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은 아카데미가 생기를 펼 때 청은 아카데미가 생기를 펼 때 호 당 2009.12.3 옹이 돋고 어느 가지는 시들고 들 가의 고목에 마파람이 분다 잠자던 가지와 잎을 깨워 낯바닥을 간질인다 메마른 풀밭에 불을 지른 듯 활활 타는 저 열기를 보라 누가 시든 눈망울이라 했나 맥없는 고목이라 했나 그의 피는 그저 잔잔한 연못이었지만 격동.. 자작글-09 2009.12.04
만년필 만년필 호 당 2009.12.3 창고에 버렸던 책상 서랍을 열었더니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잠든 만년필을 본다 손에 든 순간 추억에 젖는다 그 시절 만년필촉이 18k라면 귀부인행세 그런 것 하나 갖고 싶어 했는데 아마 ‘파카’ ‘크리스털’ 같은 것은 높은 반열에 올렸지 이 금속 끝으로 내 물컹한 삶을 엮는.. 자작글-09 2009.12.03
도로 상의 감시카메라 도로 상의 감시카메라 호 당 2009.12.3 눈감을 틈 없다 언제나 눈 부릅뜨고 기억 속에 가두어야 되니까 나에 대한 시선 곱지 않다는 건 안다 또한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는 자도 있겠지만 양심에 흠 없으면 당당해도 된다 내 앞에선 잠시 멈칫하거나 몸 도사리는 이 기죽을 일 아닌데 더 당당하세요 그렇게.. 자작글-09 2009.12.03
복주머니는 아무나 차는 게 아니다 복주머니는 아무나 차는 게 아니다 호 당 2009.12.3 평생 일군 초가 한 칸이 하늘이 내린 복이라면 만족해야 할 텐데 부질없는 헛된 꿈에 신기루 같은 별 한 개 잡으려 점찍어 보았으나 꼬구라치는 별똥별이 되어 산산이 조각나버렸으니 나와 인연이 없는 황금알 그래도 로또복권 한 장 주머니에 집어넣.. 자작글-09 2009.12.02
첫눈 첫눈 호 당 2009.12.2 포근한 날 오후 해질 무렵 첫눈이 내린다 첫눈은 거짓말쟁이다 기억력 상실한 첫사랑이다 은빛 날개 펼쳐 나풀거리다가도 지상에 가까우면 시치미를 떼듯 꼬리 감추는 너 너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낙엽 지고 소슬바람에 마음마저 으스스해 있을 때 너 오기에 얼마나 기뻐했는.. 자작글-09 2009.12.01
호루라기 호루라기 호 당 2009.12.2 골목을 누비며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 새싹이 새파랗게 자라는 소리 귀엽기만 하지 건널목을 걷다가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 권력의 제압에 발걸음 멈추고 음칠 해지니 공포의 소리 자동차를 몰다가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 가슴이 뜨끔하다 갓길에 스르르 멈춰 서버리니 가슴에 .. 자작글-09 2009.12.01
저녁노을 저녁 노을 호 당 2009.12.1 등산을 마치고 일행은 산등성이에서 땀을 식히면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입을 떼지 않고 감상에 젖어 바라보기만 한다 그래 우리는 지금 노을이야 지난 시절 푸른 초원을 달리며 횃불 들고 선봉에서 무리를 이끌고 무엇인가 이루려 노력했었지 나를 위하고 나라.. 자작글-09 2009.12.01
12월에 12월에 호 당 2009.12.1 주섬주섬 짐을 싸는가 보따리엔 지난 것의 서러움도 기쁨도 구별 없이 엉켜 추억으로 잠들 것인가 저마다 한 짐 지고 어디에 버릴까 망설이지 말고 가슴에 묻을 것 잊을 것 구별하여 저무는 강가에 띄워 보내지 어둠이 사라지면 새벽이 올 것이니 세월은 지나가는 것 그리고 오는 .. 자작글-09 2009.12.01
찜질방에 들다 찜질방에 들다 호 당 2009.11.30 살다 보면 내 몸에 헛바람이 가득 쌓인 것 같아 조용히 마음의 때를 씻어야겠다 겉은 마음대로 씻을 수 있으나 속은 그렇지 않다 도복을 걸치고 참숯 방에 든다 눈을 감는다 영혼의 새는 참나무 숲을 헤맨다 새들이 우짖는 소리 다람쥐 놀고 푸른 기운이 내게로 온다 참나.. 자작글-09 2009.11.30
처음 컴퓨터 자판기를 칠때 처음 컴퓨터 자판기를 칠 때 호 당 2009.11.27 컴퓨터 자판기에 손 얹었을 때 처음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었을 때처럼 긴장된다 똑같은 규격화된 집들이 모인 동네를 김 아무개의 집을 찾아가는 그 길은 언제나 서툴다 한 번 찾은 집도 돌아 나오면 잊어버리고 다시 헤매다 찾는 어린애보다 못한 눈살핌.. 자작글-09 200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