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면허 갱신

면허 갱신/호당. 2021.33.29 고령자에겐 걸맞은 절차가 첨가된다 고령에 생기 실을 수 있다면 어떤 난관도 뚫겠다 인생의 가장 큰 형벌 치매 내 주위 친구 이걸 짊어지고 요양소에서 수양 중이다 인지 능력 기억 등 도깨비에게 홀려도 정신은 홀리지 않았다 되돌아가란다 퍼줄 맞추듯 미로를 헤매지 않고 되돌아왔다 아무리 뱅글뱅글 돌려도 늙음을 갱신할 수 있나 다만 마음은 갱신 할 수 있겠다 나의 핸들은 늙음의 행복 맘과 정신을 굴리는 행복으로 면허 갱신은 육체와 정신의 갱신으로 이어진다

자작글-021 2021.03.29

사랑니

사랑니 /호당. 2021.3.28 이빨처럼 뽀얀 아이들 골고루 사랑한다는 내 안의 다짐 그중 사랑니를 점찍어 놓았다 이건 편애다 예쁜 짓 하면 더 사랑할까 반 아이를 아프게 들쑤셔 놓은 사랑니 그만 미워진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제가 사랑니를 미워할 수 없다 사랑니는 명사다 더 사랑하고 편애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 날 괴롭히면 처방전이 그래도 아픔을 못 견디면 제명 사랑니는 내 이빨 중 하나일 뿐 사랑과 미움과 괴로움은 내 안에서 다스려야 할 내일

자작글-021 2021.03.29

독거노인

독거노인/호당.2021.3.27 도우미는 몇 차례 돕는단다 자식들 판사 검사 고위공직자 자식 자랑 으스댔지 부인 사별하고 독거노인이 됐다 뜬구름도 흘러가다 비켜 간다 외로운 섬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 타박상에 이빨까지 부러지고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위로받을 바람도 불지 않는다 비옥한 농토에 떠받들 힘이 용솟음칠 듯하더니 퍼석 돌이 되고부터 그 힘 어디로 흘렸는지 조금 무식한 자가 배운 자 보다 더 효자 노릇 한다는 데 최고학부에 고급자리 있어 효자 노릇 바빠서 시간 없어서 하얀 안개가 힘없이 떠다닌다 저걸 잡아 가라 앉힐 자식은 누구냐

자작글-021 2021.03.27

팔공산 갓바위 길

팔공산 갓바위 길/호당 2021.3.26 갓바위 오르는 길이 구절양장 같다 꼬부랑 할머니는 엄두도 못 낸다 근력과 의지가 있는 자만 오른다 이봐요 고행 끝에 오른 자만 부처님은 극락을 예고한다오 편히 헬리콥터로 올랐으면 꾸지람했을까요 케이블카 놓아주면 쉬운 일을 그건 환경파괴 범죄 짓이야 생명을 죽여 가며 나를 편하게 하자고 문명 발전은 어디 있는가 하나를 희생하고 열을 얻으면 죄가 되는가 대기오염을 겁내 달구지를 끌고 말 소달구지 끌면 맑은 공기일 걸 공장 연기 없애려면 공장은 폐쇄하고 오체 투기하면 부처님은 더 반기고 구절양장 길 오르면 덜 반기고 문명은 인간을 편하게 하는 데 있다 믿음도 인간을 편하게 마음 닦기를 바란다

자작글-021 2021.03.26

시골길

시골길/호당. 2021.3.26 6, 70연대 시골길은 먼지 뿌옇게 날리고 자가용 달렸으면 으쓱했을 때였다 어느 길이든 포장되고 뿌연 먼지는 추억이다 시골길은 정감이 쌓이는 길 들판에 곡식이 푸르게 손짓하고 황새 까치 개구리 반기는 소리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시골길의 정서를 깔아놓는다 내 정감이 묻은 시골길이 지금은 분단장하고 나를 반긴다 자연은 변한다 시골길의 정서는 현대물이 묻어 약사빠른 길이 됐다

자작글-021 2021.03.26

동백

동백/호당, 2021.3.24 아파트 앞에 동백이 있다 남향한 거기 따뜻한 햇볕이 종일 어루만진다 현관문을 오가며 유심히 바라본다 날이 갈수록 하늘 향해 붉은 정기가 봉긋봉긋 솟는다 어여쁜 처녀로 성장함을 알 수 있다 뽀로통한 문장이 점점 매끄럽게 익어 세련된 시어가 영롱한 눈빛처럼 광채가 빛난다 첫 학기가 되자 활짝 한 얼굴에 젖가슴이 봉긋하고 뱉어낸 시어가 매력적이다 드디어 미끈한 문장으로 시 한 수를 맺는다 붉은 향기에 활짝 핀 처녀가 매력적이다

자작글-021 2021.03.24

고로쇠나무

고로쇠나무/호당. 2021.3.24 나날이 야위어간다 모진 추위 바람을 이겨내야지 아들놈 학원비 달라고 떼를 쓴다 손 시려 발 시려 벌벌 떠는데 내피를 빨아가는 듯 바늘 꽂는가 언제 헌혈이라도 하겠다고 했나 이 작자들아 내 아들 학원비를 알기는 하나 언제나 말라붙은 살점으로 살겠느냐 봄이 오면 나도 남만큼 산다 그때 학원비도 주고 삼시 세끼 떵떵거린다 양지 볕 타고 부는 바람으로 내 몸 꿈틀거린다 한해 한 차례 내 정력을 뽑혀 몽롱해진다 이 고비 넘기면 나도 옛날 이야기하며 떵떵 울릴거다

자작글-021 2021.03.24

텃밭

텃밭/호당. 2021.3.23 산기슭에 옷자락만 한 텃밭을 장만했다 겨우내 웅크리고 벌벌 떨든 네가 봄을 맞아 마음 푹 누그러졌다 한결 느슨한 만지면 보들보들하다 삽과 괭이로 텃밭을 일군다 거무칙칙한 흙이 껄껄 웃으며 나를 반긴다 품었던 진한 향을 풍긴다 이 향기 속엔 생명을 잉태할 원동력이 있다 여자의 모태같이 느꼈다 깊이 숨었던 지렁이 굼벵이가 꿈틀거린다 얼른 포대기를 덮듯이 덮어주었다 벌들이 내 등에서 빙빙 돈다 흙 향기를 맡은 모양이다 생명을 잉태할 태반 같은 것 그 향기는 그윽하다

자작글-021 202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