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가뭄 ♣ 호 당 2009.2.2 대지의 젖줄이 메말라간다 내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 영산홍 무리는 물 한 모금 못 마신지도 오래다 갈증에 시달리고 칼바람까지 맞고 모진 시련을 겪는 중 뒤틀리다 못해 밑에서부터 제 몸 한 부분씩 떨어뜨려 낸다 살아남으려 제 몸 깎아낸다 미국을 시작한 가뭄이 온 세계로 .. 자작글-09 2009.02.02
필라투스의 융프라봉 필라투스를 정복하다 호 당 2009.1.30 너를 탐하여 신비로운 곳 한 점 차지하려 했다 4월 말의 훈풍은 없고 한사코 백색 가루를 뿌려 거부한다 기어오르지 못하면 곤돌라가 있지 신비의 꿈속에서 정복한 너의 몸 한 점이다 온몸을 백색의 가루로 덮으며 거부하고 있었지만 오직 한 곳을 샘솟는 오아시스.. 자작글-09 2009.01.31
설 귀성길 설 귀성길 호 당 2009.1.25 설 가슴 설레는 마음들이 일제히 요동쳤다 그러나 새하얀 백색의 심술이 연일 뿌려 귀성길을 막는다 아무리 막아도 탯줄이 끌어당기는데 감당하랴 마음은 벌써 엄마 품에 쌓여 있는데 바퀴는 더디게 굴러 몸은 여기서 애가 탄다 탯줄로 이어지는 길이란 길은 그리운 마음으로 .. 자작글-09 2009.01.26
교육 삼락 ♣ 교육삼락(敎育三樂)♣ -안동 교육삼락 제9호를 읽고- 호 당 2009.1.20 양떼 몰고 목초 찾아 헤매든 그들 채찍 넘겨주고 물러앉은 노송들 채찍은 넘겼지만 분필가루마저 말끔히 씻지는 않았다 마음은 양떼 칠 목장에 두고 틈틈이 후견인으로 선봉자로 깃발 흔들어 주었다 노송은 푸른빛 잃지 않고 더욱 .. 자작글-09 2009.01.20
주정 주정(酒酊) 호 당 2009.1.17 고해로 엮은 책 멍든 한쪽을 찢어버리려 찢고 찢다 보면 끝내 하얀 길 곧은길이 흐려 구불구불해 집니다 비틀거리는 불빛 아래 고르지 못한 우짖는 새 한 마리는 몽롱한 우물 속에서 날개 허우적거립니다 술 향기가 사라진 식탁 위는 새하얀 백지를 깔고 허무와 후회만 차려 .. 자작글-09 2009.01.18
가산산성 정상 *가산 산성 정상 * - 호당 2009.1.16 저기 정상까지 닿는 길이 평탄 완만한 경사 그 길이 내가 달려갈 인생길이라면 멈출 수 없지 욱신거리는 관절 달래며 포기하지 말자 내가 지는 것이다 이제 채울 것 없는 욕망이지만 그래도 남은 부질없는 찌꺼기를 산정에 내리고 야호 한 마디 외치고 크게 기침을 토.. 자작글-09 2009.01.18
죽도시장 죽도시장 호 당 2009.1.15 산뜻하게 단장한 옷자락에 바다 살점 끌어안고 와글거렸다 싸늘한 갯바람쯤이야 지구를 뒤덮는 찬바람이 비켜 불도록 바랄 뿐이다 비릿한 갯냄새 짙을수록 옷자락은 더 펄럭거렸다 그물코에 걸린 눈 반짝이는 살점 아가미 닫은 살점 밥풀 묻은 사유의 살점이 어울려 재화의 행.. 자작글-09 2009.01.16
덕실마을 덕실마을 호 당 2009.1.15 바깥이야 매서운 바람 이곳 마을을 찾는 이의 시선은 따뜻했었다 병풍처럼 가린 골짜기 시골 좌청룡 우백호의 정기 내려 온 누리를 밝혀 줄 등불 켰던 곳 태어날 때부터 왕벌이 아닌 성장의 모태로 덕실마을의 희망으로 키웠으리라 태어난 샛별 이름 모를 풀들 풀이 갖는 꿈이 .. 자작글-09 2009.01.16
봄바람 봄바람 호 당 2009.1.15 청 보리 배가 통통할 때 일찍 봄바람 피운 것은 이삭을 내밀 무렵 아지랑이 얼른거리는 언덕 따라 배추흰나비 한 쌍 봄바람 날리고 종달새 한 쌍도 하늘 날며 봄바람 피웠다 그때 열여섯 풋 가슴이 울렁거렸다 암내 찾아 헤매는 수캐마냥 어지간히도 봄바람 따라 배회하면서 휘파.. 자작글-09 2009.01.15
묵향 묵향(墨香) 호 당 2009.1.13 당신과 나의 만남 살살 문지를 것 같은 은밀한 속삭임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향 하얀 꽃 위에 마음 한 자락 찍어 놓은 그윽한 향 시커먼 구름 한 점 속에 베인 묵향. 자작글-09 2009.01.13