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떡국

떡국/호당. 2021.2.4 과식 안 하겠다는 마음을 깨뜨리고 말았다 돼지는 평소보다 많이 준 먹이를 남기는 일은 거의 없다 가누지 못하면 벌렁 눕고 만다 갑자기 돼지 근성이 발동했나 봐 아내가 끓여준 떡국이 맛의 발동은 과하다 하면서 억지로 비워냈다 과욕의 팽창은 팽팽한 고무공이다 드디어 과욕의 발효는 식욕이 썩기 시작하자 가누지 못한 조각배가 파도에 뒤뚱뒤뚱 전진을 못 하고 괴로워했다 과식해 배불뚝이는 늙어 민망한 노추의 형태다 소식하겠다는 밑바닥에 아직도 허욕(탐욕)이 도사리고 있었구나 식탐과 (식욕)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자작글-021 2021.02.05

꽃/호잔. 2021.2.3 그 꽃을 젊은 벌들은 눈독을 들이고 접근 못 하고 멀리서 향기에 매혹하였다 아침 이슬 머금은 뱀 혓바닥 날름날름 꿀 향에 몽롱했던 것들 나의 꽃은 멀리서 찾으려 헤맸지 반지 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널름거리다 지친 벌들은 물러 나갔고 나에겐 복된 꽃이 가슴에 안겨주었다 값진 반지를 준비하지 않았지 매우 흔한 반지가 도리어 순수해 매력을 느꼈는가 봐 벌써 50여 년 지금 깜박깜박할 나이 너무나 고마워 늦게나마 반지를 장만했지만 그간 나를 도와 정상에서 건배했지 지금도 꽃향기 잃지 않고 나를 위한 희생을 하고 있어 못다 해준 내 마음 이해해주어 고맙다

자작글-021 2021.02.03

게장

게장/호당. 2021.2.3 가장 즐기는 게장을 아내는 먹고 싶어 했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 그래 먹자 막살자는 것은 아니다 이만큼 살아 온 동안 나를 위한 희생을 했다 나를 북돋워 정상에 앉히고 내 무딘 저력은 당신을 고달프게 했어 게장의 특유한 향 게 다리 아삭아삭 깨물면 바다향이 아니 당신의 향이 식탁에 가득했다 게장 한 통 사 들고 당신이 즐기는 것 나를 위한 희생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행복해 아작아작 달짝지근한 당신의 향 저녁 식탁이 가득합니다

자작글-021 2021.02.03

시련을 극복한 매화

시련을 극복한 매화 /호당. 2021.2.2눈 덮인 언 땅 칼바람 맞고도꽃봉오리 틔우고 있다허송세월을 웅크리고 있으면뭣을 이루겠냐시련을 이기는 자만꽃을 피울 수 있다노력하지 않고 쉬운 것만찾으려 하지 말라좋은 계절만 찾으려는 이여아직 배고파 보지 않았지영하10 도 이 날씨에매화를 보고 가슴에 느껴보자언 땅으로 기를 이어기어이 꽃을 피워냈다매화는혹독한 시련 이겨 꽃피웠다

자작글-021 2021.02.02

위스키에 담긴 향

위스키에 담긴 향/호당. 2021.1.31 위스키를 한 잔씩 앞에 두고 오래 사귄 여자 친구와 허물없이 정담이 오갔다 위스키 향보다 그녀의 향기는 흡인력이 더 강했다 문학은 뒤로 미루고 세계문화 기행 국내 관광 이야기하는 동안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셨다 서로가 흡입되는 듯 연인처럼 다가왔다 까치골 산정 가을 햇볕은 뉘엿뉘엿 잔은 바닥을 드러내고 새빨간 입술에서 연분홍 향을 파르르 떨구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그녀의 옷깃은 훌훌 날려가고 향기도 채취도 날아가 빈 잔만 남았다 마음도 바닥난 듯 너무도 허전하여 달밤을 방황했다 흩날린 스카프가 혹시나 전깃줄에 걸리지 않았을까 한때 그녀의 향기를 기억해 내고 싶었다 생각하면 너절한 통속적인 책갈피 같은 사랑 거기 미련이 깃든 것인지 캄캄한 밤 가로등이 없어도 기어이..

