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꽃기린

꽃기린/호당. 2021.2.22 꽃기린을 과잉보호 탓에 망쳤다 과잉을 좋은 줄만 안 내가 부족했다 대치하려 화원에 갔다 3,000mm는 작년에 있었다 고도 7,000mm를 낮춰달라고 허튼수작에 턱도 없다 하기야 빙하는 끊임없이 바다로 스며들고 댐 물도 얼마나 흘려보냈는가 등고선이 요동치니 기압골을 타고 파도는 산으로 기어오르고 얕은 물엔 파랑만 일지 시류를 거역할 수 없어 물 뿌리게 멀리 두고 꽃기린 매력에 취하면 과잉도 부족도 상쇄될는지

자작글-021 2021.02.22

여우가 우는 밤

여우가 우는 밤/호당. 2021.2.20 내 고장 골짜기는 높은 산중 밤마다 부엉이가 울고 소쩍새가 대답하는 밤이 가끔 있었지 밤은 깊어갔다 하늘의 별은 다투듯 반짝이고 마을은 *곤한 잠에 잠겨 고요하다 이상한 소리에 예민한 귓바퀴 쾡쾡 여우가 울어댄다 동네 개들이 일제히 웡웡 짖어댄다 잠자든 마을이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나는 가슴이 쿵덕거렸다 용감하게 밖을 나왔다 여우 소리 개소리 딱 끊겼다 너무도 고요하니 으스스했다 마당 가 우물을 내려다보았다 달만 가득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돌멩이 들고 힘껏 여우 소리 난 곳으로 돌팔매질했다 다시 고요한 밤 잠시 파랑을 일으킨 밤을 샛별은 반짝거리기만 했다 *(困)곤하다: 몹시 고단하여 잠든 상태가 깊다

자작글-021 2021.02.21

예식장에 가면

예식장에 가면/호당, 2021.2.20와글와글한 중에 꽃을 터뜨리고 모두 즐기고 있다각기 행운의 꽃잎을 한 잎씩 떼어주고 싱글벙글했다드디어 남극과 북극의 자력이 한곳으로 끌어와 딱 붙을 시간이 다가왔다내 자력은 극이 멀리 달아나는 바람에외톨이가 되어 시들했다비애의 자석이 푹 고개 숙이는데다시 힘내어 고개 빠듯 새우면 행운의 내 짝이 다가올 것인가많은 낯바닥이 꽃망울 탁탁 터뜨리는데나만 시들했다많은 군중에서 나처럼 시들한 꽃이 보이는 군끌어당길 수 없을 정도의 초면을더 시간을 기다려보자그때 너는 꽃 활짝 펴내고 자력을 발동할 때선약한 듯 달려갈 거야예식장에 가면 꽃 든 사랑만 있는 줄 알았지나처럼 짝 잃은 사랑을 찾아 엮을 행운이 다가올지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자작글-021 2021.02.21

오토바이

오토바이/호당. 2021.2.19 씽, 부릉부릉, 달리는 그 모습 젊음의 우상인 듯 갖고 싶었다 젊음을 꽃피우는 계절 가슴 뻥 뚫여 놓고 비눗방울 풀풀 날리듯 꽃봉오리 팍팍 터뜨리고 싶다 따르릉 야 뭐라카노 오토바이 갖고 삼거리까지 나와 옥이라 알았다 제비꽃이 꽃망울 톡톡 터뜨리는 기분이다 달려라 젊음을 날리자 가슴 뻥 뚫려 보자 머리카락 펄펄 날려보자 오토바이는 내 젊음을 피워 잠시나마 옥이를 굴레 씌운다

자작글-021 2021.02.19

청소하기

청소하기/호당. 2021.2.19 근력이 넘쳐나니 허리가 구부정하다 메일 내 손으로 밀고 닦고 쓸고 뒤돌아보면 이곳저곳 먼지 쓰레기는 껄껄 웃고 있다 훅훅 불어내어도 보라는 듯 이쪽으로 우르르 저쪽으로 우르르 깔깔댄다 내게 청소기를 밀어달란다 스위치를 넣자 달달달 이리 삐뚤 저리 삐뚤 그만 낚아채어 직선으로 밀어야지 곡선으로 유연하게 밀어냈다 이건 모두 나이 탓 나이테 이쪽은 괴로움의 탄식 그건 시원한 하품이야 청소기가 나를 청소하려 든다 너에게 내가 조정 당했다

자작글-021 2021.02.19

사막을 걷다

사막을 걷다/호당. 2021.2.16 누군 더하고 덜하고 오십 보 백 보 차이 놓아둔 자리를 옮기면 허둥지둥할 나이 하루가 멀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며 건강하게 같이 오래 살자 다짐하던 그거 전화가 뚝 끊겼다 전화를 연결했더니 사막을 걷고 있었다 방향감각을 잃고 가든 길 되돌아오고 이 골목이 저 골목인가 헤맨다 그래 우리 오래도록 살았다 겨울을 맞았으니 봄을 기다리는 것은 욕심일 것 그냥 겨울을 몸보신하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오래 살면 겨울 사막을 걷고 걷다 보면 오아시스를 만날는지

자작글-021 2021.02.16

깜박깜박 형광등

깜박깜박 형광등/호당. 2021.2.16 형광등이 오래되었다 깜박 꺼졌을 때의 암흑 깜박할 때 밝아 똑똑한 눈알 깜박한 그 순간을 연결 못 한다 새는 날아간 궤적을 기억한다 밭에 어떤 것을 쪼아 먹었는지 늙으면 블랙박스도 순간을 기록하지 않는다 큰 쇼크를 재생이 안되니 깜박거려도 궤적은 놓지 않았다고 여기는데 그건 내 생각이고 현실은 반대 내 업보를 짊어지고 간다 어디서 끝낼지 몰라

자작글-021 2021.02.16

코로나의 후유증

코로나의 후유증 /호당 .2021.2.15 코로나의 위력에 모두 움츠렸다 내 가게가 갈수록 춥다 지금까지 뿌린 지원금 밑뿌리에 닿지도 않아 가지 한쪽 슬쩍 적셨다 누구는 쇠고기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하는 이도 있다 4차 재난 지원금을 뿌린단다 듬뿍 적셔다오 이상한 근성이 길러질까 두렵다 재기는 턱도 없어 더 많이 받아낼까 궁리한다 뒷다리보다 앞다리가 우선일 걸 빗 치다꺼리는 뒷사람이 할걸 코로나는 마음을 병들게 한다

자작글-021 2021.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