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새 신부 맞이 함

새 신부 맞이함 .호당 2021.5.18 나이키 포로세스 등 이름값 하느라 무대에서 앳된 처녀들이 발랄하다 맞선은 신랑 만족에 최선 중신애비는 교량을 놓는 데 애쓴다 내 발과 연 띠가 맞는지 사주보고 족탕에 들고 뉴 밸런스 new balance 어깨띠를 두른 아가씨가 매혹스럽고 눈웃음으로 끌었다 더 고급스럽고 우아한 무리 잘난 아가씨 무리에 들면 이것도 저것도 그만 혼돈해지기 마련인데 유독 내 마음 끄는 아가씨 뉴 밸런스 2002에 나는 사로잡혔다 와락 끌어안고 인연 맺자고 허락받았다 사랑 듬뿍 줄 테니 마음껏 보답해다오

자작글-021 2021.05.20

교단 필름

교단 敎壇 필름/호당. 2021.5.17 먼지가 쌓도록 비켜 둔 필름을 현상해 보았다 기억에 불붙여도 풋 입술엔 간혹 불티만 익어 살찐 입술엔 음색 성격까지 얹혀 불붙었다 50여 년의 불은 온기가 없다 내 안의 필름에 생기 살아나지 않아 내가 고사목이 진행 중일까 지금쯤 단풍이 무르익었을까 책갈피에 끼어 시중받을까 수두룩 쌓인 필름 내가 잊어야 할 생각들

자작글-021 2021.05.18

천직

천직 / 호당. 2021.5.14 師자 뺏지 번쩍일 때 天職躬行은 윤일선 교장 훈화의 대목 40여 년을 분필 잡았다 똑똑 불어지거나 쉽게 닳거나 막 지워버리거나 탁탁 털거나 사탕 하나 붙이거나 내 운행이었다 민들레 홑씨처럼 훌훌 날아갔고 나는 꽃대도 잎도 없이 뿌리박고 겨우 잇몸으로 세월을 삭인다 내 운행에 동승한 특히 가슴에 박힌 홀씨가 크게 성공하여 민들레 벌판을 거느리고 50여 년 전의 촛불에 불을 붙인다 내 말의 씨가 긴 세월 동안 머물다가 머리에서 새 촉이 솟는 듯하다 내 천직이 남긴 그 여운은 파동친다

자작글-021 2021.05.15

흔들리는 인생

흔들리는 인생/호당. 2021.5.13 내 생이 꼬불꼬불한 창자 같다 폭풍이 지나간 바다다 요 몇 년 전은 파랑에 배 띄워 포근한 잠에 취했다 미친바람에 내 배는 기우뚱 백지에 실린 시어가 바들바들 떤다 시시각각 높아지는 파고 더 빨리 기우는 열량계 바늘 이제는 바르르 떨림도 진폭으로 가슴 졸린다 어찌 고목이라 대접만 있겠나 그저 넙죽넙죽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명제가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라 뒤집힐까 두렵다 흔들리는 세상 속 내 인생의 흔들림

자작글-021 2021.05.14

도토리의 고집

도토리의 고집/호당.2021.5.11 땅속을 스며들지 않고는 싹 틀 수 있다고 버티는 도토리가 떵떵거린다 가랑잎에 덩그렇게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싹 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한 알의 밀알이 땅속에서 썩지 않으면 더 많은 밀알을 얻을 수 없단다 가랑잎이 바삭바삭하고 옆구리를 쿡쿡 찔러댄다 여기서 버틸 테야 다람쥐 산돼지 밥 되려고 물 끼를 거부하는 자에 촉이 튼다고 물 끼와 화해하는 자에 촉이 마른다고 그건 얼간이의 역설이야 물과 화합해야 한다 남과 어울려야 이루어진다고 가랑잎을 헤집고 땅과 화합하라고 땅은 부드럽게 안아 줄 거야

