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만발한 언덕 진달래 만발한 언덕/호당 . 2021.3.11 봄이 무르익자 그녀도 익어 가슴이 울렁거렸다 언덕배기 진달래 만발하고 색과 향기 연정을 색으로 온 산을 덮었다 맑은 하늘엔 종달새 한 쌍 사랑놀이 하늘을 오르락내리락 그 광경에 그녀의 가슴이 뛴다 나도 물올라 그녀의 향이 그리운데 정신없이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심정 봄날은 젊은이를 충동하여 밖으로 내몰아 진달래 만발한 언덕을 휘젓고 싶은 충동의 계절 자작글-021 2021.03.11
참외 참외/호당 2021.3.9 참외는 거의 연중 사랑과 연애는 시도 때도 없지 찬바람 휘몰아쳐도 노란 앞가슴 들어내 누굴 사모하는지 애타게 그리는 사랑만 봉긋해 유독 눈에 띈다 노란 빛깔 속으로 파고들면 달콤한 향 누군가에 반해서 그렇게 그리움으로 익혔을까 익을 대로 익은 앳된 여자 총각 덥석 잡더니 이거냐 저거냐 앞가슴 함부로 만지더니 아직 나는 덜 익은가 봐 그를 더듬고 희롱해도 아무 기별이 없다 나는 아직 익지 않았어 자작글-021 2021.03.09
착란 착란/호당 2021.3.9 쨍한 날은 강력한 복사열이 내 시야를 교란할 때가 있다 강가에 나갔다 눈이 착란이지 시야가 내 것이 아니다 백마가 힝힝 눈에 보이자마자 아리따운 여인의 나상과 겹친다 눈을 비빈다 고개를 저어 부정한다 저 요상한 것들 백마에 얹힌 여인 하얀 조각상이 된다 가장 행복한 몸짓 눈을 비빈다 강물에 백로가 앉는다 나를 보고 슬금슬금 꿈 깨라 퍼드득 날아 공중을 한 바퀴 돈다 착시인지 착란인지 안과 정신건강 과에 갈 건지 자작글-021 2021.03.09
친구가 그리울 날 친구가 그리운 날/호당 . 2021.3.9 눈이 내렸다 산모롱이를 돌면 눈이 이쪽 모롱이도 눈이 내 발끝 닿는 곳은 눈이 밟힌다 내 발 가는 곳은 친구가 없다 코로나 공포는 어디든 쌓였을 것이다 눈이라면 안심이나 하지 도서관에도 팔거 천변에도 마스크는 흔하게 쌓였다 낯선 이도 낯익은 이도 함부로 벗을 수 없어 입은 봉했다 마스크는 층층이 쌓이고 코로나 공포는 어디인지 쌓였을 것이고 선뜻 용기 오기 설마 내게 요행으로 만나보고 싶다 눈은 자꾸 녹아 흔적을 감춘다 코로나는 녹을 줄 모르고 친구의 그리움도 녹을 줄 모르고 자작글-021 2021.03.09
맨몸 맨몸 /호당 .2021.3.8 아파트 거실 앞에 너희가 심어 놓았다 무럭무럭 자라 그늘 지워 살았다는 죄였나 목 팔 베어 몸통만 남기고 잘라내다니 이런 잔인한 행동을 전지라 변명하나 너희 양팔 잘리면 삶이 편할까 가지 뻗고 바람 받아 흔들거리고 싶다 이건 가혹한 궁형이다 봄 맞아 해님 은총만 바란다 맨몸으로 역경을 이겨 다시 팔 뻗고 내로라할 거다 자작글-021 2021.03.08
비대면 정국 비대면 정국/호당. 2021.3.7 자주 맞대면해야 진국이 우러난다 보지 않고 비대면으로 의사가 왔다 갔다 이건 기계적이다 오래 안 보면 정도 떨어진다는데 처음 만나 대면하고 수작 걸고 혹시나 다른 지방에서 만나면 정이 울컥 솟을 텐데 코로나 검진을 받았다 신청서가 가로로 째진 틈으로 그걸 받아 필요 사항 적고 다시 틈으로 넣는다 이쪽 구멍으로 대롱 통이 흘러나온다 받아 저쪽 검사창구에 밀어 넣으니 그 제사 간호사가 대롱으로 콧구멍 목구멍을 휘젓고는 가란다 어디서 대화의 정을 찾을 면이 없다 메말라 가는 이 시국을 더욱 부채질하는 듯 느낀다 자작글-021 2021.03.07
건빵 건빵/호당 2021.3.7 60년대 군대 생활 때의 빵 그건 배고픔을 때우는 주 선수 지금 내가 먹는 건빵 기름에 볶아 고소하다 이건 주전부리 예비선수 딱딱한 몸체가 부서지지 않으면 자기 몫 다하지 못한다 주전선수든 예비선수든 자기 몫을 기다린다 건빵을 씹으면서 주전부리가 아닌 나를 나답게 익혀 주 선수의 간식이다 자작글-021 2021.03.07
김치찌게 김치찌개/호당. 2021.3.7 뽀글뽀글 끓는 소리 내 귀는 당신의 속삭임이다 김이 모락모락 내 코가 벌름벌름 그 향기는 당신의 체취 한 숟가락 뜬다 입속에 구르는 김치찌개 당신의 입술의 향기 김치찌개를 끓이는 날 행복이 들끓는 날 자작글-021 2021.03.07
빼앗긴 일터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일터에도 봄은 오는가/호당 2021.3.6 코로나를 공포의 이불 덮고서도 설마 내게 독침을 꽂을까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내 일터에도 봄은 오는가 문은 굳게 닫히고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나 보다 벌벌 떨다가 119에 실려 간 환자 줄줄이 잇고 물러설 기약이 없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기어이 네 뒤꽁무니를 밀어내고 내 가슴에 봄을 가득 채울 거야 얼음 위서도 싹을 틔울 심정으로 너의 맥을 끊고 봄은 빼앗긴 일터로 나를 밀어 넣고말고 * 이상화의 시 제목에서 차용 자작글-021 2021.03.06
고기를 잡다 고기를 잡다/호당 2021.3.6 구름 낀 날 햇볕이 연못 속을 투시한다 고기 꼬리 흔들면서 햇볕을 맞는다 뜰채는 작고 반디로 훑어나간다 고기들 놀라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는데 반디에는 한 마리도 없다 고기 먹는 재미보다 잡는 재미 구름 낀 날 밑바닥까지 훤히 뵈는 날은 더욱 신나는 고기잡이다 어머니는 매운탕 끓인다고 가마솥에 물을 설설 끓여 고추장 고춧가루 파 마늘 토란이 어울려 용솟음친다 매운탕 한 그릇씩 먹고 나서 아무도 매운탕은 먹지 않았다 했다 흐리멍덩한 나의 어이없는 짓 자작글-021 202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