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일식 호 당 2009.7.22 언제나 둥글게 이만하면 원만하다고 생각한 나 잠시 상처를 입었다 내가 믿었던 계수나무 아래 토끼는 절대로 나에 흠집 내지 않으리라 믿은 것이 내 발등을 핥다니 동반자였던 너 애견처럼 아꼈는데 나의 정기를 덥석 한 움큼 물다니 자존심의 흠이다 잠식당한 몸 더 인자해지라는.. 자작글-09 2009.07.23
시작노트 시작노트 호 당 2009.7.20 하얀 달밤에 낯선 오솔길을 거닐면서 찢어진 이파리 한 잎에 생각 한 꾸러미가 이슬방울로 맺을 것을 꿈꾼다 그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섬광 한 줄기 뇌리를 친다 오라 하느님이 내리신 시어 한 방울이다 사유의 토양에 시어의 씨앗 싹 틔운다 파란 이파리에 색동옷 입.. 자작글-09 2009.07.20
장태산 휴양림 장태산 자연휴양림 호 당 2009.7.10 빽빽이 늘어서서 하늘만 향하는 너 미끈미끈한 네가 오늘은 부동자세로 정중히 맞아 준다 네가 가려 준 하늘 그 아래는 네가 분출해서 만든 보이지 않는 노천 풀장이다 우리는 너의 품에서 수욕의 기쁨을 누린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물장구를 치면서 희희덕거린다 코.. 자작글-09 2009.07.17
분수-1 분수 -1 호 당 2009.7.13 벌써 허물어진 이빨이 몇 개인데 순전히 타에 의지한 형상을 유지한 나였지만 새벽 침대에서 불쑥불쑥 솟는 찬란한 욕망처럼 쑈오 윈도(Sow Window)의 상품에 대한 간절한 희망이 솟는 것은 사치스런 눈길임을 알면서도 억누를 수 없는 주책(誅責) 호사스런 사치와 분수 두 편의 팽팽.. 자작글-09 2009.07.14
새벽 길 새벽 길 호 당 2009.7.6 새벽을 걷어차고 잠자는 신록 깨우고 함지 산으로 가는 산책길에 목말라 수척했던 개울이 풍성 해저서 기쁨에 조잘거린다 바짓가랭이 탱탱한 여인들이 앞질러 가는 모습이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것 같아 내 마음이 왜 가벼워질까 딱따구리의 구슬 굴리는 소리 아름 모를 새소리에.. 자작글-09 2009.07.08
해수욕장에서 그녀 해수욕장에서 그녀 호 당 2009.7.5 파도가 밀려 와서 조약돌 무리를 끌어가듯 비너스같이 미끈한 그녀가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아 일제히 파도에 실어 나른다 붕어의 입에서 둥근 방울이 뽀글뽀글 터질 때마다 연분홍 향기를 풍긴다 싱싱한 해초가 잔잔한 파도에 유영하듯 한 물속에 잠긴 그녀의 머리.. 자작글-09 2009.07.05
정 정 호 당 2009.7.5 바람처럼 눈도 귀도 형상도 없는 네가 씨방이 움트는 꽃에 내려앉으면 촉촉이 마음에 젖어드는 것이 정 마음의 연못에 풍덩 빠져 흠뻑 젖어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면 내 몸 깊은 곳까지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이 정 그러나 바람처럼 머물렀다 싸늘하게 사라지면 아쉬움도 없.. 자작글-09 2009.07.05
보밑의 추억 보밑(浦底)의 추억 호 당 2009.7.4 나 지금 여기 서서 추억을 캔다 영동선 석탄 실은 기적소리 분주하던 60년대 새마을 운동의 노래 퍼질 때 보밑(浦底)도 리듬 따라 새 옷 갈아입기 시작했었지 서리꽃 피는 아침 맥 못 추는 햇살 아래 사정없이 뺨 갈기는 보밑 바람 안고 내성천 둑을 따라가면 그곳이 젊음.. 자작글-09 2009.07.04
의자 의자 호 당 2009.6.30 네다리를 턱 버텨 너를 받아 궁둥이를 받혀주는 봉사자 종일 가슴 젖히고 빈 마음으로 누구를 기다려도 지치지 않는 너 누구든 네 가슴에 마음 내려놓아도 개의치 않는 너 혹 비뚤어진 생각으로 육중한 체구로 무참히 내려앉아도 말없이 곱게 받아들이는 너 진정 희생적인 봉사자 .. 자작글-09 2009.06.30
상처투성이인 기관차 상처투성이인 증기기관차 호 당 2009.6.26 나 지금 빈사의 사자 상처럼 여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약 냄새 사라진 지 어언 60년 내 몸 빈 벌집처럼 된 몸 새빨간 한만 서려 있을 뿐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그대로다 그날 내가 달리던 길에서 화약 냄새 풍기는 우박으로 피 흘리며 멈추었다 심장박동이 멈추.. 자작글-09 2009.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