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설법 무정 설법 호 당 2009.10.6 골짜기를 스며든다 이팝나무 소나무 굴참나무 바윗덩이 등등 제 각기 눈뜨고 입 다물고 주시하고 있다 자연이 뿜어낸 향은 느낄 수 있으나 그들의 속마음을 터는 소리를 들으려 귀 후비고 기울어 봐도 계곡물 소리만 들릴 뿐 더 이상은 들리지 않는다 무정 설법이란 놈에 가까.. 자작글-09 2009.10.06
은방울꽃 은방울꽃 호 당 2009.10.1 변두리 카페다 하얀 날 한때는 찬바람만 날린다 어쩌다 스치는 마파람 한줄기에 실린 나 내 앞에서 의자에 앉은 은방울꽃 둘이 방울처럼 딸랑거렸다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도 짙은 향에 반짝이는 눈매에 은방울 울리는 소리에 녹아들어 깊은 우물물을 그대로 퍼다 흘려보냈다 .. 자작글-09 2009.10.01
어떤 술자리 어떤 술자리 호 당 2009.9.29 푸른 초원을 다 밟고 건너 지금은 마른 풀밭을 밟는 이들끼리 술상 앞에 앉아 추억을 마시고 있다 몇은 헛 방울 섞인 패기를 토하고 몇은 착 가라앉은 톤으로 설파하고 몇은 움츠린 패기를 속으로 끌어안기도 하며 주체를 가누지 못할 골 파인 생각들이 마지막 잎새에 부는 .. 자작글-09 2009.09.29
칠순을 맞고 칠순을 맞고 호 당 2009.9.26 두보의 人生七十古來稀 이라지만 남들이 다 넘고 간 고지 오늘 드디어 70 고지에 깃발 꽂고 활짝 펴 펄럭거렸다 박토에 뿌리내려 악조건의 고비를 이겨 한 포기의 풀꽃은 새싹 틔워 키우는 동안 이제는 골 파인 이랑에 점점이 눈 덮였다 한 포기의 감자씨앗으로 아직도 자양.. 자작글-09 2009.09.26
겨울나기 겨울나기 호 당 2009.9.25 낙엽 되어 돌아온 시골 오두막집에 고추보다 더 매운바람이 분다 연탄 한 잎이 금탄 한 잎으로 비쳐 차마 문턱을 넘을 수 없구나 일자리 찾아 대문 두드려도 대문마다 입 다물고 대답이 없네 한기만 감도는 방구석에 불빛마저 차가운데 눈치 없는 바람이 찾아와 겨울 고개 못 넘.. 자작글-09 2009.09.26
여명-1 여명-1 호 당 2009.9.22 어머님이 해산의 신호로 진통이 온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진통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동으로 내딛자 붉은 선혈이 보인다 보라 진땀 흘리며 성스런 산고를 겪는 어머니 붉은 腰下로부터 태어날 옥동자 이불로부터 묻어난 핏빛 더 붉어진다 성스런 생명의 탄생을 위한 몸부.. 자작글-09 2009.09.22
함지산 함지산 호 당 2009.9.21 창문 열면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웃어주는 어머니 같은 산 오늘은 나에게 손짓하며 내 품 안에 안겨 수액 한 통 빨고 가라 한다 어느 때는 깊숙이 베란다까지 손을 뻗쳐 진한 녹 향 뿌리고 달밤이면 긴 그림자 드리워 나를 잠재우고는 새벽을 맡기고 떠난다 언제나 넓은 옷자락으로.. 자작글-09 2009.09.21
상족암 공룡발자국 상족암 공룡발자국 호 당 2009.9.20 중생대의 숨결이다 출렁이는 파도와 모래 언덕을 거쳐 널따란 바위를 밟고 유유히 걸어 다닌 공룡의 아침산책 흔적인가 그가 살다 간 마음 한 자락이다 거대한 땅덩어리의 한 모퉁이서 널따란 암반 한 장에 육중한 도장으로 꽉꽉 찍어 놓은 중생대의 공룡인증서 한 통.. 자작글-09 2009.09.20
가로등 하나 가로등 하나 호 당 2009.9.18 아직도 식지 않은 땀방울 매달고 방향 감각을 잊은 채 여기 서 있다 달구어 놓은 대장간은 검은 나래 접었으나 열기 안고 시들해진 호박잎처럼 지친 나 어둠 밝히고 선악을 비추려 했는데 크게 눈 뜨려 해도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하루살이 잡벌들 걸핏하면 떼거리 짓 때문에.. 자작글-09 2009.09.18
유관순 유관순 호 당 2009.9.17 칼날 새파랗게 날 새운다 하더라도 빼앗긴 들녘과 옥쇄 되찾겠다는데 당연히 앞장서야지 내 앞에서 달군 인두로 번득여도 눈 한 번 깜박거리지 않는 나야 칼바람 불어도 살을 찢는 추위 몰아쳐도 맨발로 저 산 넘을 나 유관순이야 이리떼 너희 아무리 금빛 출렁이는 파도로 몰아 .. 자작글-09 200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