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은 호 당 2009.2.15 사랑은 마음에 고인 연못의 수면이다 후둑 후둑 떨어진 빗방울이 그리는 동그라미 파문을 받아들여서도 평화스럽다 파문과 파문이 부딪자 서로 녹여 주는 것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내 영역과 네 영역이 부딪혀 사라지는 것 내 소리와 네 소리의 음파가 부딪혀 라디오 소리되는 것 .. 자작글-09 2009.02.15
당신 당신 호 당 2009.2.9 杜甫는 人生七十古來稀라 했지만 현대는 人生七十이 흔한 일 남이 앞서 밟고 간 70고개 오늘 점령한 당신에 축하드려요 당신과 같이 걸어온 이 고개 이 고개를 향해 오기까지 험난한 길을 묵묵히 참고 같이 걸어 온 당신을 높이 치하 하오 용비어천가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 자작글-09 2009.02.13
새 이름을 알려고 새 이름 알려고 호 당 2009.2.13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맛볼 줄은 모르지만 한 귀 통의 시어는 캐려 했다 호미로 긁고 또 긁어보았다 시뻘건 흙이 가슴 젖힐 뿐 내가 찾으려는 것은 어디 있는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알듯 모를 듯 야유하는 듯 소리를 내뱉고 날아가는 얄미운 모습 .. 자작글-09 2009.02.13
빈 들판 ◈ 빈 들판 ◈ 호 당 2009.2.12 농촌 진흥원의 농장 너른 논바닥은 핏기 잃어버린 고사목처럼 아니 폐경의 아낙네처럼 누워 있다 지금은 흰 눈 덮어쓰고 잠자는 불용의 선풍기다 인동(忍冬)하는 중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생명을 피울 것이다 그때는 잉태의 태반으로 자라 가득 메우겠지만 내 가슴의 공동.. 자작글-09 2009.02.13
얼굴 상했다는 말이 얼굴 상했다는 말이 호 당 2009.2.11 서릿발로 움츠리는 판에 앞산의 고목은 저들끼리 마음 졸이며 떨고 있습니다 붉게 시들어가는 마음 한 조각으로 차츰 깊어지는 것을 꺼리는데 얘 넌 많이도 상했네 어디 벌레 슬고 있나? 같이 어두워지면서 위로는 못할망정 불 질러서야 붉은 멍 짙어가는 이파리는 .. 자작글-09 2009.02.12
마음 만져 주는 이 마음 만져 주는 이 호 당 2009.2.10 사려 깊은 강물 흘려 골 파인 찌그러진 마음 한 조각을 적셔 준다면 부드럽게 펼쳐진 융단 한 폭 될 것을 벌레 먹은 사유에 따뜻한 목욕물로 데워 준다면 새파란 새잎 돋는 초원이 될 것을 껍질 벗겨 상처 난 마음 조각에 안마시술 사의 손길 닿으면 영산홍 활짝 피어 웃.. 자작글-09 2009.02.11
서시 - 서시 호 당 2009.2.7 큰 대문 거쳐 올라앉지 못하고 초당의 사립문 타고 자란 박 덩굴 기다리던 박은 늦게 늦게야 맺혔다 늦었으나 크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 대박으로 영글게 하려는 박 덩굴 대지에 입맞춰 정기 빨고 잎 펼쳐 대자연의 지기를 받아들이고 낮에는 더위와 가뭄과 장마에 맞서고 밤에는 법.. 자작글-09 2009.02.07
훈련병 시절 훈련병 시절 호 당 2009.2.6 지금은 적막의 가장자리 칼바람 불더니 금방 펑펑 쏟아지는 눈 병사(兵舍)는 피곤한 잠에 들고 불침병(不寢兵)은 총검하고 귀 눈 새우는 저 고독 전달 3소대 불침병 1명 차출 쏜살같이 달려간 중대 본부 난로는 빛 잃은 눈동자 되살리려 갈탄을 쏟고 몇 군데 구멍을 뚫었다 생.. 자작글-09 2009.02.06
가지꽃 가지꽃 호 당 2009.2.5 한창 물오름 할 나이 꽃봉오리든 활짝 핀 꽃이든 임을 기다린다 햇볕 따스한 날 벌들이 향내 맞고 달려든다 이미 바라던 터 힘찬 임의 정기 받아들여야지 비스듬히 누운 꽃받침 깔고 짙은 색 띄운 보랏빛 꽃잎을 젖힌다 이제야 성인이 된듯하다. 자작글-09 2009.02.05
망각 망각 호 당 2009.2.3 만개한 꽃은 벌써 떨어졌다 맺은 열매도 벌써 떨쳐버렸다 다들 잊어버린 지난적인데 아직도 기다릴 것 남아 있나 나뭇가지는 하얀 설화를 피우고 있는데 언제 눈이 내렸는가 버스가 흰 먼지 날리며 온다 새파란 아가씨가 내리더니 힐끔 쳐다보고 지나갔다 버스는 멀리 사라지고 아 .. 자작글-09 200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