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하나 감 하나 호 당 2009.11.10 지난 한철을 숱한 사연들에 시큼텁텁한 날만 보냈던 것이 이제사 마음 다스려 붉게 영글었는데 아침저녁으로 다그치는 세월에 끝내 이기지 못하여 훌훌 떠나보낸 벗들을 생각한다 을씨년스런 내 주위는 우수수 떨어져 나간 사연뿐 다들 보내고 나만이 덩그러니 추억을 씹고 있.. 자작글-09 2009.11.10
몰래 버린 검은 양심 몰래 버린 검은 양심 호 당 2009.11.9 몰래 쏟아낸 검은 폐수 낙동강 물속으로 숨어 흐르지 그것도 모르고 거기서 살아야 할 물고기들 몸속에 쌓이는 검은 양심의 독에 때로는 몽롱하고 때로는 비틀거리고 오달지게 취한 것은 영영 깨나지 못하고 입이 비뚤어지고 지느러미가 붙어버리고 그래도 여기를 .. 자작글-09 2009.11.09
11월에 11월에 호 당 2009.11.4 아름답던 한때였었다 가지 끝을 아침저녁으로 시리도록 채찍질하는데 난들 어쩔 수 없어 마음 비우고 시린 눈초리 흘기며 다가오는 너를 초연히 맞는 거야 풍성했던 것들 모두 내어 줄 것 주고 뿌듯한 마음 한쪽 가슴 깊이 새기고 맨몸으로 후드득거리지 말고 세월을 보내는 거야... 자작글-09 2009.11.04
그리움 그리움 호 당 2009.11.2 백합 한 송이로 피기까지 그냥 평범하게 자라 온 게 아니다 새파란 잎사귀를 피워서 싱그러운 꽃대 밀어올려 꽃봉오리 맺을 때 나의 눈을 끌었다 희디흰 꽃을 피울 때는 향기로 나를 사로잡았다 꽃이 떨어지고 꽃대 사라져도 알뿌리는 땅속에서 영글어가는 것이다 그때는 내 가슴.. 자작글-09 2009.11.02
도서관에서 도서관에서 호 당 2009.11.1 지적인 낯바닥들이 개성을 들어내고 색다른 분장을 하고 질서정연하게 대기하고 있다 나를 택해 달라는 눈짓을 한다 너를 선택했다 옆방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판자로 막은 나만의 공간에서 나도 숨죽이며 너의 몸 한 꺼풀씩 벗겨간다 조심스럽게 소리 내지 않게 벗길수록.. 자작글-09 2009.11.01
몸살 몸살 호 당 2009.10.29 몸이 보통답지 않다 나 무거운 짐 지고 비틀거린다 몸체만 달아오른 것이 아니다 팽팽하던 밧줄은 느슨해지고 이음매 관절은 벌어만 간다 온몸에 수지침을 꽂는가! 찜질방이라면 땀이라도 실컷 흘려 개운하기나 하지 창틈으로 매운바람이 기어오는데도 얼음장 뚫고 온몸에 열꽃을.. 자작글-09 2009.10.29
낯선 사람 낯선 사람 호 당 2009.10.27 올챙이 한 마리가 헤엄쳐 다닌 곳은 독기 없는 맑은 우물이다 제 딴에는 여기서 헤엄 잘 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낯선 곳에서 낯선 올챙이를 만났는데 흉내 내기조차 못한다 출렁이는 물결에도 독기 깔린 우물에도 마음대로 헤엄치고 벌떡벌떡 마시고 내 품고 파도를 헤치고 .. 자작글-09 2009.10.28
단풍 단풍 호 당 2009.10.25 그리움을 삭이지 못해 붉은 피를 이 산 저 산 뿌리는가 애타는 사랑을 사무치지 못해 토해 놓은 마음 한 자락 이루지 못한 사랑 억지로 꿰매려는 그리움을 깨물어 물들여 놓은 핏빛 꿈 한 마당 야속하게도 이 마음 달래주지 못하고 가슴 한 폭을 활활 불태우는 너. 자작글-09 2009.10.25
노랑머리 콩나물 노랑머리 콩나물 호 당 2009.10.23 처음 우리는 메마른 몸으로 인사 나누어도 정으로 통했지 그때 우리는 깨끗이 목욕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반겨 한 시루에서 희망을 키웠지 포대기에 쌓인 아기처럼 대접받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지요 장차 큰 꿈을 키울 희망에 젖을 때 수정보다 더 깨끗한 물세례를 받고.. 자작글-09 2009.10.24
무료(無聊)한 시간 무료(無聊)한 시간 호 당 2009.10.22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일방적인 내뱉은 한 마디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지 연막으로 대신했다 그녀의 얼굴을 한 잎의 이파리에 올려놓고 흔들어 본다 아직 새파란 이파리는 줄기를 휘어잡고 웃으며 매달려 있다 그것도 단물이 괴인 호박에 수액을 취하고 있.. 자작글-09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