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컴퓨터

컴퓨터/호당.2021.5.6 내가 너를 만날 때 낯선 얼굴하고 호기심은 많았지 옆 짝은 애인 다루듯이 사근사근 희열을 느끼는데 나는 서툴러 어디를 터치하면 속을 내어 보일까 네게 종속한 듯 마음 졸이고 한 발짝씩 다가갔지 시간이 말해주는 듯 낯익어지자 마음 열어주어 나를 주무르잖아 할 수 없지 마음 조아리고 마음 사는 일을 마음을 알아차리고 귀에 입에 달콤한 시늉으로 살살 얼핏 마음 거슬리면 점점 느린 시늉 때로는 꼼짝달싹하지 않아 속 썩이고 외간 남자가 침입하면 모든 내 정을 싹 쓸어 지워버린다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슬슬 간호하면 그제야 사근사근 마음 다 준다

자작글-021 2021.05.06

청명

청명/호당. 2021.5.1 내 흐릿한 문장을 보고 어눌한 시어가 뒤죽박죽이라 했다 오늘 청명이다 좀 밝고 분명 하라고 구름 끼거나 미세먼지 가루 가루 날면 흐리멍덩한 의미 없는 시어만 제시한다 햇볕이 맑고 산뜻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 휘날리는 날 그녀의 치마 펄럭이면 뒷면만 보아도 산뜻한 기분으로 맑아 있다 내 시어는 살아 퍼덕거린다 구름 한 점 미세먼지 얼씬 못하는 날 청명을 맞았으니 내 앞날의 시어도 맑은 꼬리 저어 산뜻한 시맥이 탄생하겠지

자작글-021 2021.05.04

쓸쓸함이 고독이다

쓸쓸함이 고독이다/호당. 2021.5.1 늦은 봄바람이 외로움을 실으면 더욱 쌀쌀해진다 고층 아파트 방바닥이 싸늘하다 이건 고독이 스민 것 바깥바람에 벌벌 떠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에 떠는 것이다 늙은 내외는 마주해 손을 꽉 잡아도 스르르 힘이 풀린다 이건 쓸쓸함의 형벌이다 싸늘한 바람이 고독을 더욱 굳혀 구름에 가린 햇볕 맥 잃은 것처럼 나는 쓸쓸 해하고 있다

자작글-021 2021.05.03

늙은 여인-삶의 허무-

늙은 여인 -삶의 허무-/호당. 2021.4.30 휠체어에 몸을 싣고 밖을 나섰다 소독 냄새를 맡는 것보다 신선한 밖 공기를 맞아 내 병상의 구도를 바꾸고 싶었다 양어깨로 부축받아 질질 끌려가듯 내 걸음이 한참 버티다 그만 주저앉고 이렇게라도 산다는 것은 팔거천변에서 걷는 사람들 구경이 아니라 내 삶의 밑뿌리를 띄워 보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산다는 것 그냥 목숨이 살았으니 참고 견디는 것뿐이다 따뜻한 물도 찬물도 아닌 맹물 속에서 물고기처럼 뻐끔뻐끔 숨 쉬는 것뿐

자작글-021 2021.05.01

팔거천의 파랑

팔거천의 파랑 2021.4.30 눈알이 반짝반짝 굴리는 그 사실은 내가 흐른다는 것이고 파랑은 삶의 신호다 팔거천 내 가슴에 품은 또 다른 생명을 끌어안고 나는 밖으로 눈 돌려 망본다 내 옆구리를 스치는 숨소리 발걸음 소리 놓치지 않고 듣고 있다 거기 삶의 다른 모습들이 각각 울림이 다르게 펼친다니까 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이 있어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팔거천변이 활기를 띄워 생을 약진한다 걸어야 한다 걷는 모습에 자기를 투영하고 있다니까 휘청거리는 풀꽃들의 사연을 일일이 알지 않아도 좋아 다만 내가 푸르다고 남도 푸르지 않다는 사실 팔거천변을 걷는 사람이라고 모두 팔팔하지 않아 행복은 자기 마음에 있는 것 팔거천을 살아 파랑을 펼치면서 흐른다

자작글-021 2021.05.01

폭등

폭등 /호당. 2021,4,28 내 실력이 내 재력이 폭등했으면 좋겠다 만원으로 서민을 즐기든 곰탕이 만원에서 이천 원을 올렸다 주인은 태연하게 원가랑 인건비 때문이란다 곧 공공요금이 들먹거리면 너도나도 하늘까지 폭등하려나 덩달아 내 시어도 폭등해보면 좋으련만 뺑뺑이만 돈다 시 한 수 내보내 보면 가슴 젖힐만한 폭등은 없고 오금이 시리다 폭등한 것은 모두 날개 달았는데 내 시어는 언제 날개 달고

자작글-021 2021.04.28

추억 49회

추억 49회/호당. 2021.4.28 師자의 견장이 군 계급장처럼 함부로 지휘봉을 휘둘렸지 50여 년을 지난 지금 당시의 필름을 되돌리면 부끄럼 가득한 바람이 온몸을 감습니다 군사부일체란 시대적 유물을 그대로 쌓여 넘어간 것뿐인 것을 변명은 항상 자기합리화로 포장해버립니다 오직 열정으로 가르치고 싶었다고 모두 꿋꿋한 기둥과 대들보가 되어 자기 몫 충실하고 훌륭한 가장으로 지금 한 가정의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 며느님을 다독일 나이 어눌한 나를 각인해뒀다는 것 무명 시인의 설익은 시를 읽어준다는 것 오금이 시려 옵니다 자꾸 내 시맥 詩脈이 비틀거립니다 좋든 싫든 추억은 아름다운 것 봉화교 49회 회원님 반가워요 그때 우리 모두 보릿고개 세대가 발전한 오늘을 맛보는 행운 행복을 오래오래 누리도록 건강하세요. ..

자작글-021 2021.04.28

꽃-1

꽃-1 /호당. 2021.4.25 이름 모를 꽃일 뿐 정작 속은 꿀 한 방울 없고 향기도 미미하다 눈에 망사 덮이면 페닐에틸아민이* 흘러내리는가 봐 화려한 몸짓을 가진 후투티 새는 날갯짓하며 달려들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이름 모를 꽃이 외진 곳에 있을 뿐인데 마주쳐 좋아 달려드는 후투티 새에 고맙다 미안하다 이 말 한마디 *phenyl ethylamine:사랑할 때 일어나는 호르몬의 일종. 행복과 쾌감을 일으키는 호르몬

자작글-021 2021.04.25

전화벨

전화벨 /호당. 2021.4.24 깜박깜박 잊고서 허둥지둥할 나이 모두 집콕 인데 누가 전화벨 울려주지 않는다고 푸념한 친구 이건 늙은이의 허욕이라고 마침 늙은 잎은 늙은 잎끼리 통한다고 전화 오는 곳도 없고 한 귀퉁이 썩거나 구멍 뻐끔뻐끔 뚫어져 땜질하는데 아프다는 푸념했다 야 삼시 세끼 잘 먹고 똥 잘 싸고 잠 잘 자면 행복이다 그 이상 바람은 욕심이라고 침을 놓으니 아프지 않고 한 구멍 막아주는 느낌이라 했다 내자가 있어 밥 얻어먹는 행복을 잊지 말라고 먼데 있는 친구에 안부 전화를 걸었다

자작글-021 2021.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