈다 자전은 자기 삶을 회생하는 노력과 스스로 꾸릴 줄 아는 성정이다 그녀는 자전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내 마음 받아주오 큰소리치고 달려들었다 *젖거나 서려 있는 모습이 가지런하고 차분하다. 가지런하고 곱다는 뜻

자작글-021 2021.06.25

풍향계

풍향계/호당. 2021.6.25 바람 부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지만 아무래도 바람났는지 요리조리 좌정 못 해 가슴 뛰는 풍향계 밤이 누렇게 익어 바람 타는 계절을 맞고도 끄떡없이 지키는데 유독 일찍 바람 탄 밤송이 남 먼저 쩍 벌려 알밤 보내고 빈자리가 너무 허전했다 웬만한 바람에 성차지 않아 하얀 가슴을 딱따구리가 콕콕 찢을 때 짜릿한 쾌감 이건 늦바람의 울렁증이다 나야 바람 따라 *빌붙는 풍향계다 획 방향 돌리자 빈 밤송이는 툭 떨어져 처박히고 말았다 풍향계는 바람맞지 않아 정심이야 *권력이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위해 남에게 기대다

자작글-021 2021.06.25

입맞춤

입맞춤/호당. 2021.6.24 꽉 잠긴 대문을 열고 들어갈 허락은 없다 대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일은 부질없다 남자의 자존심을 최대한 높여 밀고 들어가는 무지막지한 짓 이건 무식과 무지의 소치다 사랑이란 열매를 얼마나 달구어 붉게 하느냐는 햇볕을 꽉꽉 쬐어 주는 일이다 마음의 꽃다발을 주는 일 빗장이 풀린다 동굴 같은 광장에서 혀와 혀의 만남 단물이 샘솟듯 줄줄 흐른다 마음을 빨아들일 때는 사랑의 열매가 붉어가고 있었다 대문 밖은 높은 절벽이 턱 버티고 있다 이 절벽을 허물어뜨리는 일이 내일이다 초심을 잃지 말자 절벽은 턱 버티는 산맥 같은 묵직한 맘 여기서 콧대 높이는 일은 사랑에 대한 배신이다 납작 엎드려 사랑은 굳었노라고 역설했다 입맞춤은 내 증표만 붙었다 다른 바코드는 얼씬 못한다

자작글-021 2021.06.24

삭정이

삭정이 /호당. 2021.6.23 푸르다고 큰소리 내지 말라 네 옆구리엔 *삭정이 있잖아 지난 적 한 몸통으로 내통하고 살았잖아 어쩌면 너보다 진실하다 샅샅이 뒤져봐야 하얀 속살 한 점 부끄럼 없이 그대로다 겉말은 진실이 담긴 듯 번지르르 행동은 비실비실한 뒤안길 한 몸통인 걸 푸르다고만 외치지 말라 삭정이가 더 진실하다 * 살아있는 나무에 붙어있는 마른가지

자작글-021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