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4월 15일

4월 15일/호당 2021.4.15 테이프 끊고 첫 삽을 뜨고 기공식을 끝낸 지 56주년 인생 건축은 미완성 진행 중 끊임없이 맷돌을 돌린다 구수한 콩물을 흘리고 달이면 내 욕망만큼 생성해 인생 과정을 윤택하게 빛낸다 네 바퀴 둘러 팔공산 순환도로 갓 피어난 처녀 총각들이 연푸른 물 뚝뚝 흘리며 손 흔들어 반긴다 너희 정기 듬뿍 받고 힘이 불쑥 솟는다 미완성 진행이 힘이 실린다 *교배례 交拜禮 할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인생 건축에 힘쓰겠다 *남편과 아내가 백년해로를 서약하는 예

자작글-021 2021.04.16

약속

약속/호당. 2021.4.14 하나님에 귀의한 이가 하나님의 말씀 속에 잠겼어도 깜박할 때가 있는가 봐 두 번째 어긋난 믿음 왜 그에게 미련을 둘까 이름 모를 쬐고만 파란 꽃이 딱해 보였는지 내 마음 같더냐 하느님의 교시를 옹골지게 설파한 것 한 편의 시가 완성된 것 그래서 미련일 것이다 깜박할 때가 있다 신자도 사람이니까 두 번째 약속은 내가 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4시간을 기다렸다 어리석을 짓이 아니라고 위안했다

자작글-021 2021.04.15

4월13일

4월 13일 /호당. 2021.4.13 못된 시누이 같은 얄밉게 구는 바람이 몰아붙인다 갓 시집온 새색시 어쩔 바를 모른다 4월은 잔인하다 했잖아 아직은 낯설어 좀 너그럽게 불어주면 안 되겠니 늙은 주름에 골이 깊어진다 늙은 기왓장에 이끼 낄 여유를 다오 4월 잔인한 바람이 사정을 몰라준다 나는 벤치에서 해님의 자비를 받는다 얄밉게 휘몰아치는 시샘 제발 쌀쌀하게 굴지 마라

자작글-021 2021.04.13

함지산

함지산 /호당. 2021.4.13점점이 연록을 펼쳐내는젊은이들이까르르 웃음 짓는다4월 잔인한 달을*건너려는 얼굴을싸늘한 바람이 후려친다흥우린 젊음을 피워내고 있어함부로 객기 부리지 않아흰 구름이 어루만진다젊음을 피워 내함지산을 지켜 더 푸르게 더 살찌게가꾸어 나갈 거야앞길에 가시밭 놓였어도짓밟고 나갈 패기 넘치는젊은이는 함지산을 지킨다*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자작글-021 2021.04.13

벚꽃지다

벚꽃 지다 /호당. 2021.4.11 무르익은 듯한 연애의 낯빛은 하얗다 못해 달콤한 향기로 마음 끌어모아 피우고 있었다 이쯤 되면 광풍쯤이야 끄떡없는 줄 알았지 사랑이 무르익었으리라 믿었던 내가 날갯짓하며 입맞춤까지 했는데 꽃샘추위도 물러갔고 그런데도 우수에 잠긴 듯한 얼굴 더욱 날갯짓으로 위로하고 윙윙 소리도 약이 될 수 없었다 뚝뚝 눈물 흘리며 나는 떠나야 해 내 운명인걸 이때 미친바람이 일자 우수수 하얀 마음 부스러기 흩날리며 안녕 그간 고마웠어 내 사랑아

자작글-021 2021.04.12

지하주차장 계단내려가기

지하주차장 계단 내려 가기/호당. 2021.4.8 톱니바퀴는 마찰음 없이 잘도 미끄러진다 관절의 유연성과 연관은 에스컬레이터 질이기 때문 열대우림지대를 지나면 넓은 바다 파도는 고요하고 수중 위로 하마 떼거리 앞머리를 정렬하고 낮잠에 고요하다 하마가 육지에 올라와서는 바퀴를 잘 굴린다 주인은 무척 아끼기 때문에 모욕시키고 닦고 화장하고 얼마나 호강을 받는가 욕망이 솟구칠 때만 깨워 굴린다 늙은 이파리는 삐걱거리는 관절 음이 듣기 싫어 우회로 완충지대를 이용한다 딱딱한 뼈다귀를 밟는 듯 이때 덤으로 실은 무게가 괴로워 하마는 내 안의 위안이다

