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부부싸움

부부 싸움/호당. 2021.4.23 신혼 초를 지나 권태기로 접어들 때쯤 시빗거리가 불쑥불쑥 드러난다 대세로 봐서 우위에 있으면서 항상 잽싸게 레프트 훅을 날린다 차마 녹다운 knock down 시킬 수 없어 섀도 shadow 복싱*하는 자세로 시늉만 한다 말싸움에 대해 당신은 잽싸게 얕은 잽을 날려 내 옆 볼을 집중하지만 나는 간혹 힘없는 훅으로 흉내만이다 그래 봐야 항상 다운하는 척하고 종결짓는다 이제 복싱할 백 글러브 낄 힘도 없고 아무리 구시렁거려도 귀 밖으로 흘린다 그것도 힘깨나 있을 때 지 이제는 여왕처럼 받들어야 반듯한 밥 한 그릇 먹지 내 빈틈이나 당신 빈틈이나 맥 빠진 틈새가 되고 말았다 *혼자 복싱 연습하는 것

자작글-021 2021.04.23

미세먼지 주의보

미세먼지 주의보/호당 2021.4.22 노곤한 늦봄 벌써 여름 날씨다 곤한 늦잠을 깨면 기분은 쾌청하지만 미세먼지 주의보에 나 자신이 혼곤해진다 내 시어가 뒤죽박죽 수미상관법이라 우기지도 못할 처지 콘크리트는 달아오르고 미세먼지는 코를 간질여 바싹 말린다 뭐 개으른 내가 어항을 물갈이하지 않아 비틀거리는 금붕어처럼 내 시어도 뒤죽박죽 도서관을 향해가는 길 대동교 인도 틈에 잡풀이 미세먼지는 상관하지 않다는 듯 내 생명 끈질기게 푸르게 꽃피우고 있다 정신 차리자 내 시어를 반듯하게 새워 눈 비비지 않고 반짝이고 싶다 미세먼지 주의보에 신경 놓으련다

자작글-021 2021.04.22

살아있어도 산것같지 않은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호당. 2021.4.19 해는 오늘도 찬란하잖아 내일은 장담 못 할 일을 담보하려 산소통을 꽂았다 하얀 침대에 반드시 누워서 살아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삶 내 가슴이 뛰어도 이게 삶인가 싶다 *백야인지 극야인지 하루가 하루 같지 않은 삶 죽음의 문턱을 넘겨주지 않으려 산소 호스를 꽂고 삶과 죽음을 지키는 친구 자신의 문턱도 흐릿하게 느꼈는지 야! 만나자 그 장소에서 그래 네 마음 알겠다 만나는 시간만큼 산 것 느끼지만 이 시간 이후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죽은 것 같지 않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배회하는 이쪽과 저쪽 *극지에서 밤인데 해 떠 있어 밝고 낮인데 해가 있지 않은 밤처럼 어두운 현상

자작글-021 2021.04.21

도로명 주소

도로명 주소/호당, 2021.4.18 시행한 지 몇 년이 지났다 옛것에 익숙해서 놓지 않았다고 과태료가 부과한다는데 배웠다는 사람이 옛것에 매달려 놓지 않으려 한다 폴더폰이 더 좋다고 신경 안 쓰니까 내가 옛것에 새 옷 갈아입히려니 맞는 명패가 검색되지 않았다 조금만 신경 써주면 내 수고를 덜 텐데 구관이 명관도 아니고 무관심일 것 외울 것이 많다 주민등록번호 주소 집 전화 스마트폰 114, 112, 119 등 늙어도 기본은 박아놓아야 하는데 혹시나 절벽을 굴어 한 혼 잃었다면 휴대폰을 들고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자작글-021 2021.04.18

불수의근

불수의근/호당. 2021.4.18 마음에 담아 두면 언젠가는 세어나간다 자동차 타이어를 조여 놓은 너트는 아무리 굴러도 불수의근이다 내 몸속을 조인 나사가 느슨해지는 나이면 변실금이 대령하고 있었을 걸 바싹 긴장할수록 발호한다 이완된 시간은 태평 시간 내 몸속의 근육을 마음대로 조정 못 하는 것이 정석 시간을 거르지 않고 발호한다면 난관일 뿐 자기 위치를 벗어난 시간 늙음의 가장 캄캄한 시간이다

자작글-021 2021.04.18

젊은이들

젊은이들/호당 2021.4.18 언제까지 부모님의 호주머니를 열 수는 없지 나도 자립해서 독립영양은 내가 해결해야지 아무도 젊은이를 불러주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취직은 하늘 별 따기다 독립한다고 휴대폰 커피점 빵 가게 뭐 구멍가게를 열고 보증금을 치렀으니 월세가 문제다 왜 손님이 없나 야속하리만큼 애 단다 하기야 곳간 헐어 막 풀고 나라 빛 몇천조 풀린 돈이 홍수가 되더라도 내게는 오지 않는다 꽁꽁 끌어안고 방출은 너무 인색하다 물가는 고삐를 잡을 수 없다 이 시대 젊은이는 가장 야속한 시간

자작글-021 2021.04.18

아르코

아르코* /호당 . 2021.4.17 처음부터 기대 안 했다면 거짓말 햇볕이 불빛이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야 했다 미로를 혼자 힘으로 뚫을 수 없어 도우미로 도착한 곳 젊은 초원에서 생동하는 문학의 촉 觸** 혹시나가 역시나 늙은 손으로 빚은 술은 시쿰해 발효 덜 된 것 하늘 별들이 반짝여 경쟁하는 곳에 늙은 주먹은 역부족 언감생심 그냥 아르코 뜰에 가 보았다는 것 아쉬움도 미련도 없어야 마음 편하다 햇볕을 믿어야 해 *국가문화예술진흥원 **감각 통찰력이 뛰어나다

자작글-021 202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