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1 봄날은 간다/호당/ 2024.8.26페닐에틸아민이 스멀스멀 스며드는 봄날이다박하사탕 같은 햇볕에연분홍 휘몰고 온 봄날이다가장이란 이름으로 기둥 기우뚱하지 않으려많이도 굽실거렸지홀씨 같은 새끼들 멀리 보내꽃대마저 휘청하다 말라간다몽롱한 봄 꿈같은 세월에 휩쓸고 간 청춘말 없는 봄날 또 간다 자작글-024 2024.08.27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호당/ 2024.8.25대지를 덮는 눈이 내린다지난 것은 왈가왈부하지 말자봄 여름 가을 겨울 참 많이 떠돌다 맴돌고 왔다저것 봐대지 위 나무든 지붕이든 공평하게 덮어 잠재우고 있다얇다 두껍다 구시렁거리는 자의 눈내가 쌓은 업보인 줄 모른다먼 산을 바라보노라포근하게 덮은 눈이 나 먼저 걷어 가지 마오천천히느긋하게아주 느리게 녹여다오너무 모질게 휘몰아쳐외통수로 몰아넣지 않았는지눈 내리는 날의 적막 속으로 나를 가둔다 자작글-024 2024.08.27
그릇 부시는 소리 그릇 부시는 소리/호당/ 2024.8.25분통 내부의 맑기가 산골 물 같아 물만 마실 줄 아는 핫바지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간섭은 하지 않는다제비 새끼 키우기분통 닦기는 고사하고먹이라야 반입 물어 주고죽이든 밥이든 나 몰라라 한다배회하기 좋아동네 한 바퀴 돌거나빨간 구슬 여인 뒤꽁무니찔러 뱅그르르 굴리는 짓에헛 눈살피다 빨갛게 붓고팔랑거리던 꽃대 고꾸라지자슬금슬금 분통으로 기어들어그릇 부시는 소리조차 서툴게 들린다 자작글-024 2024.08.25
처서 처서 處暑 /호당/ 2024.8.22한 독 가득한 열기를 더는 채울 수 없어 제풀에 주저앉을 듯한 처서간 큰 독에 화근을 꾹꾹 눌러 달구어 놓았지찬 것만 찾고 싶어 木 촌에 海 촌을 찾았지기대해도 되잖아아침저녁으로 한기를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뭐열기로 채운 독비워내는 중이니한풀 꺾이지 않으면 처서의 자존심은 어디서 서성댈지다 자작글-024 2024.08.24
보도블록 틈에 보도블록 틈에/호당/ 2024.8.23보도블록 틈에 새파란 희망이있다가뭄에 목말라하고 짓밟힘에 아파해도 희망은 굽히지 않는다삶은 어찌 좋은 일만 있으랴역경을 이겨내면 희망이 다가온다보도블록 틈에 새파랗게 반짝이며씨앗을 쏟아낸다나를 바라보며 삶이 짓밟힐지라도희망은 사라있다 자작글-024 2024.08.24
사랑 따오기 사랑 따오기/호당/ 2024.8.22불나방 같은페닐에틸아민 각성제가흐르지 않으면거세당한 수캐처럼사랑은 따올 수 없다나는산 넘어 재 넘어 암컷 냄새를 맡는다 자작글-024 2024.08.23
반려식물 게발선인장 반려 식물 게발선인장/호당/ 2024.8.21개를 즐기는 애견 그룹이 있고난 게발선인장의 푸름과 꽃에 매혹해 반려 식물로 즐긴다구름 끼고 비 뿌리다 말다 호박잎 시들 일 없는 날씨에불로동 화훼단지를 찾았다노랑꽃 핀다는 게발선인장원종 게발선인장 분갈이퇴비를 한데 묶으니내 힘에 부쳐 끙끙 뒤뚱 비틀똥 줄기 빠지듯 500여 미터 거리정류장까지 운반미치지 않았다면 엄두 낼 힘없을 텐데주름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바람난 수개가 되었다버젓이 거실에 두고 선풍기를 돌린다때 묻지 않은 처녀 보는 듯싱그러운 푸름과 뒤에 올꽃핀 처녀 윙크를 그리며반려를 즐긴다 자작글-024 2024.08.22
자화상 자화상/호당/ 2024.8.21빽빽이 쳐들고 자란 9남매의 끝은미칠 것 별로 없어 허약한 골풀처럼 커왔다뼈마디 숭숭 뚫린 구멍 속으로맹물만 드나들어 큰소리치고주먹 들어 올린 적 없어끈질긴 나일론 밧줄 같아내 앞에 닥친 일에는 담배씨라도 구멍 뚫고 만다평생 내로라 소리 없을지라도짙은 엽록소일 때달라붙는 꽃뱀 몇 마리모든 것 움켜쥔 모래알처럼흘러내린다백설 덮어쓰고 시작이 내일로 하루를 건다 자작글-024 2024.08.21
동천 공원 분수 속에는 동천 공원 분수 속에는/호당/ 2024.8.20펄펄 끓는 가마솥 같은 날 오후뿌연 물안개 뿌리며 치솟는물줄기에병아리 같은 귀여움 가득 밴 아이들 바글거린다물속으로 때지어 노니는 송사리 떼새 떼 같이 짹짹거려도미워할 수 없는 마알간 초록 싹들화산처럼 뿜어 올리는 입김 속을미역 줄기가 되어 헤엄친다때 묻지 않은 젖 냄새나는 하얀 속살들이 분수대 속으로 술래잡기한다 자작글-024 202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