자작글-021 2021.04.08

산꼭대기 오르기

산꼭대기 오르기/호당 .2021.4.8 냇가 얼음이 찌렁찌렁 울면서 획획 금을 그을 시간 귓불을 녹여가며 산정을 향한다 누가 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면서 골고다의 언덕*을 올라가는 심정으로 서림을 헤친다 백 년의 고독, 천사의 게임, 황금 왕국 시학 창작의 길잡이... 수많은 수목이 밀림을 이루고 각기 눈을 반짝이며 나를 안아달라 한다 누가 이 많은 밀림에 실린 혼을 들추고 넘기고 다독여 줄까 앞을 가려 빽빽한 밀림을 헤치고 뽑고 더듬는 사이 나를 덥석 안아 애교 띈 얼굴에 늙은 입김으로 덧칠하고 온다 아직 산정에 오르자면 어떤 시련이 기다릴지 아마도 산정에 오르면 내 문장의 시야가 훨씬 넓어질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언덕

자작글-021 2021.04.08

가죽 장갑

가죽 장갑 어렵게 가죽장갑을 마련했다 따뜻한 원류가 흘러나온다 많은 동물의 울부짖음 속에 일진 사나운 동물의 피를 쏟아내고 박피는 홀라당 벗어놓은 외피다 인간의 야망이 치밀어 황금의 물결이 밀려 외피는 자꾸 변용한다 욕망은 인정사정과는 별도다 시뻘건 칼날 번 듯 거리거나 빙초산 같은 독성을 뿌리거나 아무 죗값은 묻지 않는다 더 매혹적인 시선을 끌 수 있어 내 장갑도 문명이 빚은 작품이다

자작글-021 2021.04.07

죽천 바다

죽천 앞바다/호당.2021.4.7 산골 송진내가 베인 내가 바다를 그리워했다 9월 햇볕이 따가운데 바닷물은 조금씩 몸짓 바꾸는 듯 아침저녁으로 써늘하다 찰싹찰싹 소리가 신기하다가 지금은 내 가슴을 치는 듯 차갑다 바윗돌에 붙은 따개비는 연신 바닷물에 매 맞고 그렇게 자란다 둥둥 떠다니다 해안가로 밀려오는 미역귀들 이걸 건져 먹는 재미도 괜찮다 잠시도 고요할 시간 없이 출렁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이 내 직 職이다 내가 여기까지 밀려와서 또 어디로 밀려갈지

자작글-021 2021.04.07

사막을 걷다

사막을 걷다/호당. 2021.4.7 한 번쯤 사막을 걷는 것도 체험이란 낯부끄러운 명제를 붙인다 여기 낙타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맴 몸으로 친구와는 완전 초벌이다 찬란한 붉은 빛에 감긴 붉은 꽃 요염한 자태는 홀리기 마련 내 욕망만큼 지급한 사간은 소유물이 된다 사막을 걸은들 내 발자국은 남지 않는다 된장 그릇 한 숟갈 뜬들 죽 떠먹은 자리 바람이 흔적을 쓸고 가버린다 맨발로 가능한 홀가분한 차림으로 사막 둔덕을 넘나들 때는 홀라당 벗으면 정상에서 데굴데굴 구르기 좋고 사막의 계곡엔 오아시스가 있어 마음껏 풍덩거려도 좋다 맨발을 쓰다듬는다 손톱 발톱을 핥는다 그만 몽롱한 동안 사막바람이 휩쓸어 새 모래더미 생기고 흔적 없이 지워졌다 그제야 정신 차리니 사막 계곡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치사스러운 체험 흔적..

자작글-021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