자작글-021 2021.01.31

처음 만남

처음 만남/호당. 2021.1.29 봄이 무르익을 나이 벌 나비는 쌍쌍이 날고 봄볕은 더욱 맘을 설레게 한다 어찌어찌하여 너와의 다리를 잇고 처음 만난다는 두근거림과 두려움 어떤 말부터 시작할지 말실수나 하지 않을지 나를 어떻게 받아 드릴지 연두의 계절이 나를 재촉하지만 너와의 만남은 두근두근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내 가슴에 박혀 그럴수록 처음 만남이 두렵다

자작글-021 2021.01.29

만나고 싶은 친구

만나보고 싶은 친구/호당. 2021.1.30 코로나 19로 가두었으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은 익어가는 감처럼 점점 붉어 홍시가 되어간다 철저히 거리를 두고 만남을 자제하라는 서릿발 같은 지침 우리는 마음속으로 만나 너의 앞마당에 뻗고 자라는 한 알의 사과처럼 붉어지기만 하는데 한입 툭 깨물어 붉고 달콤한 맛 삼키고 싶은 정은 전생에 맺은 인연인 것을 코로나 19가 우리들 사이를 띄워놓았으니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만나보고 싶었다 전생에 인연은 서로 몰라도 좋아 그저 만나보고 싶은 친구다

자작글-021 2021.01.29

너의 눈

너의 눈/호당.2021.1.27 너의 눈은 아무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네게 날아오는 나비처럼 요행을 꿈꾼다 너의 눈은 아침햇살에 영롱한 이슬방울이었다 환한 대낮 가보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튿날 아침이면 투명한 눈으로 영롱하게 반짝이며 나를 꿰뚫어지게 본다 나는 너의 눈을 너른 연못처럼 느껴 맨몸으로 뛰어들어 헤엄치고 싶었다 너의 눈이 내 품에 들자마자 신비의 눈 속으로 단숨에 들어갔다 달콤하고 영롱한 눈이여

자작글-021 2021.01.27

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을 기다리는 마음/호당. 2021.1.27 영하 10도를 새터민(탈북민)은 추위도 아니라 했을 것을 여기서 길들인 몸 덜덜덜 온몸이 얼고 운암지 개나리는 어찌하려 노란 눈을 뜨고 누굴 기다리느냐 옳지 그놈의 성깔 성급하기도 나의 봄은 언제 오려나 주책없이 봄 지난 지 언제라고 봄 여름 가을 모두 써버리고 겨울 맞아 오돌오돌하면서 건강하잖아 내 안의 봄은 아직 살아있다고 노점상에서 말라빠진 양파를 샀다 이놈에서 봄을 피워보리라 물병에 얹어놓고 거실 양지쪽에 달아놓았다 잊고 있었는데 이놈이 실꾸리 같은 봄을 뾰족 내밀고 나를 쳐다보았다 양파가 먼저 봄을 물병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저것 봐 내 마음의 봄은 살아난다고 저것이 바라던 내 맘이라고 봄은 내 가슴에서 피어나고 있어

자작글-021 2021.01.27

아파트의 삶

아파트의 삶.호당. 2021.1.26 농경시대의 구수한 정은 어느 구석에도 스며있지 않는다 2라인 34세대이면 집성촌이 아니더라도 같은 동구를 드나들면 정으로 엮인다 개인주의 오늘날 같은 엘리베이터에 딱 붙어도 정이 통하지 않는다 간혹 인사 정도 같은 라인 층층 포개 있으면서 마음은 포갤 수 없다 조금만 해되는 바람 새어들면 칼부림도 대기하고 있다 그냥 닭 케이지처럼 내 안에서 알 낳고 모이 즐기면서 평안하면 되는 거지 누가 간섭하려 드는가 내 평안을 이웃에 뺏기거나 나눌 수 없는 아파트 삶

자작글-021 202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