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세월 고난의 세월 호 당 2009.12.17 동쪽 예절의 깃발이 펄럭거리는 이 땅을 환한 햇살이 대지를 어루만질 때 바다 건너온 서릿바람이 온 강산을 휩쓴다 감자 싹 땅을 뚫고 눈 반짝이는 것도 한순간 희망의 싹을 피울 때 서릿바람이 싹을 얼려버려 차디찬 가슴으로 살아야 하네 서릿바람은 더욱 세차서 내가 내.. 자작글-09 2009.12.17
빈자리 빈자리 호 당 2009.12.16 채울 수 없는 그 자리를 남겨둔 채 옆에서 오늘도 허전한 마음 가득한 풀 한 포기는 뿌리박는다 변함없이 너희는 밝음과 어둠을 번갈아 채워주지만 그것은 나에겐 허상일 뿐 풀 이파리 서로 비벼 사각거리는 다정한 소리 그립다 채울 수 없는 그 자리엔 찬 서리 내려 삭막한 가슴.. 자작글-09 2009.12.17
부산해운대 장산 품에 **인생은 짧아요** 부산 해운대 장산 품에 호 당 2009.12.11 해운대를 앞에 두고 길게 누운 장산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어머니같이 포근하게 느낀다 그녀의 품에 안기려 파고든다 노을이 감도는 얼굴들 그 무리에서 나도 어린애처럼 젖가슴 들추고 봉곳한 젖꼭지 하나 차지하려 갓 태어난 돼지 새끼처럼.. 자작글-09 2009.12.12
겨울의 모퉁에에 서서 겨울의 모퉁이에 서서 호 당 2009.12.12 밤낮 문구멍으로 밀려오는 찬바람으로 옆구리를 아리게 할지라도 한고비 넘기면 훈풍 밀려온다는 신념에 참아요 한 생을 건너기 순탄만 있는 것이 아니거늘 고른 음 퉁기던 12줄도 때로는 밧줄을 조일 때도 있거든 길모퉁이서 붕어빵 굽는 젊은 여인아 밝은 내일.. 자작글-09 2009.12.12
황당무계 황당무계 荒唐無稽 호 당 2009.12.8 귀도 오래 묵으면 자꾸만 게으름 피울 때도 됐다 들을 것 못 들을 것 가릴 것 없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아직 맑은 하늘에 가끔은 검은 구름 슬쩍 지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맑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구름 덮어버려서야 어이없는 일이잖아 그렇게 만나고 싶어 약속받아 .. 자작글-09 2009.12.09
금강송 군락 금강송 군락 호당 2009.12.9 태백산 기슭 백천계곡에 숨어든다 그곳은 새파란 숨결이 가득한데 거짓 모르고 곧게 자라는 금강송들 폭설로 짓눌려도 폭풍우로 밀어붙여도 가지 한쪽 팔 떼버려도 몸뚱은 굽히지 않는다 바르게 살아야지 그러면서 내뱉는 숨결은 거짓 없는 순수의 알갱이들뿐 붉은 마음이 .. 자작글-09 2009.12.09
혼자서 혼자서 호 당 2009.12.7 수액을 빨아올려 어린나무를 키울 때는 분주하기만 했다 물 반 고기 반의 속에서 팔딱거릴 때만도 그 속에서 즐거웠다 원심분리기에서 떨어 나와 건너지 못하는 다리 너머 그리움만 삭일 뿐 어디 간들 기다리는 시간을 떠나고 차가운 빈 하늘에 별들 속삭이는 밤 잠 못 이룬 늙은 .. 자작글-09 2009.12.08
장마는 끝난 건가 장마는 끝난 건가 호 당 2009.12.6 어느 한 곳 성한 데 없다 온통 땅덩이가 물컹해져서 곪아 터진다 어디든지 고무호스를 꼽으면 고름이 나온다 어디든지 대 놓고 함부로 뻗는 곰팡이 같은 허연 실뿌리들 그래요 내 몸도 곪지나 않았는지 곰팡이 같은 실뿌리 뻗는지 요사이 뱉고 난 말들이 한참 후에야 후.. 자작글-09 2009.12.07
분청자기 한 점 분청자기 한 점 호 당 2009.12.5 몇 세기 세월을 요약한 한 몸 귀부인의 반열에서 고고한 자태로 눈길을 끈다 태초 너의 태어남도 평범한 무리의 일행 속에서 꽉 막힌 굴속을 잉태의 산실로 삼았다 너의 모태는 수많은 목질을 생명의 탯줄로 영양분을 흘리기 위해 불 질러 고온의 열기 속에서 익어 태어난.. 자작글-09 2009.12.06
바이오리듬 바이오리듬 호 당 2009.12.4 요사이 착 가라앉는다 평형으로 날던 독수리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같은 땅으로 무엇에 홀린 것인지 꼬꾸라친다 홀쭉해진 강물이 흐르기를 거부하는지 더디게 그리고 제자리를 맴돈다 동지섣달 일찍 찾는 어둠에 마음을 멍들게 하는가 출렁이던 주가 꼬꾸라치는 소리 들린.. 자작글-09 200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