자작글-021 2021.05.11

신세대 어머니

신세대 어머니상/호당 . 2021.5.11 날씬한 몸매를 한껏 조여 내보이고 싶은 신세대 어머니 꼬마 아들 손을 잡고 학원으로 간다 사랑 끈으로 칭칭 묶인 아들 이 광경을 본 뻐꾹새 부러워 뻐꾹 뻐꾹 내 새끼 찾는 듯한 애절한 짖음 남에게 지면 안 돼 대순처럼 뻗도록 모든 광선을 모아준다 벌벌 떨어보는 것도 명약을 마다하고 아랫목에 앉혀 수도꼭지를 단다 물을 콸콸 틀어 놓을 테니 마음껏 휘젓고 물장구쳐라 아니다를 한 번도 겪지 않은 풍요의 신세대 북풍이 획 불면 금방 쓰러질라

자작글-021 2021.05.11

산골 가로등

산골 가로등/호당. 2021.5.11 나를 키워준 산골 밤은 적막했지 으스름 달빛 사라진 그믐 산골로 더듬는 길은 엄벙덤벙했다 개갈 가지 늑대 흙 덮어씌워 등골 땀 범벅 소쩍새 울음은 낭만이었지 전주가 들어서자 듬성듬성 지키는 가로등은 밤새껏 등 밝혀 낯선 이를 더 철저히 검문했지 꿈같은 가로등이 제 몸 불살라 빛내주고는 개 귀 쫑긋 세워 퀑퀑 소리 사라지고 TV 음향만 새어 나왔다 산골 가로등은 든든한 순라군으로 삶의 내력까지 살펴주었다

자작글-021 2021.05.11

출근길 화장하는 아가씨

출근길에서 화장하는 아가씨/호당. 2021.5.7 출근길 마주 앉은 묘령의 아가씨 하얀 다리가 유난히 뜨인다 남이야 뭐라 하든 열심히 화장 중 늦잠 잤거나 아침 거르고 화들짝 나왔군 젊은 눈이 늙은 눈이 같은 방향으로 시선이 꽂힌다 화장하는 얼굴이 아니다 야한 옷차림에 아랫도리가 훔쳐나간다 점잖은 체면에 고개를 돌리다가 또 힐끔 훔친다 채신머리없는 얌체라 속으로 꾸짖다가 은근히 즐기는 마음 화장은 잘 보이기 위한 변장술 사내를 꾀든 누구를 위하든 그건 자기 위장술이다 얼마나 고단했을까 얼마나 근무에 힘들었을까 안쓰러움이 신비한 구경거리 엉큼한 이중성의 인간

자작글-021 2021.05.07

오른손 가락 오른 손

오른손 오른손가락/호당.2021.5.6 오른손가락을 가장 신성시하는 민족 오른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 이 방법이 가장 신성시하고 가장 문명적이라 생각하겠지 뜨거운 국물은 코딱지 같은 열외존재 여행자는 같은 시늉 하고 칭찬하는데 그 문화를 거부당하면 한 끼도 거부할 텐데 그냥 좋다고 맛이 최고라고 이건 가면이다 답답한 자들아 관습이 뭐야 더 좋은 이기는 문명이다 숟가락을 써봐라 문명을 거부하는 자는 원시인이다 오른손만이 신성시하지 말아라 왼손이 운다

자작글-021 2021.05.06

물같이 살지라도

물같이 살지라도/호당.2021.5.6 가장 좋은 삶은 상선약수라 했다 내가 물같이 산다는 것은 맹물 속에 노닥거리는 것과 다르지요 물을 벌떡벌떡 마시는 것과 물속에서 자맥질하는 것과 같다는 것은 천만에 물에도 뼈가 있어 쿡쿡 찔러대고 심술 나면 물땡땡이처럼 맴돌리면 정신 잃고말고 폭포를 만나면 온몸이 부서지고 변하지 않은 것은 아래로 달리는 것 물같이 사는 것 쉬운 일 같으면서 어려워요 그래도 물은 낮게 흘러가고 나는 시늉만 하고 물을 마신다

자작글-021 2021.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