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강물 호 당 2009.6.7 지나온 여정을 되새겨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천천히 흐른다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고 시대를 같이한 생을 품고 그들과 함께 흐른다 다시는 이곳을 못 올지라도 만나는 이마다 후하게 대하고 무척 너그럽게 흐른다 미지의 세계는 더 넓고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것이라는 푸른 꿈을 안.. 자작글-09 2009.06.07
서예를 배우려 서예를 배우려 호 당 2009.6.4 학교가 파하기 전 5층 기술실엔 묵향 실은 바람 날렸다 묵향 길러내어 선망의 글자 하나 새기려는 중이다 선생은 묵향 헤치고 바른길 일러주나 낯선 숲 속을 헤치듯 근처를 허우적거렸다 궤적 쫓다 지친 빛바랜 이들은 주저앉아 선망할 때 이탈한 궤도 수정하여 주지만 바.. 자작글-09 2009.06.05
6월에 다부동 전적지를 찾아 ♣6월에 -다부동 전적지를 찾아♣ 호 당 2009.6.4 일행은 전적비 앞에 고개 숙어 묵념한 다음 조형물이랑 무기들을 보며 지난 적을 더듬고 어루만지며 가슴 가득 원혼을 달래 명복을 빌었다 어느 것 하나 영령들의 한이 서린 곳 없지 않지만 유독 전시한 무기들엔 새빨갛게 서려 있었다 6월의 바람이 포근.. 자작글-09 2009.06.04
라면 라면 호 당 2009.6.3 라면처럼 그렇게도 메마른 노파 뽀글뽀글한 파마한 머리 얼굴엔 고해의 물결이 출렁거린다 오늘도 할 일 없이 마른 침대에서 졸고 있다가 점심 한 끼를 라면 한 봉지로 때우려 한다 구절양장처럼 긴 세월의 고달픔을 고스란히 얼굴에 담은 등 굽은 노파가 라면 한 뭉치를 냄비에 끓.. 자작글-09 2009.06.02
감자밭 매기 감자밭 매기 호 당 2009.6.1 감자 싹이 한창 발정기를 맞아 나날이 푸르러가고 있을 무렵 밭고랑을 걸터탄 아낙네가 호미 들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골고루 어루만지며 나가는데 훼방 놓는 잡배만 골라 제거해버린다 긁고 북돋우고 애무하다 뒤돌아보면 바람이 쓰다듬어 주었다 더 알찬 옥동.. 자작글-09 2009.06.01
야생화 야생화 호 당 2009.5.31 광야에 팽개친 나 굴러 온 계절 맞으면 황금의 꽃 피웠다 자연의 시련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본성을 잃지 않았다 비닐 숲으로 옮겨 온 후 후한 대접에 그만 느슨해진 마음의 담벼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게 아닌가 동토에서 칼날 같은 바람맞으며 꽃을 피웠는데 이러다가 계절을 .. 자작글-09 2009.05.31
적막 적막(寂寞) 호 당 2009.5.31 음향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그 집엔 바람 한 점 들어오기 조심스럽다 밤하늘에 매달린 별 저들끼리 속삭이는 한밤 담장에 걸쳐 앉은 달이 웃음이 사라진 시든 얼굴을 엿보네 흘러간 세월을 불러 보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가 핏기 엷은 얼굴을 적실 뿐 붉은 피 토하고 사라지는 별.. 자작글-09 2009.05.31
가난한 마음 가난한 마음 호 당 2009.5.29 참새가 좁쌀보고 쪼아 먹을 줄만 아는 것처럼 묵향 맡을 줄만 아는 이는 묵향 진수를 모르는 이다 화려한 술에 안주 앞에선 후의 할 언어만 풍성하고 연필 종이에는 인색한 것은 마음이 가난한 이다. 자작글-09 2009.05.30
미혹 미혹(迷惑) 호 당 2009.5.28 영산홍 무더기 속에서 연분홍 얼굴이 입가에 엷은 미소 띤 네가 사뿐히 걸어 나온다 네가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늘한 바람이 네게로 부는 순간 훈풍으로 출렁거린다 구겨진 옷에 뒤뚱거리면서 환각의 시간에서 미혹의 강물로 침몰하는 건가 새파란 마음이 꽃잎 .. 자작글-09 2009.05.27
모텔 모텔 호 당 2009.5.26 호젓한 길 굽이칠 때마다 모텔이 연분홍 이불을 덮고 손짓하는 듯했다 거기에는 청홍비단에 쌓인 암수탉의 사랑이 있을까 붉은 홍시 가슴에 품은 암수에 마음 촉촉이 적시는 단비가 내리고 있을까 거기에는 이런 것만 있을 걸 한 움큼의 잉겅불이 불타고 헛돌던 맷돌 한 짝이 슬쩍 .. 자작글-09 2009.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