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구절초 호 당 2009.9.16 이제 나는 일어서야 한다 지난 세월 나무나 허술한 대접 받고 여기까지 왔다 세월은 흘러 나대로 몸부림 처서 꽃 피웠다 미세한 향기 퍼뜨리고 있건만 누가 알아주랴 그래도 온 힘을 다하는 모습 보여 드릴 거야 누가 보고 고운 말 보내주면 더욱 신나고 다만 영봉에 이를 때 까지 .. 자작글-09 2009.09.16
묘비석 묘비석 호 당 2009.9.15 망자를 위하여 화려한 업적을 가슴에 새겨 문패처럼 붙어 있어야 한다 달빛 쬐는 밤이든 캄캄한 밤이든 망자 곁을 떠나지 않는 충복이어야 한다 묘지를 찾아 서럽게 울어도 아니 그보다 더한 행동을 해도 묵묵히 서 있어야 한다 성묘 시 진설한 음식에는 못 본채 하지만 내 몸 쓰.. 자작글-09 2009.09.15
기다림 기다림 호 당 2009.9.14 찻잔의 향도 사라지고 싸늘하게 식었다 너의 그림자만 찻잔에 얼른거리다가 문구멍으로 들어온 햇살에 녹는다 번연히 알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그리움 오늘도 너의 환상이 신기루처럼 얼른거리다 사라진다 눈 위를 걷는 뽀드득 소리가 찻잔에 내려 마실 수 없구나! 무.. 자작글-09 2009.09.15
농부 농부 호 당 2009.9.12· 주름살만 가득한 나 아랫목에 허리 달구며 천장만 바라본다 봄은 재촉하는데 쟁기날 녹슬게 하거나 논 밭떼기 묵히자니 내 마음을 묵히는 것 같고 삽자루 팽개치고 농기구 녹슬게 해 봐야 다른 방도도 없고요 씨 뿌려 봐야 이것저것 제하고 한에 못 미치는 쌀값에 얄팍한 주머니 .. 자작글-09 2009.09.12
대왕암 대왕암공원 호 당 2009.9.11 공원의 산책로를 무작정 걸었다 어디 끝이 보이는 막다른 길로 식곤증을 짊어지고 헛김을 쏟으며 침묵의 언어만 튀어나올 뿐 정한 길 따라 수레는 돌았다 9월의 예리한 햇살은 사정을 두지 않았으나 대왕암의 위용과 해풍에는 당해내지 못했다 침묵 끝에 튀어나온 탄성의 다.. 자작글-09 2009.09.12
타임캡슐 한 폭 타임캡슐 한 폭 호 당 2009.9.11 구름 모자를 쓰고 선사시대의 골짜기를 헤매다 *대곡천에 이르렀을 때 선사인先史人의 발자취에 숨결이 고여 있는 것을 보았다 금단의 강물이 흐르는 피안에서 저쪽 세계를 건너보니 아랫도리만 겨우 가리고 벌거벗은 선사인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알 수 없는 말씨에 .. 자작글-09 2009.09.12
눈물 눈물 호 당 2009.9.10 눈물은 웃음꽃 뒤안길에 있는 토란잎에 맺힌 은방울 파노라마 속을 헤엄치다 마음의 구름에서 떨어진 물방울 비 올 때 펴들고 맑은 때 접어두는 우산 웃음의 바다에 헤엄치다 절망의 굴속을 빠져나와 흔적으로 남겨 둔 은구슬. 자작글-09 2009.09.10
흔적 없이 사라질지라도 흔적 없이 사라질지라도 호 당 2009.9.10 이름 모를 풀꽃으로 지난다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으리 살아있는 계절 속으로 매진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르리 후미진 골짜기에 핀 풀꽃 박차고 일어나 한파이기고 제 몸 다스린다면 지울 수 없는 흔적 하나 닦으리 가시덤불 하나 헤치고 번듯한 새길 하나 열어.. 자작글-09 2009.09.10
흔적 흔적 호 당 2009.9.9 한 잎의 이파리로 팔랑거리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고 오늘에 이르렀다 꽃샘추위에 살을 애이고 모진 비바람에 몸 움츠리고 뙤약볕엔 땀 흘리며 이겨 온 보람 있어 어엿한 한 잎의 푸른 이파리로 살아왔다 지금은 노을 안고 알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이파리 하나 .. 자작글-09 2009.09.09
만족하며 살지 만족하며 살지 호 당 2009.8.14 후미진 골짜기에 자라는 이름 모를 풀꽃이 화려하지도 않고 누가 칭찬하고 즐겨주지 않아도 그냥 한세상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크게 이름 떨쳤다 크게 부를 쌓았다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이 밝은 세상에 구차하지 않고 누리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같이 웃고 .. 자작글-09 200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