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끼리끼리

끼리끼리/호당/ 2021.11.6 60대 모인 자리 한몫 끼어달라 기웃거려 봐라 손잡아 환영하고 말 건네 줄 것 같아 그건 허욕이야 아무리 뉘엿뉘엿 어둠이 깔려도 땅거미 기어도 분간은 한다 소 난 장판에 말 한 마리 내 내봐 분 냄새 노는데 지린내는 가당찮지 거기 끼일라 대들면 과욕이지 지린내는 지린내끼리 앉아야 코 찡그릴 일 없어 장날은 알차게 선다

자작글-021 2021.11.07

경상감영공원

경상감영 공원 /호당. 2021.11.6 도시 가운데 경상감영공원 벤치가 모자랄 정도로 활기 넘쳤는데 늦가을의 한기에 수목들 섭리를 받아드려 낙엽 흘리는 모습이 눈물방울 같다 우수수 띄엄띄엄 이 시각 우리 인간도 낙엽처럼 세상에서 떨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가렸으니 입은 막았고 인적도 뜸하고 간혹 벤치의 사람들 사색한다면 좋은걸 할 일없음의 고통 시간을 갉아 마셔 상쇄하려 한다 피톤치드가 깔린 공원이 적막이 덮고 말았다 단풍 든 나무가 눈물 흘린다

자작글-021 2021.11.06

물리치료를 받다

물리치료를 받다/호당/ 2021.11.6 기계 작동은 매정하다 1초도 여유 없이 딱 멈춘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 정과정의 만남은 온기가 흘러 마음 주고 싶어진다 내 허리 통증은 찜질에 할 말 잊고 물리적 흐느적 뽀글뽀글 물방울 소리 흡착흡착 이것이 현대적 메카니즘 (mechanism) 물리치료를 받으면 조금 안정된다 거기 인간의 정도 함께 잠겼으면 내 허리는 감동 할 텐데

자작글-021 2021.11.06

붙박이

붙박이/호당/ 2021.11.5 현대식 아파트는 붙박이가 있다 장식에서 보관으로 변한 것 아직도 자개농을 고집하는 이는 붙박이라 할까 작은곰자리 곁에 큰곰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북극성이란 붙박이 때문이다 붙박이를 허물어뜨리려는 자는 나 같은 어중이떠중이나 하는 짓 시내버스에 체크카드를 대면 “환승입니다”를 “환체입니다”로 박힌다 환승이나 환체나 관계없이 환체로 갈아(환승) 탄다 북극성 붙박이 자개농에는 환승은 없다 환체는 나만의 붙박이다

자작글-021 2021.11.05

낙엽 끌어모으는 아저씨

낙엽 끌어모으는 아저씨/호당/ 2021.11.4 나무 밑 소복소복 낙엽이 폐 잔병처럼 모였다 무기 없이 맨몸으로 갈퀴란 신무기로 집합시키고 부대 속으로 들여보낸다 짹소리 없이 순순히 따른다 한때 피톤치드 쏘아대고 한들거리면 용맹을 드러냈다 한기란 최신식 무기를 발사하면 꼼짝없이 맥 못 추고 빨강 노랑 등의 마취에 꼬꾸라진다 경비 아저씨 폐 잔병 때문에 할 일 하나 불어났다 불편 안 해 뒤처리는 항상 깨끗하니까 아무도 군소리 없다

자작글-021 2021.11.04

낙랑 18세

낙랑 18세 /호당/ 2021.11.4 식당 한 테이블 건너 곁눈질하기 좋은 자리 번쩍인 다이아몬드 광채가 내 맘 빼앗기고 말았다 한번 슬쩍 뽀얀 얼굴 물씬한 백합 향기 내 코를 벌름거리게 한다 슬쩍 훔쳐본다 새파란 하늘을 헤엄치는 듯 루비에 아로새긴 광채 순도 100 체면을 팽게치고 흘끔 꽃봉오리 터질 듯한 매화 약관이 시샘하는 꽃샘 따위는 거뜬히 대척할 낙랑 18세 빼앗긴 내 맘 되돌려주고 자리 떴다

자작글-021 2021.11.04

천사의나팔꽃

천사의나팔꽃/호당. 2021.11.3 하기야 모든 꽃은 거의 고개 빳빳이 쳐들고 내로라하지만 천사의나팔꽃은 지상을 향해 복음을 내리는 나팔을 분다 긴 나팔에서 천사의 치맛자락 휘감고 나팔을 나오자마자 음향으로 지상에 깔린다 뿡 따다 뽕 따다 뿡 뿡 빵 소리가 퍼지자마자 천사의 복주머니는 열린다 천사가 지상으로 떠날 준비를 마칠 때 천사의나팔꽃은 활짝 펼쳐 하강을 알리는 나팔을 분다

자작글-021 2021.11.03

시클라멘

시클라멘 꽃 /호당/ 2021.11.2 근 20년 나와 함께한 시클라멘 거의 일 년 내내 꽃피고 내 맘을 알아주었다 구근도 내 주먹만 하게 컸으니 세월이 증명한다 한여름 좀 편히 잠자라고 잎과 꽃눈을 따고 재웠다 아니 잠재웠으면 왜 물을 마시게 해 무식이 탈냈다 그만 썩게 했다니 나를 미워해라 오늘 대신할 새 애기를 맞았다 뭘 알아야 꽃을 키우지 인터넷을 뒤져 공부했다 네 성격을 알면 답해 주겠다 지나친 관수는 애정인 줄 알고 듬뿍듬뿍 선심인 듯했다 그것이 화근일 줄 모르고 무식이 저지른 적폐 배란다에 나의 반려 식물 꽃기린 쿠페아 자보 노블카랑코 행운목 스투키 안시리움 게발선인장 시클라맨 들이 제 각각 잘난 듯 뽐내고 내 반려 식물아 같이 잘 살자고

자작글-021 2021.11.03

노블카랑코 꽃

노블카랑코 꽃/호당/ 2021.11.2 꽃집에 들렸다 늙은 꽃도 어울릴까 지린내는 기죽어 납작했다 노블카랑코만 눈에 확 들어온다 방긋거려 내 맘 끌어당기니 좋아 반려 식물로 삼겠다 품 안에 넣으니 쌩긋쌩긋 새 집 갈아주고 거실에 두니 새 신부 맞은 기분 네 성깔 알아야 비위 맞추지 인터넷 뒤지고 알아차렸는데 내 상차림이 맞을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 네 입맛 내 입맛 어울려 잘 지내보자 반려식물 노블카랑코

자작글-021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