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짝사랑 호 당 2009.4.14 가슴에 불꽃 한 송이 키우고 날마다 그대 그리는 마음 캄캄한 밤 고양이 발걸음으로 그대에 다가서서 창가를 향해 휘파람 날려 보냈으나 메아리는 잠자고 그대 그리는 나팔꽃 줄기가 창가를 기어오르면 커튼 내려 눈길 피합니다 나 홀로 애타는 마음은 낙엽 되어 바싹 말라버렸습.. 자작글-09 2009.04.15
향기 향기 호 당 2009.4.13 묵향에 젖으려 자리 잡았다 메마른 날씨에 이슬 한 점 내려앉지 않는 벼루만 바라보았다 건너편 언덕에 자란 새파란 풀잎에서 싱그러운 봄 향기로 잠시 몽롱했었다 마이크에서 서예란... 음향에 깨어난 콧잔등을 묵향 대신 봄 향기만 넘고 있었다. 자작글-09 2009.04.14
공룡발자국 공룡 발자국 호 당 2009.4.10 바닷물 맞닿는 질펀한 암반에 꽉꽉 찍힌 공룡 발자국을 본다 내 발자국을 암반의 가슴에 찍었다 범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발자국이 억만년 후 세월이 뒤집힌다면 보이게 될까? 공룡의 시대를 마감한 이야기가 귓가에 들리는데 민약 인간의 시대를 마감하는 그런 때가 있다면.. 자작글-09 2009.04.12
진주성 진주성 호 당 2009.4.10 몇 번 이곳을 찾을 때 무심히 흐르는 남강과 유적에 내린 고혼이 애처롭다 역사는 하늘에서 추억을 품고 한낮에 상상의 나래만 펼쳐준다 지금 이 시각 발자국 찍는 많은 이들 분별없는 눈도장 말고 나목이 뻗는 희망처럼 가슴에 담을 얼 한 알 싹 틔워 보였으면 나 구경거리 저편.. 자작글-09 2009.04.12
호롱불 ♣호롱불♣ 호 당 2009.4.7 나 태어날 적에 갖고 온 호롱불 하나가 생명의 불꽃을 밝히는 심지는 얼마 남은 지 가늠 못하지만 이만큼 밝혀 온 삶에 다 닳아 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지만 오늘도 밝게 비추고 있다 생명의 심지에 더러운 기름찌꺼기로 불 밝혀 흐릿한 불빛 되지 말고 맑은 기름으로 불 밝힌.. 자작글-09 2009.04.07
엉큼한 첫키스 엉큼한 첫 키스 **호 당** 2009.4.2 어쩌면 처음부터 엉큼한 욕망을 밑뿌리에 간직하고 있었는지 몰라 처음엔 새빨간 꽃 한 송이 보고도 감히 말도 꺼내지 못하던 얼간이가 나팔꽃 덩굴손으로 엮어질 때만 해도 가슴만 뛰던 것이 으슥한 골목에서 알지 못한 곁뿌리 불쑥 치밀어 꽃잎끼리 비빌 때 향기에 .. 자작글-09 2009.04.02
명 칼 명 칼 호 당 2009.4.1 명 칼은 모두 끊임없이 담금질 당하여 태여 났을까? 나 무딘 칼이 대장간에서 몰매를 맞고 있다 가슴이 뜨끔뜨끔 눈알이 뱅글뱅글 몸이 오그라져 군더더기 살점이 떨어진다 법전 찾아 숫돌에 칼 갈려고 명약수의 가장자리에서 묵념 중이다 어둠이 내리면 별이 반짝일 것을 믿고 칼.. 자작글-09 2009.04.01
향일성 식물 향일성 식물 호 당 2009.3.30 그녀는 창가에 놓인 화분의 꽃이다 마음 사로잡아 품 안에 안으려 햇살을 깊숙이 비추었으나 한사코 빳빳하기만 했다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사랑 한만큼 내게 다가오리라 믿었기에 슬쩍 다른 전술을 썼다 한발 한발 발 빼어 햇살을 닿을.. 자작글-09 2009.03.30
싹틔우는 나목 싹 틔우는 나목 호 당 2009.3.29 한동안 냉찜질보다 더 매몰차게 구박했었다 너의 매서운 눈초리에 기가 질려 몸 움추렸다 어느 때는 가슴에 멍들고 울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의 날개로 휘몰아쳤다 그렇게 굴어도 사랑하는 고운임 올 때까지 참고 견뎠다 고운임 온다 이제 품었던 푸른 울분을 콱콱 .. 자작글-09 2009.03.29
지루한 시간 지루한 시간 호 당 2009.3.26 장담 못하는 샘물 한 귀퉁이를 붙들려고 밤중 같은 도서관 열람 대에 몸을 박아도 싱싱한 푸른 입술들의 풍속계는 빠르게 돌아갑니다 그러나 내가 이 자리 이 시간이 가장 무미로 울 때 초점 잃은 영화 한 편을 한 걸음씩 걸어야 할 먼 길입니다 목마른 입속에서 잘 녹지 않는.. 자작글-09 200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