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 한로(寒露) 호 당 2009.9.8 찬 기운이 하얀 아침을 밟고 간다 하늘이 투명한 화경으로 한낮을 꿰뚫어 보니 귀뚜라미 수염이 맥없고 시끄럽던 매미 자취조차 없어졌다 벼 잎에 매달린 찬물방울에 반사한 메뚜기 벌건 이마가 싸늘한 아침 때문에 떨고 땀 흘린 농부는 서늘한 이마를 질끈 동여매고 새파랗게.. 자작글-09 2009.09.08
방황 방황 호 당 2009.9.7 자제 못 할 젊음을 욕구충족에만 소비하기엔 너무 아까운 나이지만 통과의례로 본다면 너그러운 판단일까 죽순보다 더 정력이 폭발할 무렵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을 메우려 몸부림친다 퍼내도 퍼내도 바닥 볼 수 없는 옹달샘 물을 정상의 물길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헤매다 멈춘 곳은 .. 자작글-09 2009.09.07
상사화 상사화(相思花) 호 당 2009.9.6 어인 일인지 젊디젊은 스님의 목탁 소리가 우수수 부서져 우뚝 선 탑 주위에 내립니다 그리움이 꽃대를 밀어올려 상사화 한 포기 탑 옆에 서 있고 붉게 고개 숙여 탑을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네 내가 이 자리를 숨겨야 그녀가 나타나려나 잔인한 운명 영산.. 자작글-09 2009.09.06
속고서 즐거운 것 속고서 즐거운 것 호 당 2009.9.4 애초부터 너는 눈 속이는 것 하얀 요술 상자 속에서 속이며 즐거움을 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너 마술사 우리는 속고서 손뼉 치는 인생 공중에 매달린 직선 줄에 인생을 맡겨놓고 시작과 끝을 살얼음판 걷듯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너 너는 진실을 보여주기에 땀에 젖은 .. 자작글-09 2009.09.05
채울 수 없는 욕망 채울 수 없는 욕망 호 당 2009.9.4 언제나 기다려도 절대 오지 않는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망 마음의 뿌리 깊숙이 내린 들풀 한 포기 꽃피우고 있다 끌어들여 내 뜰 안에 심을 수 없는 꽃 그 뒤에 숨은 사나운 사냥개를 저만치 두고 어둠 속에서만 매만져야 하는 괴로운 밤 별만 반짝인다. 자작글-09 2009.09.04
꽃등 밝히는 밤 꽃등 밝히는 밤 호 당 2009.9.2 전생에 인연 있었기에 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에 탄 우리 서로 비켜 가버렸어도 계곡물이 강물에 만나듯 당신을 만나 사랑의 꽃나무 키웠소 내 가슴에 한 송이 매화 꽃봉오리 활짝 피는 날 당신 뜰 안에 푸른 꽃나무 가지마다 수백 개의 꽃등 매달아 일제히 불 밝히고 싶.. 자작글-09 2009.09.02
9월에 9월에 호 당 2009.9.1 한량(汗凉)의 경계선 같은 지대 가슴 태우던 그가 머물던 자리를 대신 내 가슴 후련히 달래 줄 젊디젊은 여인의 치맛바람 날리는 달 속살 꽉꽉 채워 만삭으로 가는 달 틀림없이 어여쁜 심성을 갖은 이일걸 나 이제 잃었던 입덧 생기 찾아 풍성할 것이다 자꾸 봐도 또 보고픈 애인 같.. 자작글-09 2009.09.01
초라한 구멍가게 초라한 구멍가게 호 당 2009.9.1 어느 은행의 발치에 제비집처럼 붙인 초라한 구멍가게 하나 있다 겨우 순한 비 한줄기 피할 정도인 얕은 도시락 같은 가게 좌판이라야 한 키에 국판 책 2권 정도 늘어놓으면 꽉 찰 넓이의 가게 만세력 토정비결 천자문 라이터돌 등등 신세대는 물론이고 눈 밖의 것들 버리.. 자작글-09 2009.09.01
고독 고독 호 당 2009.8.31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던 발뒤꿈치 딱딱하게 굳어버린 살덩이를 외면당하고 베어야 할 칼날 베일 곳 없어 혼자 속끓여가는 굳은 칼날 같은 것 앙상한 미루나무 가지에서 혼자 울다 날아간 새 풀장에 풍덩 몸 던져 같이 녹지 못하는 기름 한 방울 짐승들도 저들끼리 통하는 말 바꾸건.. 자작글-09 2009.08.31
늦가을 늦가을 호 당 2009.8.29 허전하다 반갑다가도 짜증스런 물방울 비켜 떠나고 그토록 달구던 너도 가버렸다 소슬바람 슬쩍 스쳐도 서글픈 나이 풍성하던 열매들 다 내어주고 빈 가슴으로 서 있어 조락(凋落)의 서글픔으로 비쳐 서리 내려 사정없이 몸뚱이 뒤흔들어 또한 매서운 눈초리에 어쩔 수 없어 부끄.. 자작글-09 200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