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천지삐까리

천지삐까리 /호당/ 2021.11.13 천지삐까리*인 잡초는 짓밟고 아무 생각 않고 천지 삐까리인 소나무는 아무도 밟지 않는다 천지삐카리인 사람 중 빼어난 미녀를 보면 침 꿀꺽한다 천지삐까리 좋지 누구나 가질 수 있어 누구나 귀한 존재가 된다 천지삐까리는 풍요를 누리는 잘 사는 사람이 된다 나라 곳간 헐어 내지 않아도 되겠다 *매우 흔하다는 사투리

자작글-021 2021.11.13

요양병원

요양병원/호당/ 2021.11.12 점심시간이다 밥 실은 카트 카에 공동 묘가 나란히 층층이 실려 온다 개인 앞에 무덤 하나씩 배당한다 뚜껑을 열었더니 저승사자의 마지막 만찬 같다 달그락달그락 수저 소리 아직 이승의 울림이 크다 뚜껑 닫고 열고는 개인의 힘 헐리고 비스듬히 기운 무덤 떠난다 창문 밖 내 방 문지방이 나를 바라본다 네 등 다시 넘을 수 있을까 너 날 그리워 찾아왔니? 요양을 끝맺음은 천국행

자작글-021 2021.11.12

가파르게 오르다

가파르게 오르다/호당/ 2021.11.11 한 번 오르면 내릴 줄 모르는 물가 억억 대수롭지 않게 나오는 억 내 감각은 따를 수 없어 발뒤꿈치 같다 먹어야 산다 되는 집은 구름처럼 모여 숟가락 달각달각 뒷집은 파리 날려 한숨 소리 아아 참! 아아 참! 늦은 점심때다 자리가 휭 하다 늦었을 때라 그렇지 메뉴판을 내민다 어! 15,000원! 세 발 보폭을 단번에 펄쩍 하기야 나라 곳간 헐어 펼쳤으니 엽전은 똥값 가파르게 올라 가슴 쿵덕쿵덕 아무렇지 않게 맛 즐길 날은 한참은 기다려야겠다

자작글-021 2021.11.12

겨울바다

p {margin-top:0px;margin-bottom:0px;} 겨울 바다 /호당/ 2021.11.11밀물과 썰물이 거기까지 미치는 모래밭 끝아주 크게 ‘정순아 보고 싶다 씨펄’밀물이 조금만 더 힘차게 밀려오면 흔적 없이 사라질 대문짝만한 문장을하늘이 읽고 바람이 읽고 갈매기 읽고물새가 읽고 정순이의 귀에 들어가도록 원했을 것을스마트폰 없던 시대 한 장 편지를인편으로 전할 수 없었던가 졸보였던가바닷가 모래판이 딱한 심정인 듯 전해 주지 못해파도가 딱한 사정 헤아릴 련만 간절한 한 문장 지우지 말라폭풍만 없다면 연서 한 판 겨울나겠다정순아, 와서 읽어줄 수 없겠니바람아 갈매기야 이 딱한 문장 전해 보라니까겨울 바다는 파도만 일구고 모른 척한다

자작글-021 2021.11.11

삶은 버티는 것

삶은 버티는 것/호당/ 2021.11.10 삶의 연장전은 마디마디 바람 들고 구멍마다 누수되면서 버틴다 내자와 함께라면 행복이다 병원은 늙은이의 지킴이 거기 진료받은 후 반찬 걱정 여자의 본능일까 식탁에 김치를 놓아야겠다는 부탁 좋아, 덧붙여 나들이하자 나는 카트를 밀고 어둔한 발걸음으로 따른 내자가 고맙다 점심 때우자 마주한 식탁이 내 행복 척추협착증 척추골절 후유증 버티면서 행복을 기르면서 삶이 내 인생

자작글-021 2021.11.10

어머니-1

어머니-1 /호당/ 2021.11.10 어머니는 4와 5의 합성어로 날 낳으셨다 초근목피 보릿고개의 잣대를 위성 시대의 잣대로 수에 대입하면 알파 a다 어머님이 모든 기를 뽑아 막 점을 키우려는 기력은 아마도 겨울 해풍이 몰아치는 언덕 바위틈을 비집고 자생하는 한란처럼 힘들었을게다 끝점을 키워 꽃 피게 하려 애면글면 기를 불어냈을 것 한 덤불의 울력을 보태 벌써 꽃피워 꽃대만 남아 싱싱하다 어머님 마음 편히 계세요 하늘나라 요트에서

자작글-021 2021.11.10

공허함

공허함 /호당/ 2021.11.9 반려 식물꽃에 마음 끌렸다 집콕도 이유를 달지만 늙음에 대한 공허함은 항상 빈 문장 게발선인장 쿠페아 노블카랑코 안시리움 등 앙증맞은 꽃에 심취했다 걷기란 진수에 기웃거림에는 허수 예쁜 도자기 화분이 폐기 품을 되살렸다 마음이 달라진다 쉽게 끌려 낭패 보고도 쉽게 얻고 쉽게 변하는 맘 결국 허수가 되는 것을 본 자리에 돌려놓고 백 가지 생각 거기 내 지문이 있다 내 공허함에는 헛된 문장이 있다

자작글-021 2021.11.09

시가 써지지 않음에 딱함

시가 써지지 않음에 딱함/호당/ 2021.11.8 시 한 편 쓰려 펜을 들면 시커먼 굴뚝에 검은 연기만 꾸역꾸역 메모지는 깜박깜박 한 마디 시어가 꽁꽁 얼어 녹여본들 상상의 마력이 구름에 숨어버렸다 땡초 시인이라 놀려댄들 대구 할 문장 없다 반야심경 한 줄도 외지 못한 스님 시주하려 문간에서 뱉는 염불 입안에서만 뱅글뱅글 올바르게 듣지 못한다 우스갯소리 주나바라 가나바라 목탁 소리만 드높고 돌팔이 아닌가 시들어 빠진 나무 고개 푹 숙여 슬픔에 젖었는지 이파리 하나 둘 눈물처럼 떨군다 시인이라 입 밖에 뱉지 마라 땡초 시인

자작글-021 2021.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