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5 195

오존층이 뚫렸을지라도

오존층이 뚫렸을지라도/호당/ 2025.3.8원형탈모처럼 맑은 하늘이 구멍 뻥 뚫렸단다오존층에서 지구를 겨누는 총구를 통한 불을 뜨겁다어찌하랴어릴 적방역 군이 마을에 연막(소독)을 뿌린다그 속을 들락거리던 어린 벌거숭이긴 장마 끝 지렁이 지상 요지경 구경하다땡볕 한 방에 말라 죽는다대기의 이변이 닥치더라도지구의 요동을 겪더라도나약한 인간 재앙 피할 수 있는 데까지 가야지오존층이 뚫렸을지라도가는 데까지 가면서버텨야 한다내 시 한 수는 꼭 움켜쥐고서 말이다.

자작글-025 2025.03.08

조돌 해녀 해물탕

조돌 해녀 해물탕/호당/ 2025.3.5 바지락 홍합 오징어 전복 등부대 양념과 함께 큰 냄비 한탕 펄펄 끓는다끓을수록 해물탕의 진미가우러난다시원한 국물 맛바닷바람에 바다향이 실려 온다해풍에 실린 딸애들의 효심이내외의 입에 착착 감긴다얘들아조돌 해녀 집에서 호사한데이딸애들의 마음으로 달인 해물탕을내외는 염치없이허겁지겁게걸스럽게효심으로 배 불룩하다고맙데이.

자작글-025 2025.03.06

낙제 점 시 한 편

낙제 점 시 한 편/호당/ 2025.3.4내 시의 포자는 주로 밤에 발아한다워낙 시의 밭이 메말라서 또래에 비하면 낙제점에 속한다딱딱한 메마른 굳은 땅을 파고파고 들어가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은 박토다뭐 확실히 짜낸 막걸리 뒤 남은 술지개미 같은 곳에서 시를 발효한들 온전한 시가 나오겠나메마른 땅에 주린 입 대고상상력을 부화하려 해봐어떤 시어가 나오겠나밤이 이슥하고 별은 독촉하듯 눈알 부라리고나는 숙제하듯 조바심악천후에 겨우 발아한 비틀어진 시 한 편이 쪼그리고 있다.

자작글-025 2025.03.04

시간에 재촉 받는다

시간에 재촉받는다/호당/ 2025.2.28오전 시간을 조각조각 재단한 것이 스트레스를 불러 모은다하차하고 묻고 뒤뚱뒤뚱 걷고두리번거리고한 곳에 너무 시간을 써버렸다서둘러야지정류소를 여기저기 찾다가삐걱삐걱 관절음 달래면서너무 조각조각 재단한 것을후회한다목적지 한 정거장 멀리 하차이건 내게 내린 징벌이다값싼 점심 한 끼 때문에시간의 회초리가 아프다자신을 학대하지 말라느긋하자.

자작글-025 2025.03.01

온천탕의 시간

온천탕의 시간/호당/ 2025.2.28서변동 온천탕이 펄펄 끓는다풍덩 입수한다내 몸이 노골노글 부드럽게 늘어난다약 삼십 분 정도 잠겨 온몸을 감은 실핏줄이 불그레한다네 다리 펼쳐 마치 국수 홍두깨로 민다밀가루 반죽 펼치다 돌돌 말린다밀고 헹구고 이 탕 저 탕 한증막 여기 땀 빼고 저기 씻고 그간 쌓인 허물이 떨어진다산뜻한 맘얼마나 견딜까온천 한 날의 맘처럼 남을 대하자.

자작글-025 2025.03.01

피치카토 연주

피치카토 pizzicato 연주/호당/ 2025.2.28밤이면 가끔 피치카토 악기를 퉁긴다올바른 주법은 모른다현을 퉁기면 소리 난다는 것그 이상 생각은 없어아름다운 소리 낸다든가음색이라든가 하는형광색 스탠드는 점점 붉어져 가기만 했으니무식이피치카토를 그냥 퉁기면 단조로운 소리화음 따위는 생각도 없어 일방적이다꽃은 피었다 시든다향기 풍길 때 자기 향은 모른다꽃이 질 무렵풍월을 읊거나향기를 알아이런 것이 피치카토 연주법에 들어 있구나늦게서야 깨달아얼마나 우매한가부끄러운 바람 불어 들자 스탠드는 흐릿해진다.

자작글-025 2025.02.28

복국

복국 /호당/ 2025.2.26오랜만의 식단이다식당에 들어서자마자시원한 국물이 넘어가는 듯 목울대를 삼켜본다지난 적 포항에서 내자와 나눈 시원한 맛추억이 내 앞에 와서 키득거린다탕이 아닌 복 찜이다시원한 서근서근한 아가씨가 아닌야무진 매콤한 향이 톡 쏘아붙인다어! 새로운 만남이다누가 주선하든 일단 믿어 꼬리말은 달지 않는다이름깨나 날린 모양 벅적거린다보조 귀청이 어리둥절 와글와글호젓한 구석에서 음미했으면 복 찜은 바다로 달릴 만큼 혓바닥 춤출 텐데여운을 남긴다.

자작글-025 202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