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5 190

얼굴들

얼굴들/호당/ 2025,4,2우리 서로 잊기 싫은 얼굴이다햇볕 속으로 은빛 펄쩍펄쩍 날린 은 피리 같은 나이어찌 같은 물길에서만 놀겠나이 강 저 호수새롭고 낯선 먹이가 맛있다고 얼굴 맞대고 웃던 얼굴들바다 어구에 이르자 하나둘 바다에 끌려들어 흔적 없다기왓골에 검버섯 무성한 얼굴 되자만나 보고 싶지도 않은 바다의 손짓에 손사랫짓하는 해풍에 절인 얼굴들.

자작글-025 2025.04.02

안 사돈끼리

안 사돈끼리 /호당/ 2025.4.1시골 5일 장날은 안부 전하고 정 나누는 날안사돈 그간 잘 있으니껴내사 괜찬채만 시우실 안사돈 별일 없었니껴아이고만영감탱이 논두락 가다 구불러 허리 다쳐 잔니껴그길로 두러 눕고나이약 뿌리 케와서 조약 다릴라네가을 논바닥 나락 돌아 볼라네場도 바야 할라네바쁘게 쏘댕겨 골몰에 빠져 못 살 시더안사돈 고상하시니더집안에 남정이라곤 영감탱이 둘러버리니내가 이 골몰시더아들 저 살기 바쁘제 또 멀리 부천에 있제그래도 영감탱이 떡 버티고 있으니 조터니 낭패시더.조정래 場에가는길에 만난 사돈에서 차용

자작글-025 2025.04.01

별의별-3

별의별-3/호당/ 2025.3.31하늘엔 별의별이 서로 잘났다고 총총거립니다내 마음에도 별의별이 있어가만있으면 본전이지그만 불쑥 바깥을 출현하다곤욕을 치른다총총한 별들이 지쳐가물가물한 눈 감으면 빛바랜 놋그릇 빛이 된다내 꿈속에 그녀와 노닥거릴 때팽창하는 것은 방광 속의 별이호수에 불붙이잖아하늘의 별 중 하나별똥별이 되어 똥금 긋고나도 폐쇄회로 버튼 on.아차!그녀의 눈 피해 획 돌아서는 중이걸 어쩌나별은 간곳없고부끄러워.

자작글-025 2025.03.31

개살구

개살구/호당/ 2025.3.29태생이 근친상간한 것 같은 색깔 아직은 몰라살구 개살구 자라면서 분명히 색깔이 달라지거든꽃필 때야 구별 못 해 흰색으로 도배했으니까익어 가면 그만 색에 홀리고 만다살구 개살구 알든 모르든 아양과 미모 또는 색에 홀리면냉큼 움켜잡거든무식한들 월등히 색으로 앞서 유식한 살구 앞에선 되도록 말을 적게 하고 조심조심한다오너는 때가 오면 맛으로 한몫하지만나는 아무리 때가 온들 색으로만 홀린다오맛으로 견줄 줄 모르는 자의 선택이 운명이란다..

자작글-025 2025.03.29

내 시의 생성

내 시의 생성/호당/ 2025.3.29시를 쓴 지 20여 년이지만펜을 들면 가로막는 절벽이 있다어찌어찌 그 절벽을 기어오르면불량품의 시일 수 있겠다불량한 상태에 탄생한 시는악성 종양을 달고 우울한 날을 보낸다병원에도 속수무책 현대 의술의 논제거리란다마음 정좌하고 악성 시어를 골라내는 것 시어를 정화하는 것스스로 닦는 일임을 말한다이것 짊어지고 요양원에 갈려면 당신의 시어는 죽고 만다고 타이른다나는 주로 야밤중 정화수를 공양하고 마음수련 하듯 정좌해 묵상하면 옹달샘 맑은 물이 뽀글뽀글 솟는다어렵사리 탄생한 시는 검증받지 않았지만 별들이 반짝반짝 응원하여 준답니다.

자작글-025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