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팔거천 겨울 팔거천/호당/ 2021.11.27 야윌대로 야위어 휘어진 허리 드러내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한창일 때 꽃잎 흩날리며 내로라 소리치며 솨솨 흘러간 것이 놓친 애인 그리워하듯 한다 지금 힘겹게 손 내밀어도 거들떠보지 않은 물의 눈길 햇볕만 짙게 쏴 외로움을 달랜다 이 겨울 지나면 풍성한 나의 계절 돌아와서 새로운 고운임 만나 힘 솟겠지 지금은 벌벌 떨고 있지만 야위어진 허리 꼿꼿이 새워 풍성할 그 임 돌아올 것을 믿어 기다린다 자작글-021 2021.11.27
사막 사막 /호당/ 2021.11.26 20여 일 사막을 헤맸다 모래바람을 쓰고 허욕을 품고 금광석을 찾으려는 허망 갈수록 모래바람이 각질을 만든다 이건 내 허욕이 눌어붙은 것 허욕이 한계에 도달하여 지친다 거북등처럼 갈라진다 아니다 허욕은 빨리 포기할수록 좋아 사막의 파라다이스 오아시스다 내가 맘을 돌리니 *현빈이 마중한다 온천이다 따뜻하고 아늑하고 안식처다 선녀가 치맛자락 휘감는다 뽀글뽀글한 말씨로 위로한다 저 따라오시라고 빙하의 골짜기에서 오싹하고 열대우림지대에서 스콜을 안개 자욱한 골짜기로 인도하더니 마음의 찌꺼기를 모두 털어내세요 삶은 현빈을 가끔 만나 물거품에 실려 가벼워진다 사막의 찌든 허욕을 씻어낼 때 가벼워진다 *도덕경 6장 谷神不死의 장에서 谷神不死 是渭玄牝(공짜기의 여신은 죽지 않는다. 이.. 자작글-021 2021.11.26
사우나탕 사우나탕 /호당. 2021.11.5 근 1년 만이다 마음의 때는 각질처럼 붙었다 근질근질해 긁었다 집에서 고칠 수 없는 근심하나 풍덩 포근한 포란이다 아니 어머님의 품 안이다 천국이 이럴까 기분에 겨워 깜박했다 용궁이다 용왕님이 여기는 마음의 때도 모두 내려놓는다 편히 쉬어라 수중의 아름다운 꽃에 예쁜 새들 날고 부글부글 끓어오른 속 수중 궁녀들의 시중은 황홀했다 풍덩 그 바람에 나는 번쩍 여긴 사우나탕 용궁에 갔다 왔으니 근심도 몸도 날아갈 듯 가뿐했다 자작글-021 2021.11.26
애완견의 말 애완견의 말 /호당/ 2021.11.26 사랑받아 커온 몸 과잉에 미처 살덩어리 땅에 맞닿아 뒤뚱뒤뚱 땅 냄새가 과잉보다 낫다 제발 목줄 풀어다오 내 맘대로 걸어보자 맘대로 달리고 싶다 하필이면 공원인가 자랑하고 싶다고 목줄 매인 죄수가 아니다 좋은 시선은 아닐 걸 개 팔자라는 말 듣기 좋은 말일뿐 충성할 테니 과잉은 싫다 딱 듣기 싫은 말 과잉 비만 과잉보호 자작글-021 2021.11.26
인연의 끈 인연의 끈/호당/ 2021.11.24 이승의 둑에 올라 노을 바라볼 나이 그래도 이승에서 맺은 인연이 좋아 마주 앉았다 늙은 호박이 호박 줄에 매달려 가슴 졸이고 미친 바람이나 세월의 침에 견뎌 구멍 뚫려 있을지라도 대지의 젖줄에 매달린 행복 호박은 각기 질감 색깔이 달라 조합하면 또 다른 색깔이 나타나 좋아 손뼉 치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행복을 키웠다 마음과 정이 섞인 인연의 끈을 더 단단하게 엮었다 자작글-021 2021.11.24
장미 한 송이 장미 한 송이/호당/ 2021.11.24 훈풍이 내게로 불어 메마른 땅에 장미 뿌리박았다 목 추길 빗방울은 구름 한 점 없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내린다 그릇마다 받아두고 버티다가 모자라면 빈 양동이 두드려도 둥둥둥 소리 없는 울림 어긋난 시차에 가시 새우는 장미를 아이스크림 입에 물리면 그만 흐물흐물해진 가시 세월에 절일수록 메마른 장미 뿌리 쑥쑥 풍성한 꽃망울 마디마다 찌릿찌릿한 전율 포근한 침대에 녹아 불꽃 티는 장미 자작글-021 2021.11.24
앞가림 앞가림/호당/ 2021.11.23 보릿고개 마지막 세대를 개울가 버들 눈 틔우려 입김 불어 넣었다 저마다 앞가림하고 스마트폰 전파에 무임승차하고 호사하잖아 현금카드 쑥 내밀면 욕망 채우기 쉬운 일을 그 어려운 ‘가, 나’‘1,2’를 잠자는 버들 깨우려 하지 마세요 냇가에서 뭘 하나 보기나 하자고 그럼 ‘가, 나’읽어보라고 입 다물어도 자존심은 다물지 않았다 며칠 후 개울가로 오지 않겠냐고 아니요 개울가 안 가도 앞가림할 줄 알아요 메마른 버들 눈트지 않아도 전파에 무임승차했으니 앞가림하고 호사한다고요 자작글-021 2021.11.23
늦가을의 소묘 늦가을의 소묘/호당/ 2021.11.22 낙엽은 보릿고개 시절 같다 국시 밀은 홍두케 머리 불에 구운 국시 꼬랑이처럼 바삭바삭 조금이라도 마음 펼치려 허공을 향해 힘껏 날린 종이비행기 꼬꾸라질 곳 찾지 못해 비틀비틀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삭막한 맘 멀리 보내고 싶어 새총 한 방 멀리 가는 듯 그만 메말라 빠진 풀숲으로 스며든다 마음 하나 편히 쉴 곳 없는 하루가 저문다 서산을 걸터앉은 노을 속으로 이름 모를 새 떼들 날아간다 자작글-021 2021.11.22
하안거 하안거/호당/ 2021.8.3스님의 하안거처럼 가혹한 매질이다거실 수은주 연일 32.5도한증막에변종 코로나의 공포는나날이 높아가지만제 안의 생각 하나굳어만 간다창밖 대숲은 칼날 가는 소리서걱서걱시어를 담금질하여 날 세우는 소리다하안거 중 물고기 눈알처럼 번뜩이는생각 한 꾸러미 속엔참신한 문장하안거는 언제까지 일지아무도 몰라자기를 갈아 자기를 닦아시인 호에 동승하여자기답게 하려는 하안거 자작글-021 2021.11.21
동천동 인문학 거리에서 동천동 인문학 거리에서/호당/ 2021.11.20 오늘 오후를 북적댄다 모처럼 생동하는 들판 같다 새싹들이 막 고개 쳐들고 새 떼들 우르르 모여들고 귀를 밝히는 노래와 밴드 즐비한 의자엔 조무래기 가장자리는 주전부리 가게들 주전부리 들고 손뼉 치고 늙은 새 호기심에 나래 접으니 여긴 지린내는 어울리지 않군 구름처럼 붐이 일어나야겠는데 안개처럼 슬슬 사라지고 개고 만다 붐 일으킬 소재를 발굴하라고 노래자랑 장기자랑 시 낭송 그림 전시 영화 상영 즉석 백일장 나도 별수 없는 인문적인 소양이 바싹 말라붙은걸 자작글-021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